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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사 성보박물관 특별전 <하> 불상의 심장, 후령통

훼손된 불교 문화재 보존처리로 새 생명 … 모든 과정을 한눈에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8-06-01 19:00:21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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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농 튀고 긁히고 얼룩지고
- 보존상태 안좋은 불화·불상
- 과학적 분석 통해 복원·전시
- X선 촬영으로 본 복장유물도
- 7월 말까지 무료로 관람 가능

촛농이 튀고 좀벌레가 갉아먹은 범어사 원효암 아미타삼존도는 어떻게 본래 모습을 찾았을까. 아미타삼존도를 비롯해 훼손된 불화·불상 등 불교 문화재가 본래 모습을 찾는 과정과 결과를 한눈에 보여주는 흥미로운 전시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범어사 사자암 칠성도 보존처리 과정에서 발견된 초본, 보존처리 전과 후, 불상의 ‘심장’ 후령통. 범어사 성보박물관 제공
부산 금정구 범어사 성보박물관은 상반기 테마전 ‘부처님, 보존과학으로 빛나다’를 오는 7월 말까지 연다. 범어사가 보유한 불교 문화재와 이를 과학적으로 보존하는 ‘보존과학’을 동시에 보여주는 전시다.

보존과학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손상된 문화재를 최대한 본래의 모습으로 다시 가꾸고 문화재 내부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분야다. 문화재 보존처리는 과학기술을 도입해 문화재를 기록하고, 훼손의 진행을 멈추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다. 문화재는 과거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사는 이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범어사 원효암 아미타삼존도’(부산시 유형문화재 제141호)와 ‘범어사 사자암 칠성도’(부산시 문화재자료 제77호)’를 중심으로 불교미술의 보존처리 전 과정을 살핀다. 불상의 장기적인 보존을 위해 ‘복장’을 꺼내 보존처리하는 과정도 보여준다.

1부 ‘비춰보다’에서는 문화재의 원형 보존 방법을 살피고, 2부 ‘기록하다’에서는 과학적 분석을 통해 문화재에 사용된 재료와 손상된 원형의 역사를 밝히고 재현하는 과정을 알아본다. 제3부 ‘보존하다’는 박물관의 역할과 보존환경을 설명한다.

범어사 원효암 아미타삼존도는 1892년 조성됐다. 세로 172㎝, 가로 153㎝로 조선 시대 불화 가운데 규모가 큰 편이라 문화재 가치가 높다. 2013년 범어사 성보박물관이 보존처리를 위해 작품을 살폈을 때 상태가 무척 나빴다. 전체적으로 변색됐고, 촛농이 곳곳에 튀어 있었으며 좀벌레가 갉아먹은 흔적이 역력했다. 습기에 노출돼 보존상태가 양호하지 못했다. 성보박물관은 비파괴 조사, 현미경 촬영, 적외선 촬영 등 사전조사를 통해 ‘손상 지도’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보존처리를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작품을 해체해 이물질을 제거하고, 안료를 분석하고, 낡은 배접지를 떼고 결손부를 메웠다. 새 배접지를 붙이고, 작품을 벽에 걸 수 있도록 전통 방식으로 제작된 고리를 달았다. 마지막으로 수리 내용을 담은 ‘수리기’를 부착하면 보존처리 과정이 마무리된다.

성보박물관은 원효암 아미타삼존도 보존처리를 하며 앞으로 원본이 다시 훼손될 때를 대비해 모사도를 제작했다. 모사도 제작과정도 보존처리 과정 못지 않게 섬세하고 과학적이다. 빛바랜 현재 모습을 똑같이 재현하기 위해 갖가지 조사와 실험을 한다. 원본의 바탕 재질을 똑같이 표현하기 위해 바탕천을 직접 직조했다. 씨실과 날실 비율까지 재현하며 낡은 느낌을 내기 위해 염색과정도 거친다. 수없이 많은 색상 조합을 통해 원본의 현재 상태와 똑같은 색상으로 재현했다.

성보박물관은 원효암 아미타삼존도 보존처리 뒤 원본만이 아니라 보존처리 전 찍은 사진을 출력해 함께 선보인다. 모사도를 그리기 위한 초본과 모사도도 나란히 놓았다. 손상된 부위를 원인별로(물얼룩, 촛농, 변색, 들뜸, 긁힘, 곰팡이) 표시한 ‘손상 지도’도 볼 수 있다. 보존처리 전 과정과 그 효과를 한눈에 보여준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조성된 범어사 사자암 칠성도(78.5×58㎝)는 2016년부터 보존처리가 진행됐다. 특히 보존처리를 위해 해체했을 때 그림 밑바탕인 초본이 발견돼 놀라움을 안겼다. 사자암 칠성도도 보존처리 후 원본, 훼손 당시 모습, 모사도, 손상 지도를 비롯해 이번에 발견된 초본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불상을 보존처리 할 때는 불상 안에 들어있는 ‘복장(腹藏)’ 유물이 관심을 모은다. 불상과 불화를 조성할 때는 각종 다라니를 적은 진언(眞言)과 경전, 비단 천 등을 넣는데 이를 복장이라 한다. 복장을 꺼내는 건 ‘타임캡슐’을 여는 격이다. 복장 물목의 핵심은 ‘후령통(喉領筒)’이다. 후령통은 사람의 심장 같은 역할로 불상과 불화에 생명력과 신성성을 불어넣는다. 후령통 안에는 사리를 비롯해 오곡(五穀), 오약(五藥), 오향(五香) 등 오방과 세상에서 얻어지는 진귀한 물품이 들어간다. 불상에는 원형으로 만들고, 불화에는 방형으로 만든다.

이번 전시에는 불상에서 나온 후령통 실물과 함께 불상 안에 든 후령통을 X선 촬영을 통해 실제로 보여준다. 무료. (051)508-6139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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