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부아지에는 단두대에서 이슬로 사라졌다. 왼쪽은 부인 마리 앤.

프랑스 파리 부유한 법률가 집안에서 태어난 앙투안 로랑 드 라부아지에(1743~1794)와 마리 앤(1758~1836). 이 ‘부부 화학자’ 일생, 참 파란만장하다. 라부아지에는 천재였지만, 프랑스혁명 때 단두대에서 처형된 불운아. 당시 수학자 조제프 루이 라그랑주(1736~1813)가 “라부아지에 머리를 베는 데는 한순간이 걸렸지만 그런 머리를 만들자면 100년도 더 걸릴 것”이라며 애석해했다. 라부아지에 죄목은 ‘공금 횡령과 부정 축재, 방탕한 생활’. 그는 프랑스혁명을 지지했는데도 당시 공포정치를 편 3인 중 한 명인 마라와 얽힌 불화 탓에 비극을 맞았다. 라부아지에는 처형 1년여 뒤 복권됐다. 투철한 실험 연구 정신을 바탕으로 원소와 연소 개념 확립, 화합물 명명법 구축, 산소와 질량보존 법칙 발견 같은 그가 이룬 업적이 반전을 일으켰다.

과학과 종교 간 갈등도 극심했다. 16세기 수도사이자 철학 교수였던 지오다노 브루노(1548~1600)는 태양중심설을 옹호하다가 베네치아 공화국에 피소돼 화형당했다. 그 현장이 로마 캄포 데 피오리 광장. 여기 1889년 브루노 동상이 섰다. 290여 년 만에 과학과 종교가 화해했다. 동상 받침대에 쓰인 글귀. ‘브루노 그대가 여기서 불태워져 그 시대가 성스러워졌노라’. 로마교황청과 종교재판을 벌인 갈릴레오도 유명하지만, 신념 때문에 목숨을 버린 브루노에 비할 순 없다.

인류 최초 여성 수학자이자 철학자 히파티아(370?~414). 고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살았던 이 미녀에게 구혼이 쏟아졌지만, 그는 “나는 진리와 결혼했다”며 거절했다. 기독교 교리에 순응치 않다가 이단자로 몰려 피부가 벗겨진 채 불타는 장작더미 위에 올라섰다. 그는 당시 인류 지식 본산이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이끈 관장이었다고 한다. 히파티아가 죽자 학자들이 떠났고 도서관은 무너졌다.

이 얘기는 영화 ‘아고라’(2009년)로 부활했고,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유네스코 지원 아래 2002년 신식 건물로 거듭났다. 이 도서관 외벽엔 한글 ‘월’ 자가 보인다.

서부국 서평가·세상관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