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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치사가 할퀸 자유·자본·도시화의 상흔

'상흔을 넘어'展

  •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  |   입력 : 2020-10-04 18:47:23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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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방·개혁 경험한 세대별 거장
- 주진스·쑹둥·류웨이 3인 참여
- 설치미술·영상·회화 38점 통해
- 현대사회의 3가지 상처 보여줘
- 부산시립미술관 내년 2월까지

중국의 문화와 예술작품을 볼 때 정치와 관련 짓는 경향이 있다. 중국 예술은 중국 정부를 비판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소위 ‘반체제 가설’에 부합하는 작품이 환영받기도 한다. 중국의 팝아트 예술가 왕광이는 혁명기의 아이콘인 마오쩌둥의 초상이나 사회주의 선전 포스터의 형상으로 작업하는 등 레드 콤플렉스를 잘 활용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이 쑹둥의 ‘상흔’을 감상하고 있다. ‘상흔’은 장기판 위에 장기말을 집기류로 표현한 설치미술이다. 이원준 프리랜서 windstorm@kookje.co.kr
이 같은 중국 동시대미술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 ‘상흔을 넘어’ 전이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2020년 첫 국제전이다. 중국 현대미술사에서 최초로 아방가르드 정신을 구현했던 ‘싱싱화회’의 대표 작가 주진스 ▷1990년대 정부 통제에 저항했던 ‘아파트먼트 운동’을 주도했던 쑹둥 ▷후기산업사회의 감수성을 보여준 ‘포스트-센스 센서빌리티(Post-Sense Sensibility) 그룹’에서 활동한 류웨이의 작품을 소개하는 기획전으로, 설치·영상·회화 38점이 공개됐다. 주진스는 1954년생, 쑹둥은 1966년생, 류웨이는 1972년생으로 모두 중국의 개방과 개혁을 경험한 세대다. 작가들은 중국 정치사가 남긴 상흔(傷痕·상처를 입은 자리에 남은 흔적)을 넘어, 현재 인류가 앓고 있는 상처 자체에 주목한다.

   
류웨이의 '마이크로월드' 작가 및 북경 파우르쇼 재단 소장
미술관 2층 로비에 들어서자 쑹둥의 설치미술 신작 ‘상흔’이 공간을 모두 차지하고 있었다. 바닥엔 장기판이 그려졌고, TV·세탁기·냉장고 등 대형가전에서부터 장난감 등은 장기말이 됐다. 블라인드가 쳐져 있는 방에서 누군가 장기를 두면 미술관 직원이 로비에 있는 장기 말을 옮긴다. 장기를 두는 사람은 내가 움직이는 장기말로 인해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 코로나로 이동이 제한되고 통제가 극심해지는 상황을 표현했다. 장기말은 재개발로 자신의 주거지를 떠나는 사람들이 챙기지 못하고 남긴 물건이다. 그는 “평소 아끼는 물품으로 전시하는 것을 좋아했으며, 생활 속에서 애정이 담긴 물건들을 선택해 전시작품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주진스의 ‘남과 북’은 한지를 이어 24m 규모의 원통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원준 프리랜서
주진스는 길이만 24m가 넘는 초대형 작품 ‘남과 북’을 내놨다. 반원 모양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한지 1만3200장으로 이뤄졌다. 작가는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며 ‘치유’하는 시간을 보내길 원한 것 같다. 그는 “정치적 메시지를 담으려 하지 않았다. 이 설치 미술은 하나의 신전이다. 이 작품 근처에 어떠한 것도 두지 않았던 이유는 신성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순간적 시간의 흐름을 멈추고, 신성한 분위기를 느껴야 한다”며 예술을 초월한 감각으로 작품을 감상해달라고 주문했다.

류웨이는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출품작 ‘마이크로월드’ 등을 선보였다. 그는 “이 작품을 조용한 상태에서 차분하게 감상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시 작품들을 통해 타인의 상흔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면서, 그것이 상흔이라고 얘기하며 내가 상처를 치료하겠다고 말하는 상황을 얘기하고 싶었다. 이번 전시는 ‘상흔에 대한 치유’ 등 상흔과 관련된 부수적인 키워드보다 단순히 ‘상흔’에 대해 직관적으로 표현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민주화의 상흔, 자본 유입의 상흔, 결과인 도시화로 인한 상흔 3가지 주제로 짜여졌다. 문화혁명과 천안문사태에 뒤이어 개방 정책이 할퀸 중국 현대사의 상처의 흔적을 보여주려는 듯 보여 작가와 기획자 간에 불협화음도 느껴진다. 부산시립미술관 관계자는 “민주주의를 위해 저항했던 주진스의 작업에는 자유에 대한 깊은 상흔이 있으며, 정부 통제가 극심했던 1990년대의 개인적인 공간인 아파트에서 예술적 활동을 이어갔던 쑹둥의 작업에는 중국 현대사와 개인사가 극적으로 조우한다. 그리고 류웨이는 재개발을 해 매일 철거가 이루어지고 있는 베이징의 도시화 과정을 보며 이를 주제로 다양한 작업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사전 예약제. 전시는 내년 2월 28일까지.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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