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신작영화 프리뷰’는 관객들이 가질만한 신작영화의 궁금증들을 압축하여 Q&A 형태로 풀어내는 프리뷰입니다. 매주 목요일 업로드 예정이고,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Q1.칸에서 황금종려상 받았다고 들었다. 그러면 <기생충>은 어려운 예술영환가?
A: 전혀 아니다. 서로 다른 장르를 뒤섞는게 봉준호 영화의 특이점인데, 장르적 쾌감을 놓고만 본다면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 최상에 놓을만하다. 메타포가 있지만 은유적이거나 어렵지 않고, 아주 직설적으로 표현된다. 봉준호 영화 중 스토리텔링의 저점과 고점의 진폭이 가장 큰 영화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Q2.<기생충>이 장르영화라고? 그렇지 않은 영화도 있는가?
A: 일반적으로 ‘장르영화’라고 불리는 것은 일반적인 틀, 즉 스토리텔링이 비교적 명확하다. 관객 역시 어느 정도 유추를 하고 들어간다. ‘SF’, ‘로맨스’ 이런 용어들도 애초에는 없다가 점차 영화를 찍으면서, 관객들이 좋아하는 유형이 유사한 걸 발견하고 3,40년대 할리우드 배급사나 제작자 측에서 만들어낸 용어들이다. 예컨대 ‘히어로 영화’ 면 히어로 들이 세상(혹은 시민)을 구해야 되고, ‘스릴러 영화’면 긴장감이 조성된다. 그래서 그 틀을 깨는 영화들이 (너무 도식적인 구분이지만) 예술영화나 안티 장르영화로 불리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감독들은 의도적으로 자신의 영화에서 ‘장르’의 색채를 지우려하기도 한다.

<기생충>의 경우 블랙코미디를 베이스로 서스펜스 드라마, 가족 멜로, 스릴러 (심지어 호러도 있다!)가 모두 한 영화에 다 들어가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괜히 해외 평자들이 “봉준호 자체가 장르다.”라고 말한 것도 전혀 이상한 말이 아니다. (웃기다가 슬프다, 이 정도의 느낌이 아니고) 한 영화에서 이렇게 ‘장르’ 자체가 복합적으로 뒤섞인 영화들은 해외로 확장 시켜 봐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 헌데 그 뒤섞임이 원숙적인 연출로 인해 투박하거나 이물감이 들지 않았다.


Q3.봉준호 감독은 이제 영화 만들 때 여권을 뺏어야 하는가?
A: 이게 무슨 질문인가 싶을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전작 <옥자>(2017)와 <설국열차>(2013)는 감독의 초기작들보다 비평적 지지가 약했다. (두 영화는 봉준호가 만든 글로벌 합작 영화들이다.) 물론 그 영화들 역시 ‘망작’ 이라기보다 ‘평작’에 가까웠지만 늘 만점에 가까운 영화들을 만들어오던 봉준호였기에 다소 아쉬움이 남았던 것은 분명했다.

이런 아쉬움은 봉준호 영화의 공간과 관련된 부분이다. 필자는 봉준호가 ‘한국 외부’를 찍을 때 가장 강점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봉준호 영화에서의 공간들은 분명히 우리가 머물고 거닐었던 ‘한국’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신비하고도 이질적인 면모가 있다. 예컨대 <괴물>(2006)에서의 한강의 교량 내부, <마더>(2009)에서 관광버스, <플란다스 개>(2000)의 복도식 아파트. 그 장소들은 우리가 익히 가보았지만 전혀 생각치 못한 관점에서 바라보며 ‘낯설게’ 만들어 버린다. (브레히트가 주창한 '낯설게 하기'는 낯익은 것들의 새로운 측면들을 밝혀내어 현실을 상기하기 위해 일상적인 사물들과 자기 자신을 외부의 시선으로 보는 것을 말한다) 그 공간이 기차로 한정되고(설국열차), 뉴욕으로 넘어가 버리자(옥자), 감독의 진가가 온전히 발휘되지 못했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진=위로부터 <괴물>, <마더>, <플란다스의 개> 스틸컷. 봉준호 영화의 장소는 우리가 줄 곧 지나친 공간이지만‘낯설게’ 느껴진다]

Q4.공간이 중요하다고? <기생충>의 공간은 어떤가?
A: 이 영화는 영화의 6~70%가 부잣집인 ‘박사장’ 집에서 진행되고 있다. ‘실내극’이 과반을 차지하는 영화는 봉준호 영화중에 이례적인 경우다. 하지만 그 내부에 다양한 설치물과 구조의 차이를 통해 분명히 설정상 한 공간이지만 다른 공간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또한 매체를 통해 많이 알려졌듯, ‘수직’ 이라는 개념 자체가 중요하다. (스포일러라 언급을 못하지만, 이 개념과 관련해 아무도 예상치 못할 키워드가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가 느끼기에 ‘수직’ 만큼 중요해 보이는 것은 ‘내·외부’의 개념이다. 그러므로 각 층 별로 벌어지는 사건들이 어떤 교집합을 형성하는지, 반지하의 내부와 골목길. 고급저택의 내부와 정원 마당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주목해서 보시라.


Q5.<기생충>을 보기 전 참고할 만한 영화가 있는가?
A: 시간이 좀 있다면 봉준호 감독도 언급했듯,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을 보고 가면 아주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조금 더 넓게 보자면, 히치콕의 '서스펜스'와 끌로드 샤브롤의 '구조'에 김기영의 ‘성적 긴장감’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몇 장면들은 감독 자신의 영화에서 ‘셀프 오마주’ 하지 않았나는 생각이 드는 장면도 종종 있다.

[사진=<기생충>스틸컷. 영화는 ‘물’의 이미지가 강조된다]

Q6.그럼 <기생충> 은 봉준호의 최고작인가?
A: 필자는 <마더>가 최고작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필모의 순위를 따져보자면 가장 좋은 <마더>와 두, 세 번째로 좋았던 <괴물>과 <살인의 추억>(2003) 사이 어딘가라고 생각한다. (영화 중반 이후) 영화가 장르영화적 쾌감으로 신나게 달려나가다가 갑자기 사회·정치적 담론의 이미지를 펼쳐놓을 때, 굉장히 놀라웠다. 여하튼 전작 두 편이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번엔 충분히 만족할 만한 영화가 나와서 반갑다.


Q7.영화를 보기 전 당신이 놓치지 말아야 할 키워드 다섯 가지는?
A: 1)계단 2)돌 3)대왕 카스테라 4)냄새 5)모스부호

이동윤 기자 dy1234@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