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가지 사진 철학 에세이
- “전업작가에 힘 됐으면”

사진가 김홍희가 사진과 사진 행위에 대한 69가지 철학을 담은 책 ‘사진 잘 찍는 법’(김영사)을 펴냈다. 전국의 암자(庵子) 스물여섯 곳을 되밟아 새로 사진 찍고 글도 쓰며 완성한 ‘상무주 가는 길’(불광출판사)을 낸 지 6개월 만에 신간을 낸 셈이다. 그는 두 권의 책을 거의 동시에 작업하며, 약 40일 동안 원고지 2000매 분량의 글을 썼다고 했다. 가히 ‘글 쓰는 사진가’라 불릴 만하다.

	사진가 김홍희 ‘장영진 ⓒ 2017’

이번에는 지금까지 통용돼왔던 사진 룰을 깨부수는, 차별화한 단 한 장의 사진을 잘 찍는 법을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좋은 사진은 100% 완벽한 착한 사진이 아니다. 오히려 어딘가 비틀어지고 낯설어 보이는 2% 덜어낸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촬영자의 개성이 담겨 있는 사진은 익숙하지 않기에 사람들의 뇌리에 남는 좋은 작품이 된다. ‘사진 잘 찍는 법’은 사진 제목 다는 일부터 움직이는 피사체 찍는 법, 저작권과 초상권에 대한 설명까지 알려주는 실무지침서이자 노하우며, 좋은 작가란 무엇인지에 대한 사진 철학을 담은 에세이다.

따라서 SNS로 이미지가 범람하고 모두가 사진가가 될 수 있는 오늘날, 자신만의 사진 세계를 구축한 좋은 작가의 철학과 경험이 담긴 ‘사진의 교과서’ 같은 책이다. 작가가 5년 전 쿠바에서 찍은 흑백사진 40여 점을 수록해 사진집으로서의 소장 가치를 더했다. “일반적으로 다들 ‘쿠바’ 하면 화려한 컬러 사진을 떠올려요. 저는 반대로 흑백 작업을 했는데, 그러려면 자신감과 용기가 필요했어요. 작가의 길을 가는 데 주변의 호응이 없고 힘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서 선택했어요.”

김 작가는 “제가 전업 작가로 살다 보니 그 길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다. 작가들이 전문가의 길을 가는 데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책을 썼다”고 말했다. “‘사진 잘 찍는 법’이 제목 그대로 기술적인 의미보다는 사진가가 자존심을 갖고 작가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자기 지표로서의 의미를 담고 있어요. 남들은 저를 보고 ‘성공한 사진가’라고 하는데, 지금도 저는 매일 좌절을 겪으면서 나아가는 중이에요. 그런 저의 얘기가 작가들에게 힘을 줬으면 좋겠어요.” 그는 또 “전업작가로서 ‘본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책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는 어릴 때 홍역을 치른 후 한쪽 눈을 실명했지만, 나머지 한쪽 눈으로 사진가로서 성공적인 삶을 일궜다. “지난 40년 동안 셔터를 누르며 카메라 렌즈 한쪽이 저의 실명된 눈이라고 생각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어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찍는 이 자신이 풍요로워야 합니다. 사진 찍는 행위를 통해 성숙을 꿈꾼다면 한 장의 사진은 예술이 됩니다.”

김 작가는 2008년 니콘이 선정한 ‘세계의 사진가 20인’에 선정됐으며, 전국에 8000여 명 회원을 둔 ‘사진집단 일우’를 이끌고 있다. 칼럼니스트로 국제신문의 ‘세상읽기’ 칼럼을 올해로 만 8년째 연재하고 있다.

정홍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