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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문화의 명장면 <35> 곰솔, 조선의 해양문화를 떠받치다

조선 수군에게도 어민에게도 꼭 필요했던 자원… 바닷가 ‘검은 소나무’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0-16 19:09:53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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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 ‘해금 정책’ 영향받은 조선
- 연근해 지역 소극적 방어 치중

- 수군용 판옥선·조운선 등 재료
- 단단하고 무거운 ‘곰솔’이 제격
- 군 기지 건설 등 다방면에 필요
- 건국 직후부터 벌목 금지 시행

- 어민들 역시 어선·상선·가옥 등
- 생활필수품 모두 곰솔로 제작
- 정부 정책으로 괴로움 겪기도

곰솔은 바닷가 모래밭이나 산에서 자라는 소나무로 색이 검다. 그래서 ‘검은 소나무’라고도 하는데, 줄여서 ‘검솔’ 또는 ‘곰솔’이라고도 한다. 바닷가에서 자라는 곰솔은 육지에서 자라는 소나무와 여러 면에서 대비된다. 먼저 육지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붉은색이기에 적송(赤松)이라 하지만 바닷가에서 자라는 곰솔은 검은색이기에 흑송(黑松)이라고 한다. 적송은 육지에서 자라므로 육송(陸松)이라고도 불리고, 곰솔은 바닷가에서 자라므로 해송(海松)이라고도 불린다. 붉은색 육송은 여자 같은 느낌을 주기에 여송(女松 )이라 하는 반면, 검은색 해송은 남자 같은 느낌을 주기에 남송(男松)이라 한다.

바닷가의 곰솔이 검은색인 이유는 소금기 가득한 바닷바람 때문이다. 사시사철 불어오는 거친 바닷바람 속에 잔뜩 들어있는 소금기를 온몸으로 맞으면서 곰솔의 줄기와 가지는 모두 시커먼 색이 된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곰솔은 바닷바람에 검게 그을린 바닷사람들의 또 다른 모습이라 할 수도 있다.

■ 판옥선이 튼튼하고 강했던 이유

   
부산 수영구 수영동에 있는 ‘부산 좌수영성지 곰솔’(천연기념물 제270호). 국제신문 DB
거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라는 곰솔은 단단하고 무겁다. 이런 곰솔의 특징이 조선 시대 해양 정책과 딱 맞아떨어졌다. 명나라 해금(海禁) 정책의 영향을 받은 조선 시대 해양정책은 수세적, 방어적이었다. 조선은 대양을 넘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길을 포기하는 대신 연해 지역을 소극적으로 방어하는 데 치중했다. 그러다 보니 조선 시대 해양활동을 상징하는 군함, 조운선을 비롯하여 상선, 어선 등도 모두 무겁고 느리다는 특징을 갖게 되었다. 조선 시대에 그런 군함, 조운선, 상선, 어선을 만드는 데 가장 적합한 목재가 다름 아닌 곰솔이었다. 곰솔은 단단하고 무겁기에 곰솔로 배를 만들면 당연히 무겁고 느릴 수밖에 없다.

건국 직후부터 조선 정부는 군함, 조운선을 만들기 위한 곰솔을 안정되게 확보하기 위해 송금(松禁) 정책을 시행했다. 소나무 벌목을 금지하는 정책이 송금 정책이었다. 바닷가의 경우, 해안에서 30리 이내 모래밭과 산중에서 소나무가 잘 자라는 곳을 송전(松田) 또는 봉산(封山)이라는 명목으로 소나무 벌목을 금지했다. 해안에서 30리 이내 모래밭이나 산에서 자라는 소나무가 바로 곰솔이었다. 따라서 조선 시대 바닷가에서 시행된 송금 정책은 결국 곰솔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에 다름 아니었다.

조선 시대 바닷가 송전이나 봉산의 곰솔을 불법으로 벌목하면 엄벌에 처해졌다. 예컨대 송전에 방화하면 사형이었다. 조선 후기의 경우, 바닷가 화전민들이 경작지를 개간하기 위해 송전을 불태우는 일이 잦았기에 이를 엄금하고자 사형까지 시켰던 것이다. 또한 다 자란 곰솔 10그루를 벌목하면 사형, 1그루부터 9그루까지는 귀양이었다. 어린 곰솔은 1그루만 벌목해도 곤장 60대의 엄벌에 처했다. 게다가 송전이나 봉산 안에 집을 지으면 곤장 100대에 유배 3000리라는 중형에 처했다. 조선 후기, 땅 한 평 없는 바닷가 백성들이 살 곳을 찾아 송전이나 봉산에 들어가 무허가로 집을 짓고 사는 일이 많았기에 나타난 일이었다.

그런데 조선 시대 송전과 봉산은 주로 경상도와 전라도에 지정되었다. 경상도와 전라도에는 섬도 많고 올록볼록한 해안선도 길 뿐만 아니라, 일본을 비롯한 해양세력을 방어하기 위한 수군기지까지 밀집 배치됐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 송전의 경우 모두 293곳이 지정되었는데, 그중 90%에 육박하는 264곳이 경상도였다. 봉산은 모두 282곳 지정됐는데, 절반이 넘는 142곳이 전라도에 지정되었다. 이 때문에 경상도와 전라도의 바닷사람들은 크나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 곰솔 보호 정책에 백성은 괴로워

   
부산 오륙도의 곰솔 군락.
순조 1년(1801)의 신유박해 때, 정약전과 정약용 형제는 천주교 신자라는 죄목으로 각각 흑산도와 강진에 유배됐다. 그들이 보고 들은 흑산도와 강진 어민들은 양반들에게 수탈당하고, 농민들에게도 무시되는 가엾기 짝이 없는 처지였다. 그럼에도 정부는 어민을 보호하지 않고 방치할 뿐이었다. 심지어 정부도 송금 정책을 이용해 어민을 억압하는 데 앞장서기까지 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고자 정약종은 순조 4년(1804) ‘송정사의(松政私議)’라는 글을 지어 송금 폐지를 주장하기까지 했다.

강진 다산초당에서 유배 생활하던 정약용이 보고 들은 송금의 폐단 역시 참혹했다. 그것을 정약용은 ‘승발송행(僧拔松行)-스님이 어린 소나무를 뽑네’라는 시에서 이렇게 묘사했다. 다산초당 뒤편 작은 봉우리를 넘으면 백련사(白蓮寺)라는 오래된 절이 있고 그곳에서 혜장 선사가 수행했다. 다산초당이나 백련사 공히 만덕산에 자리했고, 만덕산 아래는 강진만 바닷물이 접해 있으며, 소나무가 무성했다. 그래서 만덕산은 봉산으로 지정됐다. 다산은 유배 생활 중 혜장 선사를 만나기 위해 백련사에 다녀오곤 했다. 어느 날인가, 다산이 백련사 가는 길에 보니, 웬 스님이 산을 돌아다니며 어린 소나무를 뽑고 있었다. 다산이 불러 이유를 물었다. 스님은 울며 말하기를 ‘작년에 전라좌수영의 소교(小校)가 절에 와서 태풍에 부러진 소나무 가지를 증거로 송금을 어겼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 가더니, 올해는 또 군함을 만든다고 소나무를 베어갔지만 정작 군함은 하나도 만들지 않았으니, 소나무가 큰 화근(禍根)이라 여겨 어린 소나무를 미리 뽑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다산은 형 정약종처럼 송금 폐지를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바닷사람들을 위해 송금을 크게 변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의 곰솔로 만든 막강한 전함, 판옥선. 임진왜란 때 혁혁한 전공을 세운 군함이다. 국제신문 DB
■ 백성도 조정도 꼭 필요했던 자원

조선 시대 바닷가에서 시행된 송금 정책이 어민을 괴롭게 만든 이유는 곰솔을 놓고 어민과 정부가 경쟁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군함과 조운선을 만들기 위한 곰솔을 확보하고자 부득이 송금정책을 시행했다. 그런데 곰솔은 군함과 조운선을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경상도와 남해안을 따라 빽빽하게 늘어선 수군기지를 건설하는 데도 곰솔이 필요했고, 수군기지에 몰려 사는 군 가족들의 가옥을 짓기 위해서도 곰솔이 필요했다.

심지어 수군기지를 운영하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곰솔이 필요했다. 조선 시대 수군 지휘관들은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소금을 만들어 파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조선 시대 경상도와 전라도 바닷가에서는 가마에 바닷물을 넣고 나무를 때서 소금을 만들었다. 그런 소금을 자염(煮鹽)이라 했는데, 자염을 만들 때 최고의 나무는 단연 곰솔이었다. 송진을 품은 곰솔이 다른 나무보다 화력이 월등히 좋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곰솔이 다양한 방면에서 필요하다 보니 정부에서는 강력한 송금 정책을 통해 곰솔을 확보하고자 했던 것이다. 결국 조선 시대 국가 차원의 해양활동을 대표하는 군함, 조운선, 수군기지, 수군활동 등은 곰솔을 바탕으로 구현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조선 시대 어민들 역시 살아가기 위해서는 곰솔이 꼭 필요했다. 어선, 상선을 비롯해 어민이 살 집, 죽어서 들어가는 관까지 다 곰솔로 만들었다. 그뿐 아니었다. 어민들 역시 곰솔을 때 자염을 만들었다. 그렇게 민간 차원의 해양활동을 대표하는 어선, 상선, 어촌, 소금 생산 등등이 곰솔을 바탕으로 구현됐다. 이처럼 조선을 대표하는 해양활동은 국가 차원이든 민간 차원이든 곰솔을 바탕으로 구현됐다는 특징이 있다. 그런 면에서 조선의 해양문화를 떠받친 것은 바로 곰솔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명호 부경대 사학과 교수

※ 공동기획:부경대 사학과·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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