어머니의 노래



　 - 김형로







일본 글 배우다 해방 맞은 울 어머니, 함안 가동 천막

서 한글 배웠다지요 재종 오빠에게 두어 달 배우니 마, 됐

다! 여자가 지 이름 읽고 쓰면 그것으로 한글 공부 졸업

했다지요 찢은 달력 뒤에 써 놓은 ‘수덕사의 여승’노래 가사

인적 업는 수덕사에 밤은 깁은데 흐는기는 여승의 외로

운 그림자 속새에 두고온 님 잇을길 업서 법당에 초불 거

고 홀로 울적에 아~ 수덕사에 세북이 온다

어머니는 애잔한 역사까지 함께 쓰셨습니다 이 아픈

글, 제 시는 한참 멀었습니다







　 시집 ‘백 년쯤 홀로 눈에 묻혀도 좋고’에서

	한 절에서 어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요사채로 데리고 와 할머니에게 먹을 것을 부탁하고 있다. 누군가의 어머니이기도 할 할머니는 음식을 꺼내 어미 고양이게 주며 토닥토닥 쓰다듬어 주었다. 할머니와 어미고양이는 서로 통하는 듯했다.

<내 느낌으로 바라보기>



　‘어머니’라는 대명사에는 ‘헌신’과 ‘희생’이란 수식어가 으레 따라붙는 것이라 여기던 때가 있었다. 아직 중년기 연령대라면, 대부분 가슴속에 어머니에 대한 애달픈 연민의 기억이 선명할 것이다.

　시적 화자 역시 ‘찢은 달력 뒤에’ 어머니가 ‘써 놓은’ 노랫말을 통해 ‘울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풀어낸다. 삐뚤빼뚤 서툴고 틀린 맞춤법으로, ‘천막’에서 또는 ‘재종 오빠에게 두어 달’ 배운 글로 써내려 갔을 노랫말에는 삶과 한과 위로가 담겼다, ‘여자가 지 이름 읽고 쓰면 그것으로’ ‘마, 됐다!’는 표현에서 그 시대 여성의 위치는 짐작할 수 있겠다.

　수덕사는 충남 예산군 덕산면, 덕숭산德崇山에 있는 사찰이다. ‘수덕사의 여승’속 주인공은 시인 일엽一葉 김원주(1896~1971)로 알려졌다. 일엽이란 필명은 춘원 이광수가 지어준 것이라 한다. 그는 1920년대를 대표하는 신여성으로 여성 모임을 이끌며 여성 교육과 의식개혁을 주창했다. 1920년 잡지 ‘신여자’를 창간하고 소설 시 평론을 발표했다.

　시대를 앞서가는 선각자였지만, 파란만장한 비운의 시대를 살다 비구니가 된다. 그는 작품 ‘자각’을 통해 “나는 자식의 사랑으로 인하여 내 전 생활을 희생할 수는 절대로 없나이다” 라고 썼으나 그러한 의지는 그리 굳건하게 이어가지 못했던 것 같다. ‘인격창조’라는 글제의 문장을 통해 그는 “사실 여성이 가장 아름답고 위대한 것은 모성을 잘 발휘하는 데 있다고 생각했다”고 변화를 보인다. 신여성으로서 거침없는 삶을 살고자 했던 그였지만, 가부장제와 여성억압이 팽배했던 시대를 거스르는 것은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시대는 상상을 초월해 다변화되어간다. 모성애 역시 예전과 다른 형태로 변하고 있다고들 한다. 엘리자베트 바댕테르는 “모성애 발현은 본능이라기보다 윤리, 사회 및 종교적 가치에 의해 촉발 되는 경향이 있다”고 그의 저서 ‘만들어진 모성’에서 밝혔다. 그럼에도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영겁의 윤회속에 이어지는 천륜이라 인과의 법칙 아래 놓인다고 불법은 말한다. 관계의 의무라기보다 사랑을 다해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을 일이다.

　화자는 ‘애잔’하고 ‘아픈’역사를 ‘함께’살아내신 ‘어머니’에 비하면 ‘제 시는 한참 멀었’다고 한다. 부모는 자식에게 자식은 부모에게 우리는 지금 얼마나 멀고도 먼가. 김곳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