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국유사 등 대표적인 전적 추려
- 전문가 해설·사진 자료 더해 소개
- 일반인도 선인 지혜에 쉽게 접근

일연 스님이 고조선부터 후삼국의 역사와 문화를 정리한 ‘삼국유사’, 금강경의 전체 내용을 삽화형식으로 해설한 ‘금강반야바라밀경변상’, 조선 말기의 선승 경허가 편찬한 우리나라 불교 선학의 지침서 ‘선문촬요’, 순 한글로 된 불교가사집 ‘권왕문’…. 범어사가 소장하고 있는 전적(典籍·책) 가운데 대표적인 100종을 속속들이 볼 수 있는 도록집이 나왔다.

범어사 성보박물관은 새 박물관 신축을 기념하고 소장 유물의 대외적인 홍보를 위해 전적을 사진 자료와 함께 정리한 ‘범어사의 전적(사진)’을 최근 펴냈다고 28일 밝혔다. 이 도록집은 범어사 성보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주요 불경과 해설서, 불가에서 지켜야 할 계율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 전통적인 불교 의식과 작법에 대한 방법을 담고 있는 책 등 1000여 점 가운데 대표적인 전적을 소개한 첫 결실이다. 박물관 측은 이번 도록 발간을 계기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역사적·사상적·문헌사적 의미를 밝히는 한편 매년 불화, 불상 등을 주제로 도록을 발간할 계획이다.

도록은 총 7부로 구성됐으며, 부마다 전적에 대한 전문가 해설을 첨부해 일반인들이 쉽게 경전의 의의와 성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1부 ‘보물이 된 부처의 가르침’에서는 범어사가 소장하고 있는 전적 중 보물 4종(삼국유사, 주범망경, 금장요집경, 불조삼경)과 부산시 지정 유형 문화재 13종을 소개한다. 2부 ‘나는 이와 같이 들었노라’에서는 한국 불교사상의 수립에 크게 영향을 미친 여러 불경과 해설서를 담고 있다. 3부 ‘보살행의 길’에서는 불경 중에서도 불가의 계율서인 율장(律藏)과 불교의 주요 교리를 논술한 일종의 교리서인 논장(論藏)을 다룬다. 4부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은 선을 수행하기 위한 선서(禪書)를 소개하고 있다. 5부 ‘일상생활이 모두 작법’에서는 일상 신앙생활과 제사, 장례 등 불교 의식절차를 담은 의례서를 공개한다. 6부 ‘마음을 가지고 부처를 구하지 말라’에서는 조사(祖師)와 선사(先師)들의 일생과 행적, 가르침을 담은 경전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7부 ‘동래부 금정산 범어사 개간’에서는 범어사가 주관해 간행한 전적을 책판과 함께 소개한다. 이중 ‘선문촬요’는 구한말의 승려 경허(1849~1912)가 선종과 관련된 중요한 글을 선별해 엮은 선학의 지침서다. 현재 범어사에는 이 책의 목판 118판이 보관돼 있다. ‘권왕문’은 조선말 건봉사의 승려 축전이 엮은 불교 가사집으로 권왕가, 자책가, 서왕가 등 3편이 실려있는데 모두 한글로 적혀있다. 1908년 범어사에서 간행됐고 목판 역시 범어사가 소장하고 있다.

범어사 주지 경선 스님은 ‘발간사’에서 “옛 전적에 담겨있는 선인들의 지혜를 되짚어보며 앞으로 좀 더 나은 길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이번 도록을 통해 많은 분이 전적과 그 속에 담긴 뜻깊은 이야기가 더는 멀리 느껴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