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한 조재현 모습

성폭력 의혹을 받던 배우 조재현과 영화감독 김기덕. 이들에 대한 성폭력 피해 추가폭로가 잇따르자 두 사람의 이름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일찍이 영화계에서 ‘김기덕의 페르소나’라고 불리는 등 조 씨는은 김 감독의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런 두 사람이 나란히 성폭력 가해자라는 의혹을 받게 되자 이들을 바라보는 세간의 눈초리가 곱지만은 않은 형국이다.

여기서 말하는 페르소나(Persona)란 ‘가면’을 뜻하는 그리스어이나 ‘가면을 쓴 인격’을 뜻하는 외적인격을 가리키는 용어다. 영화나 연극에서는 연출가의 분신이자 상징이 되는 배우를 지칭한다. 보통 연출가들은 자신의 작품 세계를 대변할 수 있는 대역으로서 이 페르소나와 오랫동안 작업하는 경향을 보여, 연출가의 페르소나는 곧 그의 자화상인 셈이다.

조재현은 영화 ‘뫼비우스’ ‘나쁜남자’ ‘섬’ 등 김기덕 감독의 영화 다수에 출연해, 김 감독 영화의 핵심을 정확히 짚어냈다는 평을 받아왔다.

국내에서는 조재현이 김기덕 감독의 페르소나로 지칭되는 것과 같이 유준상·이선균이 홍상수 감독의 페르소나로 평가돼왔다. 해외에서는 장 뤽 고다르(Jean－Luc Godard) 감독과 장 폴 벨몽도(Jean－Paul Belmondo), 마틴 스코시스(Martin Scorsese) 감독과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 오우삼(吳宇森) 감독과 주윤발(周潤發) 등이 유사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한편 지난 7일 MBC ‘PD수첩’에서는 지난 3월 방송된 ‘거장의 민낯’의 후속편인 ‘거장의 민낯, 그 후’를 통해 조재현으로부터 성폭행 당할 뻔했다는 일반인과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재일교포 여배우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방송에 공개된 조재현과 조 씨의 변호사는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하며 ‘왜곡·축소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조재현 뿐만 아니라 김기덕 감독 역시 여배우의 성폭행 폭로로 구설에 휩싸인 바 있다. 김 감독은 법원에 이번 ‘PD수첩’의 방송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