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위축되는 보수동 책방골목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달라는 마음을 담아 고등학생들이 노래를 만들어 뮤직비디오로도 제작했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2019년 부산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지역문화의 보물로 여겨진다. 그러나 지난 한 해동안만 9곳의 서점이 문을 닫고 주상복합건물 재개발이 진행되는 등 예전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어 학생들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담았다.

‘보수동, 그 거리’ 뮤직비디오의 스틸. 혜광고 제공

제목은 ‘보수동, 그 거리’로 청소년 디지털 싱글 앨범이다. “너는 한정판 모든 게/담길 거란 걸 알아/책갈피를 찾을래/내 인생이 담긴걸/시간이 지나서/다시 나타난다면/나도 잊기 싫어 돌아간다고 넌 전해줘”. 학생 작품이라는 의미만으로 보기에는 만듦새가 뛰어나다. 서정적인 랩비트와 멜로디에 추억을 담은 듯 약간은 색감을 흐리게 연출해 아스라한 느낌을 주는 세련된 뮤직비디오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번 디지털 싱글은 부산 혜광고등학교가 중구청과 공동으로 책방골목 문화 도시재생 프로젝트 ‘함께읽길’을 진행하며 내놓은 결과물 중 하나다. 김성일(국어과) 교사가 고3 국어수업 시간에 논술 중 진로독서활동으로 시작했다. 수업주제는 ‘책방골목 살리기, 도시 재생에 관한 논술 수업’이었다. 수업 중에 학생들과 책방골목에 대한 시쓰기와 책방골목 살리기를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다 노래와 작곡에 재능이 있는 학생에게 김 교사가 제안해 앨범 제작이 본격화됐다.

김 교사는 “랩 메이킹(작사)과 작곡, 녹음까지 모두 김현빈(고3) 학생이 하고 저는 가사 쓸 때 방향을 함께 의논한 정도다. 뮤직비디오는 씨네피티의 배상돈 감독이 재능기부로 제작해 줬다”고 설명했다.

뮤직비디오는 중구 보수동 일대와 혜광고 등에서 촬영해 지금의 보수동 책방골목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뮤직비디오의 남녀 주인공 모두 고등학생이며 책방골목 서포터즈 동아리 학생들도 출연하고 이후 홍보를 맡는다. 제작기간은 대본 작성과 연기 연습 등 사전 준비 2주에 촬영에 하루, 편집 등 후반작업에 2주 정도가 소요돼 한 달쯤 걸렸다. 이번 프로젝트가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은 자신의 학교가 있는 지역의 이슈에 학생과 교사가 관심을 갖고 지켜나가겠다는 마음을 가진 데다 그 일을 진행하는데 지자체도 힘을 보탰다는 점이다.

김 교사는 “지난해 동주여고에 근무할 때 책방골목을 주제로 단편영화와 시집을 만들었었다. 제가 이 지역에서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더욱 애정이 있고 아이들과 여러 활동을 해보자는 마음이 생겼고 주변에서도 관심을 갖고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이 앨범은 다음 달 3일 멜론에서 정식 발매되며 유튜브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최영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