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최원준의 음식 사람 <30> 거제 씸벙게(왕밤송이게)

봄이면 거제 밥상에 피는 ‘바다꽃’…이놈은 내장맛이 9할이라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1-03-09 19:51:46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남해에 서식하는 털게의 일종
- 초봄에만 잡히는 귀한 어족
- 수염 많고 꽃송이 같은 외형에
- 지역민들은 ‘씸벙게’라 불러

- 주먹만한 크기 10분만 찌면 돼
- 된장국 끓이면 꽃게탕과 비견
- 고소하고 깊은 맛에 해장 절로
- 조상님 제사 음식으로도 올려

- 어린 시절 즐겨먹던 소울푸드
- 개체수 급감해 지금은 비싼 몸

얼마 전 봄볕 완연한 날, 진해만 가덕수도 쪽으로 가족 나들이를 다녀왔다. 집안 어른과 함께 낚시를 하던 중 우연찮게 ‘털게’를 낚아 올렸다. 온 몸에 오돌토돌한 가시털이 나 있고 등딱지는 둥글둥글 둥근 오각형으로 생겼다. 주로 진해만과 거제, 통영, 고성, 남해 등지에 분포하고 있다. 이곳 사람 대부분이 털게라 부르는 이 게의 원래 학명은 왕밤송이게. 커다란 밤송이를 닮아 지어진 이름이다.
찜통에 10분간 쪄낸 씸벙게.
우리나라에는 털게라 불리는 게가 두 종류 있다. 동해를 중심으로 서식하는 털게와 주로 남해에 서식하는 왕밤송이게다. 둘 다 털게과이면서 몸 전체가 작은 돌기와 털로 덮여있어 언뜻 봐서는 구분이 잘 안 간다.

자세히 보면 털게는 비교적 크고 등딱지가 아래위로 둥근 편이고 털이 길고 억세다. 왕밤송이게는 털게에 비해 크기가 작고 등딱지가 오각형을 이루며 좀 더 얼룩덜룩한 모습을 띤다.

■초봄에만 잡히는 왕밤송이게

씸벙게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갯것 중 하나인 왕밤송이게는 1년에 딱 한 철 초봄에만 잡힌다. 제철 또한 산란 전 3~4월로 이맘때쯤이 가장 맛이 좋다. 본격 조업 시기는 1~3월. 이후 수온이 오르는 6월 전후로 모래밭 속으로 파고들어가 여름잠을 잔다. 그래서 유독 봄에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어족이기도 하다.

돌이나 펄이 많은 모래 바닥이나, 해조류 군락지 등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부분 토막 낸 정어리나 고등어 미끼를 넣은 통발에 걸려든다. 통발에 여러 어종과 함께 혼획(混獲)되는 경우가 많은데, 남해군 일대에서는 게통발로 왕밤송이게를 전문적으로 어획하기도 한다.

원래 왕밤송이게는 거제도 연안에서 대량 서식, 한때 그 어획량 또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특히 거제 장목 해안에서 많이 잡혔는데, 한때 그 개체수가 많고 맛이 좋아 거제 사람들이 평소 좋아하던 식재료였다. 그래서인지 거제 사람들은 이 친숙한 왕밤송이게를 거제 토속어로 ‘씸벙게’라 불렀다. ‘수염처럼 보송보송하고 꽃처럼 활짝 핀 모양의 게’란 뜻이다. 경남 지역어로 수염을 ‘씸지’, ‘시~임지’라 부른다. 꽃이 활짝 핀 모습은 ‘벙글다.’라고 표현한다. 이 두 단어를 합친 말이 ‘씸벙게’라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씸벙게’를 익혀놓으면 꽃처럼 빨간 것이 둥글고 함박하다. 그리고 등딱지 윗부분에 꽃술처럼 생긴 긴 털이 두 가닥 나 있어, 영락없이 잔털 부숭부숭한 꽃송이 같다. 남해 지역에서는 ‘벙게’라 부르기도 한단다.

거제도에서는 워낙 흔하디흔한 놈이었기에, 장목 유호리 버드레 마을 주민들 말로는 “어린 시절 늘 바다에서 돌을 뒤져 씸벙게와 문어를 잡고 놀다 배가 고프면 고동을 주워 깡통에 구워먹곤 했다.”고 추억한다.

■거제사람들 추억의 맛

씸벙게를 넣고 팔팔 끓인 된장국은 맛이 깊어서 별도의 육수가 필요없다.
지금은 귀하신 몸이 되어 ‘봄의 별미’로 몇 마리씩 쪄먹는 실정이지만, 당시 거제 사람들은 이 ‘씸벙게’로 봄날 내내 된장국을 끓여먹었다. 봄철 밥상의 주요 식재료였다는 뜻이다. 씸벙게는 게 향이 진하고 은은한 단 맛이 돌기에, 육수 없이 맹물로 국이나 탕을 끓여도 구수하고 시원한 맛을 낸다.

거제 하청 출신 강정자(77)씨는 “거제 하청에서는 봄철이면 늘 밥상에 씸벙게 된장국이 빠지지 않고 올라왔다.”며 “친정아버님께서도 무척 좋아하셔서 맛있게 드시던 모습이 생각난다.”고 말한다.

주산지답게 거제에서는 씸벙게를 제사상에 올리기도 했다. 거제의 특산이면서 조상이 생전에 좋아했던 음식이었기에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제사상에도 오르지 못할 만큼 어획량이 급감해 거제 사람들의 아쉬움 또한 크다.

거제도에서 돌아오는 길 중간에 집에서 조리해 먹기 위해 씸벙게(왕밤송이게)를 산다. 진해 용원어시장에도 봄을 맞아 진해만에서 잡은 왕밤송이게가 가게마다 가득하다. 이곳에서는 ‘털게’로 불리는 왕밤송이게를 27번 중도매인 이명훈씨는 ‘성질이 온순해서 사람이 건드려도 공격성을 띠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집게발도 크지 않고 잘 물지도 않아요. 사람이 건드리면 밤송이처럼 동그랗게 움츠려 자신을 보호합니다.”사람으로 치면 내성적인 성격이라는 것이다.

■쪄먹거나 된장국 끓이면 깊은 맛

왕밤송이게를 주방 솔로 빡빡 깨끗하게 씻어준다. 왕밤송이게는 사니질(沙泥質)의 바다 밑바닥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몸체를 깨끗하게 씻어내야만 본연의 진하고 깊은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크기가 성인 주먹만 하기에 끓는 찜통에 10여 분 정도만 찌면 되는데, 찔 때는 배가 위로 향하게 뒤집어서 쪄야 한다. 여타 게보다 내장 맛이 질릴 정도로 짙고 고소하기에 장을 소실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거제 사람들은 ‘씸벙게는 장맛이 9할’이라 할 정도로 내장의 맛을 일미로 친다. 통영 사람들도 이 왕밤송이게를 즐겨먹는데, 정월대보름에 게를 짚으로 묶어 살짝 쪄서 먹곤 했단다.

앞서 말했지만 왕밤송이게는 쪄서 먹는 것도 좋지만 된장국으로 끓여놓으면 꽃게탕과 비견될 정도로 그 맛이 뛰어나다. 워낙 풍미가 좋아 국을 끓일 때 육수가 필요 없을 정도다. 토속된장을 풀고 무, 파, 땡초 등을 넣고 자작하게 끓여내면 해장이 될 정도로 그 국물 맛이 일품이다. 왕밤송이게를 일부는 찌고 몇 마리는 된장국에 넣고 끓여낸다. 가족들과 함께 둘러 앉아 게 다리를 뜯고 몸통 살을 파먹는다. 심지어 입에 물고 쪽쪽댄다. 달고 고숩고 진하다. 보글보글 끓여낸 된장국 한 술 뜨는데, 그 웅숭깊은 시원함이 끝 갈 데가 없다. 온 입 안으로 봄이 출렁이고, 바닷바람이 살랑댄다. 아~ 이렇게 봄은 오는 것인가!

거제 해역 곳곳에서 대량 서식했으나, 지금은 그 개체수가 적어 비싼 대접을 받고 있는 씸벙게. 그런 중에도 남해권역에서는 왕밤송이게의 서식환경 및 생태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일부 지자체에서는 인공종묘생산의 성공으로 방류사업까지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얼마지 않아 이 씸벙게로 넉넉하면서도 맛있는 봄날을 맞을 수도 있겠다.

시인 · 음식문화칼럼니스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청사포 풍력, 주민·구의회·사업자·정치인 갈등의 도가니
  2. 2부산서 '변이 비상' 울산 확진자 접촉 감염 다수 발생
  3. 3부산기업 자처 롯데, 엑스포 유치 역할론
  4. 4동백전 부가서비스, 교통카드·소득공제 OK
  5. 5[이상이 칼럼] 기본소득 포퓰리즘, 가짜와 짝퉁의 대결
  6. 6서부국과 함께하는 명작 고전 산책 <18>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
  7. 7태종대 모노레일, 부산시·건설사 줄다리기로 4년째 표류
  8. 8[르포] 한달 전 파낸 흙 아직도 기름냄새…중금속은 조사대상 제외
  9. 9서부산 기계부품산업, 국비 등 407억 투입…일자리 6000개 창출
  10. 10현대차 올 임단협 임금·정년 최대 이슈
  1. 1가덕신공항 이슈 사라진 김부겸 총리 후보 청문회…착공 늦어질라
  2. 2세몰이 나선 이낙연, PK 선점해 반등 노린다
  3. 3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현장 찾은 문 대통령 “세계시장 이끌어달라”
  4. 4눈길 끄는 시의회 조례 2제
  5. 5부산부동산특위 위원 선임 또 충돌…50일째 출범도 못해
  6. 6야당 당권 대진표 윤곽…주호영 10일 출마, 나경원 고심
  7. 7야당, 장관 후보 3인 지명 철회 요구…여당, 강행도 청와대에 철회 건의도 난감
  8. 8권익위, 공직자 투기의혹 55건 접수
  9. 9호남으로 가는 국힘…영남당 탈피 사활
  10. 10외유출장 임혜숙·밀수입 박준영·관테크 의혹 노형욱…3인방 청문보고서 채택 난항
  1. 1동백전 부가서비스, 교통카드·소득공제 OK
  2. 2부산신항에 글로벌 이커머스(전자상거래)기업 모신다
  3. 3스타벅스·이케아, 부산서 ESG 캠페인
  4. 4연금 복권 720 제 53회
  5. 5“항만 개발 막는 부처 월권…제도적 장치 절실”
  6. 6코리아스타트업포럼 부산협 회장 김태진 씨
  7. 7회복 가능성 있는 중소기업 신용등급 안 내린다
  8. 8부산시 주거복지센터 2곳 개소
  9. 9유통가 벌써 여름마케팅…소비자는 ‘하하(夏夏)’
  10. 10트렉스타 ‘낙상방지 기능성 슬리퍼’ 출시
  1. 1청사포 풍력, 주민·구의회·사업자·정치인 갈등의 도가니
  2. 2부산서 '변이 비상' 울산 확진자 접촉 감염 다수 발생
  3. 3부산기업 자처 롯데, 엑스포 유치 역할론
  4. 4태종대 모노레일, 부산시·건설사 줄다리기로 4년째 표류
  5. 5[르포] 한달 전 파낸 흙 아직도 기름냄새…중금속은 조사대상 제외
  6. 6서부산 기계부품산업, 국비 등 407억 투입…일자리 6000개 창출
  7. 7현대차 올 임단협 임금·정년 최대 이슈
  8. 8고도 3000m 비행기 안…초등생 승무원의 꿈을 이룬 하루
  9. 9코로나19 신규확진 500명대…울산發 확진자 발생 부산시 ‘긴장’
  10. 10부산 자치경찰위원회 공식 출범
  1. 1양현종 3⅓이닝 8K…빅리그 짧고 굵은 선발 데뷔 ‘굿’
  2. 2여자컬링 ‘팀 킴’ 연장 접전 끝 한일전 승리
  3. 3조상현, 남자농구 국대 새 사령탑
  4. 49년 만에 UCL 결승 오른 첼시…“맨시티 한 판 붙자”
  5. 5'고수를찾아서3' 대동류 합기유술… “칼 든 상대 제압할 땐 손목을 노려라”
  6. 6토트넘서 쫓겨난 모리뉴, 보름 만에 재취업
  7. 733세 양현종, 텍사스 최고령 선발 데뷔
  8. 8맨시티 첫 UCL 결승 진출…우승 향한 쾌속 질주
  9. 9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에 17점 폭격...5연패도 끝
  10. 10조급한 허문회 감독, 자충수만 반복
우리은행
서부국과 함께하는 명작 고전 산책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
이대한의 대안 모색
부산음악창작소 내일을 내다보다
리뷰 [전체보기]
살인마도, 그를 쫓는 경찰도 모두 괴물…오랜만에 만난 ‘웰메이드 스릴러’
‘메모리’ 한국어 제창 때 가장 큰 박수…그리자벨라 독창엔 전율
새 책 [전체보기]
브라이턴 록(그레이엄 그린 지음·서창렬 옮김) 外
돈이 되는 라이브커머스의 정석(현세환 지음)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꼰대를 향한 어른의 꾸짖음
작은 행동이 사회를 바꾼다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겨울’-전영근 作
‘Migrants’ - 손봉채 作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자가진단 /김만옥
그루터기 /정유지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스위트홈’의 이응복 감독
종영 ‘산후조리원’의 엄지원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비와 당신의 이야기’ 주연 강하늘·천우희
‘자산어보’ 이준익 감독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지금의 윤여정을 있게 한, 고마운 이름들
윤여정 오스카 수상만큼 기대되는 수상소감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인터랙티브 영화 또는 오래된 미래
유목 ‘당한’ 사람들 시대의 우울을 담다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1년 5월 6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1년 5월 5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1년 5월 6일(음력 3월 25일)
오늘의 운세- 2021년 5월 5일(음력 3월 24일)
장은진의 판타스틱 TV [전체보기]
우리 인생의 드라마 ⑩ KBS ‘사랑의 굴레’
트로트 팬덤의 진화 ⑦ 정동원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그림이 표현 못 할 풍경을 묘사한 강극성의 시
사람과 호랑이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
  • 해양컨퍼런스
  • 생명의강 낙동강 수필공모전
  • 2021부산하프마라톤
  • 바다식목일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