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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99> 김해인물연구회의 ‘해동이가 전하는 김해인물 이야기’ 1, 2

‘코주부‘ 그린 김용환, 임란 첫 의병 ‘사충신’… 김해 빛낸 33인의 삶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1-01-31 19:17:54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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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곤 열사 추모사업 계기
- 현대농업 선구자 박해수 등
- 위인들 자료 수집하고 정리
- 유행두 작가, 아이 눈높이 글
- 강길수 화백, 일러스트 그려

- “당신이 다음 페이지 장식할
- 지역인재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비닐하우스 농업에 성공했던 한국 현대농업의 선구자 박해수. 한국 만화 최초의 캐릭터인 풍자시사만화 ‘코주부’를 탄생시킨 김용환 화백. 한국 현대무용의 개척자이며 교육자인 박외선.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김해 사람’이다.
   
‘김해, 인물이야기’를 펴낸 김해인물연구회 저자들. 왼쪽부터 김지관유행두, 김상구, 강길수 씨.
김해에서 나고 자란 인물들의 업적을 담아낸 책이 나왔다. ‘금관가야의 고도’인 김해의 인물을 꼽자면 가야국의 시조 김수로왕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현대역사에서는 고 노무현 대통령도 생각난다. 그리고 또 누가 있을까.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해동이가 전하는 김해인물 이야기’라는 책을 펼치면 “이 사람도 김해 사람이었어?”라며 깜짝 놀라게 된다.

이 책을 만든 사람들은 순수민간모임 ‘김해인물연구회’이다. 두 권으로 나온 책에는 33인의 인물이 실려 있다. 연구회 회원들이 기존 서적, 지역 언론의 기사, 해당인물의 유족들과 기념사업회 등을 통해 자료를 찾아 수집하고 1차 원고를 정리했다. 이 원고를 아동문학가인 유행두 작가가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매끄럽게 다시 썼다. 책 속의 일러스트와 인물의 얼굴은 강길수 만화가가 그렸다.

이 책의 출판에 큰 힘을 보탠 것이 김해시였다. 책은 2020년 김해시 인재육성지원과에서 공모한 ‘우수 평생학습 프로그램 및 김해 바로 알기’ 사업에 선정돼 받은 지원금으로 제작됐다. 시민이 나서고, 김해시에서 지원해 만들어진 책은 현재 김해사람들이 “그 책 봤어? 어린이들만 볼 책이 아니야. 김해사람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라며 서로에게 권하고 있다. 책을 만든 김해인물연구회 회원들을 김해에서 만났다.

■이 분도 김해사람이었구나!

   
해동이가 전하는 김해인물 이야기 1, 2 - 김해인물연구회 / 고래책빵
김해시 대성동 가야사거리에서 연구회 회원들 몇 명을 만났다. ‘김해시민의 종’이 있는 거리 옆으로 해반천이 흐른다. 차가운 날씨이지만, 마스크를 낀 채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시민이 보였다. 이 거리에는 민주운동가 김병곤 조형물이 세워져있다. 책에도 실려 있는 인물이다. 김해 한림 출신의 김병곤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시절 유신독재정권에 항거하는 최초의 대학생 시위를 주도했던 인물로 1974년 사형을 구형받았다. 그때 김병곤은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저에게까지 이렇게 사형이라는 영광스러운 구형을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는 말을 했다.

김해인물연구회 김지관 회장은 “김병곤 조형물도 김해시의 지원을 받아 세웠지요. 그 일을 하는 동안 마음을 함께 하는 시민이 하나 둘 모였습니다. 조형물이 서고 난 뒤 모임을 해산하는 자리에서 ‘해산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모임이다. 김해를 위해 뭔가 일을 더 하는 모임으로 다시 시작하자’는 의견이 나왔죠. 그렇게 해서 2018년 12월에 김해인물연구회가 탄생했습니다. 30여 명의 회원들이 있습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 논의하고, 김해의 역사와 인물 공부도 했죠. 김해인물들을 찾아 ‘인물전시회’를 하면서 업적을 함께 소개하는 일을 할 때, 회원들이 ‘더 많은 사람들이 김해인물을 알게하기 위해서 책을 내야한다. 무엇보다 김해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볼 수 있는 책을 내야 한다’고 뜻을 모았습니다.”

유행두 작가는 연구회가 모은 자료를 보면서 ‘이 분도 김해사람이었구나’ 연신 놀랐다고 했다. 유 작가는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난 훌륭한 인물과 업적을 보면 어린이들도 자부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아이들은 자신의 꿈을 찾을 겁니다. 책 표지에 인쇄된 ‘이 책을 읽는 여러분 누구나 이 책의 페이지를 장식할 김해의 인물이 되길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연구회의 마음입니다”고 말했다.

강길수 만화가는 “인물 그림은 특징을 살리면서도 정감있게, 내용을 설명하는 일러스트는 만화 형식으로 재미있게 표현했다”며 “이 책을 김해의 어린이들이 모두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김상구 회원은 “처음 알게 된 인물이 많았어요. 역사를 좋아해서 연구회 사람들과 김해역사와 인물을 계속 알아가는 중입니다. 책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기쁩니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김해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끝없이 하고, 또 했다.

■저절로 알게 되는 김해 역사와 문화

책 속 33인 인물들의 이야기는 꾸미거나 부풀려진 것 없이 사실 그대로를 전해준다. 그래서 더 감동적이다. 임진왜란 당시 김해성을 지키다 순국한 사충신(송빈, 이대형, 김득기, 류식)은 왜란 당시 최초의 의병이었다. 그런데 그 사실은 김해 외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국전쟁 당시 이북면(현재 한림면)의 최대성 면장은 ‘김해의 쉰들러리스트’이다. 김해 보도연맹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을 때 이북면에서 희생자가 거의 없었던 것은 최대성이 용기와 재치로 주민을 지켜낸 덕분이었다. 조선 지배층의 부패에 문학으로 일침을 가한 김해의 관노이면서 시인이었던 어무적, 일본도자기의 어머니로 지금도 추앙받는 여성 사기장 백파선, 한글학자 허웅, 음악가 금수현, 통일운동가 김상원, 문학평론가 김윤식…. 두 권의 책에 소개한 33인 외에 다음 책에 등장할 인물들은 더 남아있다. 그리고 계속 찾고 있다.

송유인 김해시의회 의장은 “지역의 역사 문화를 알리고, 인재를 육성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책의 의미가 거기에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이라서 더 소중합니다”고 말했다.

   
책을 읽다보면 김해의 역사와 문화도 저절로 알게 된다. 우리나라의 역사 그림에서 ‘김해 퍼즐’을 집중적으로 보는 느낌이다. 책 뒤에 실린 인물들의 관련 장소 지도를 보면서 김해를 돌아본다면, 그 자체로 멋진 역사기행이 될 것이다. 취재를 하는 중에도 김해인물연구회 회원들은 탐방코스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 했다. 다음 책에 소개할 인물에 대한 정보도 주고받았다. 책이 나오고 난 다음에 ‘이런 인물도 있다’ ‘이런 사안은 연구회에서 나서주면 좋겠다’는 제보도 온다고 했다. 책도 3권, 4권 이어질 것이다. 옆에서 김해인물 이야기를 계속 듣다보니, 김해사람이 아니면서도 자부심이 생긴다. 우리나라의 인물이니까 말이다.

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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