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책 읽어주는 여자] 떠나볼까요, 인생이라는 깨달음의 여정 /강이라

리스본행 야간열차 -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전은경 옮김/들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0-26 18:59:28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보이는 거라곤 민낯뿐인 야간열차
- 진실한 자신을 만나기 바람직한 곳
- 실망은 불행? 그건 선입견일 뿐이죠
- 실망을 수집하는 행위는 자아 찾기

남북의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유라시아 횡단 철도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부산-신의주 간 한반도종단철도를 중국 그리고 시베리아횡단철도로 연결해 한반도-유럽 육로 시대를 열겠다는 뉴스에 마음이 설렙니다. 정치적 문제로 섬처럼 고립되었지만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던 기마 민족의 대륙적 기질 때문일까요. 많은 한국인의 버킷리스트에 유라시아횡단여행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그럼 부산에서 출발한 기차는 유럽의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우리는 지금 서쪽의 끝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갑니다.
동명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빌 어거스트 감독의 ‘리스본행 야간열차’
고문헌학 교수인 그레고리우스는 빗속에서 한 포르투갈 여자를 만납니다. 그녀를 찾으러 들른 헌책방에서 우연히 집어 든 책 한 권에 그는 마음을 뺏깁니다. 아마데우 알메이다 프라두의 ‘언어의 연금술사’. 책 속의 프라두는 말합니다.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레고리우스는 이 한 문장에 이끌려 현실의 삶을 내버려 둔 채 프라두의 흔적을 쫓아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뛰어오릅니다. 프라두의 이지적 사색과 그레고리우스의 고독한 사유가 철로처럼 끝없이 펼쳐진 소설 속에서 야간열차의 목적지는 어디일까요.

문학을 하고 싶었지만 부모의 기대를 따라 의사가 된 프라두는 포르투갈 독재의 앞잡이, 멘지스의 생명을 구해줬단 이유로 많은 이들에게 배척당합니다. 신의를 회복하기 위해 저항운동에 뛰어든 프라두는 한 여자에게 매혹됩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오랜 친구의 연인이었습니다.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번민하던 프라두는 조직이 발각되어 여자가 제거될 위험에 놓이자 여자를 서쪽의 끝, 피니스테레로 탈출시킵니다. 떠난 사랑과 깨진 우정의 그늘 속에서 프라두는 펜을 들어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언어의 연금술사’를 읽으며 그레고리우스는 프라두의 삶과 신과 신의에 대한 깊은 성찰에 공감합니다. ‘실망은 불행이라고 간주되지만, 이는 분별 없는 선입견일 뿐이다. 실망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무엇을 기대하고 원했는지 어떻게 발견할 수 있으랴. 자신에 대해 정말 알고 싶은 사람은 실망을 수집해야 한다.’ 철학 같은 프라두의 글은 무겁고 진지하지만 한 줄 한 줄에 담긴 사유는 그레고리우스와 우리를 끝없이 각성시킵니다. 여행의 끝에서 그레고리우스는 제자리로 돌아가기로 결심합니다. 경험하지 못한 부분은 프라두의 말대로 상상력으로 채워졌으며, 떠나더라도 반드시 그의 일부분은 그곳에 남을 것이라는 걸 이제 믿기 때문입니다.

스위스 태생 작가 파스칼 메르시어의 본명은 페터 비에리. 대학에서 언어철학을 가르칩니다. 철학과 고전문헌학을 전공한 그의 해박한 인문학 지식은 이 소설의 가슴 뛰는 서사에 깊이를 더해줍니다. 책 말미에 실린 작가 인터뷰에서 메르시어는 말합니다. ‘삶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삶이란 상황 전체를 뒤흔들어놓아야 합니다. 누군가 갑자기 떠난다고 해도 놀라지 마세요. 그것은 자기 자신을 향한 필연적인 떠남입니다.’

그렇다면 왜 야간열차일까요? 우리는 왜 야간열차를 타고 아주 먼 곳까지 가기 바라는 걸까요? 밤 기차에서는 바깥 풍경을 볼 수 없습니다. 볼 수 있는 거라곤 어두운 차창에 비친 나의 민낯뿐입니다. 자기 인식과 깨달음을 위한 바람직한 장소인 것입니다. 또한 기차는 지리적,정치적 경계를 극복하고 국경을 넘어갑니다. 비행기와 달리 땅 위를 흐르는 기차는 내가 있는 지금, 여기를 분명히 보여주므로 우리 삶과 흡사합니다. ‘야간열차는 인생의 메타포다.’ 작가의 비유가 꽤나 절묘합니다. 오늘 밤,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몇 시에 출발할까요. 소설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형 급행철도(BuTX) 이어 가덕철도망도 속도전
  2. 2걷기 좋은 가을, 땅 기운 받으며 부산을 걷다
  3. 3[근교산&그너머] <특집> 추석 연휴 가볼 만한 둘레길 4선
  4. 4[단독]현직 부산 북구의원, 음주운전 사고로 입건
  5. 5알짜직장 적은 부산, 임금도 노동시간도 바닥권
  6. 6주가지수- 2023년 9월 27일
  7. 7불의의 우주선 고장…1년 넘게 우주 체류한 비행사 3명 ‘지구 귀환’
  8. 8늦여름 담양대숲 청량하다, 초가을 나주들녘 풍요롭다
  9. 9추석 앞 윤 대통령 지지율 36.0%로 1.8%p↓…국민의힘 36.2% 민주 47.6%
  10. 10월북 미군 트래비스 킹, 북한서 추방…미국, 신병 확보
  1. 1추석 앞 윤 대통령 지지율 36.0%로 1.8%p↓…국민의힘 36.2% 민주 47.6%
  2. 2이재명 추석 인사 “무능한 정권에 맞서 국민 삶 구하겠다”
  3. 3구속 피한 이재명…여야 ‘검찰 책임론’ 두고 극한대치
  4. 4구속 피했지만 기소 확실시…李 끝나지 않은 사법리스크
  5. 5北, 핵무력정책 최고법에 적었다…‘미국의 적’과 연대 의지도
  6. 6국힘 ‘여론역풍’ 비상…민주 공세 막을 대응책 고심
  7. 7위증교사 소명돼 증거인멸 우려 없다 판단…李 방어권에 힘 실어
  8. 8여야, 이균용 대법원장 임명안 내달 6일 표결키로
  9. 9한미일 북핵수석대표, 北핵무력 헌법화에 "강력 규탄"
  10. 10檢 2년 총력전 판정패…한동훈 “죄 없단 뜻 아냐, 수사 계속”
  1. 1부산형 급행철도(BuTX) 이어 가덕철도망도 속도전
  2. 2주가지수- 2023년 9월 27일
  3. 3주인 못 찾은 복권 당첨금 436억…‘대박의 꿈’이 날아갔다
  4. 4‘악성 임대인’ 334명, 보증금 1조6533억 원 ‘꿀꺽’
  5. 5부산지역 백화점 추석 연휴 교차 휴점
  6. 6추석 연휴 '블랙아웃' 막는다…정부, 풍력·태양광 출력 제어
  7. 7끊이지 않는 고속도로 졸음운전 사고… 4년 반 동안 1642건 발생
  8. 8BPA, 항만 근로자 애로사항 청취
  9. 9추석 ‘귀성길 핫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돈 얼마나 쓸까
  10. 10국제유가 13개월 만에 최고…국내 휘발유 ℓ당 1800원 근접
  1. 1[단독]현직 부산 북구의원, 음주운전 사고로 입건
  2. 2알짜직장 적은 부산, 임금도 노동시간도 바닥권
  3. 3백신 피해 중증자·유족 "정부 대책 잔꾀에 참담"…추석 뒤 국감 '大성토' 예고
  4. 4부산대, 글로벌 세계대학평가 상승세
  5. 5“강과 산 모두 있는 부산 북구, 다양한 재난대비 훈련”
  6. 6[영상]'명절 연휴가 무서워요', 거리에 유기되는 반려동물들
  7. 7부산시 생활임금 심의 투명성 높인다
  8. 82년 전 침수 우려 시설 적발 뒤 미시정 수두룩…지하차도 안전 불감 여전
  9. 9연휴 초반 기온 평년보다 살짝 높아…·나흘 뒤 바람 불고 쌀쌀
  10. 10추석연휴 과학관, 박물관 나들이 어때
  1. 1부산의 금빛 여검객 윤지수, 부상 안고 2관왕 찌른다
  2. 2추석연휴 첫날 金 쏟아지나…김우민 자유형 800m·황선우 계영 400m 출전
  3. 3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여자 플뢰레, 단체전 은메달 확보
  4. 4‘요트 전설’ 하지민 아쉽게 4연패 무산
  5. 5행운의 대진표 여자 셔틀콕 금 청신호
  6. 6한가위 연휴 풍성한 금맥캐기…태극전사를 응원합니다
  7. 7북한, 사격 여자 러닝타깃 단체전서 대회 첫 금메달
  8. 8럭비 척박한 환경 딛고 17년 만에 이룬 은메달
  9. 95년 전 한팀이었는데…보름달과 함께 AG여자농구 남북 맞대결
  10. 10북한 두 번째 금메달…안창옥 기계체조 여자 도마 우승
우리은행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토기 큰 항아리
상지건축과 함께하는 오 부산-유산과 미래
구호품 90% 부산항 집결…분유부터 재봉틀까지 총망라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2000년 역사 로마의 흥망성쇠 外
세상의 평화는 밥상서 시작된다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환희/전용신
가을바람 /임종찬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마스크걸’ 이한별과 고현정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1947 보스톤’ 강제규 감독
‘달짝지근해: 7510’의 유해진과 김희선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각기 다른 장르 韓영화 4파전…추석 누가 웃을까
OTT와 경쟁 이길 수 있나…영화티켓 인하 논의할 시점
일인칭 문화시점 [전체보기]
손민수가 2년 전 약속한 협연 무대, 관객과 로비인사 재개도 감개무량
더 순박한 인니판 ‘7번방의 선물’ 몰랐던 세계, 동남아 영화를 만나다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잠’ 은밀히 감춘 문제의식…웰메이드 공포물의 표리부동 미덕
‘원자폭탄의 아버지’ 삶과 고뇌…비극적 아이러니에 관한 통찰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9월 27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9월 26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그레이트풀 캠프 참관기
나는 솔로 16기-돌싱특집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3년 9월 27일(음력 8월 13일)
오늘의 운세- 2023년 9월 26일(음력 8월 12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휴가 받아 고향에서 추석 쇠는 즐거움을 노래한 오숙
구차하게 사는 걸 부끄러워 해야 한다고 말 한 맹자(孟子)
  • 맘 편한 부산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