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교육청서 독서교육 연구
- 아이들이 책 읽게 하는 방법 등
- 독서 관한 구체적·실용적 조언
- 놀이와 결합된 도서관 소개도

너무 오래된 물음이지만, 독서는 도대체 왜 해야 하나. 재미있어서? TV 드라마만 할까. 지식을 얻으려고? 정보가 차고 넘치는 디지털 시대에 참 고리타분하고 비효율적인 생각이다. 정서를 순화하는 순기능이 있으니까? 명작으로 일컬어지는 문학작품이 오히려 정서에 치명적인 폭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그럼 왜 독서는 동서고금 변하지 않고 권장돼 왔을까. 저자는 말한다.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기 때문이라고. 어마어마한 분량의 정보를 암기하는 것이 의미 없어진 시대에, 정보를 이해하고 분석하며 나아가 질문하고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란 얼마나 중요한가. 저자는 오로지 독서를 통해서만 이 능력의 배양이 가능하다고 본다.

놀이와 독서가 어우러진 도서관이 많이 생기고 있다. 사진은 김해기적의도서관. 호밀밭 제공

‘독서, 그 풍요로운 생각의 숲’을 쓴 이종섭은 부산에 살고 있으며,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국어교사로 20년 재직했다. 그 후 교육청으로 자리를 옮겨 독서교육을 파고들며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 자신이 엄청난 독서광이고, 아이들이 책 읽기에 흥미를 잃어가는 걸 안타깝게 여겨왔으며, 아이들(결국은 어른들)이 자연스럽게 책과 가까워질 방법을 오랫동안 생각해왔음을 알게 된다. 좋은 책은 무엇인가,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관한 그의 고민이 매우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데다 쉬운 언어로 적혀 있어서, 이 표현을 전달하는 방법을 얼마나 어렵게 고민했는지 역설적으로 느끼게 된다.

자식의 독서교육에 갈증을 느끼는 부모를 위한 조언들이 눈에 띈다. 아이들의 독서는 ‘노마드(유목)’다. 오늘은 곤충, 내일은 식물, 모레는 신화로 관심이 옮겨간다. “왜 진득하게 하나를 못 파고드냐”며 타박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 독서의 특징은 심화가 아닌 영역 이동이며, 이를 통해 적성과 흥미를 탐색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많은 부모가 궁금해하는 점은 ‘독서에 보상을 걸어도 되는가’이다. 지루하고 강압적인 독서를 경험한 뒤 책에 흥미를 잃은 아이에게, 그 즐거움을 다시 찾아주는 방법으로 나쁠 것 없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권장도서는 어떻게 선정돼야 할까. 독서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발전할 수 있을 만큼은 어려운 책.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찾기가 무척 어렵다. 하나 확실한 것은 독서란 작가와의 대화라는 것. 60세 문학가의 사고와 표현이 15세 청소년에게 정확히 날아가서 꽂히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어린 나이에 대문호의 고전을 독파했다고 자랑하는 것이 어리석은 이유다.

저자의 관심은 자유로운 해석과 오독의 차이, ‘온몸으로 울게 되는’ 인생의 책, 낭독의 의의, 전자책보다 흥미로운 ‘듣는 책’의 효용을 지나 독서를 하는 공간, 도서관에서 끝을 맺는다. 그는 이상적인 도서관의 예로 밴쿠버 공립 도서관을 든다. 이 도서관의 이상적인 면모는 개발시대에 지어진 우리 도서관들이 실패한 이유와 같아서 씁쓸하다. 시민 다수가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있고, 침묵을 강요하지 않으며 식당, 카페, 심지어 쇼핑센터가 한 건물에 있다. 놀이와 독서가 교묘하게 결합된 공간에서, 독서는 비로소 숙제가 아닌 놀이이자 일상이 되는 것이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