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에서는 신부를 하느님께 제사를 드리는 사람들이라 하여 “사제”라고도 부른다. 그리고 신부를 안수하여 신부가 되게 하는 예식을 ‘사제 서품’이라고 한다. 부산과 울산 지역을 관할하는 부산교구와 창원과 진주 지역을 관할하는 마산교구도 최근 각각 사제 서품식을 하였다. 이 서품식에 참례하는 것을 천주교 신자들은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기에 3시간 전부터 입장하여 기다리는 신자들이 있을 정도이다. 또 여러 이유로 이 서품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많은 신자는 cpbc 부산가톨릭평화방송으로 생중계되는 방송을 청취한다.

지난 10일 경남 창원 마산성지여고 강당에서 천주교 마산교구 2018 사제 서품식이 거행됐다. 사제들이 엎드리는 데는 자신의 모든 것을 봉헌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남천주교좌성당에서 있었던 부산교구 서품식에서 황철수 바오로 주교는 새 사제들에게 예수님의 마음을 점점 키워갈 것을 요청하였다. 비록 적게는 7년에서 많게는 10년 동안 동료 신학생들과 함께 공동체생활과 학습을 통해 사제로서 준비를 착실히 해왔지만, 결정적인 그 순간 주교는 다시 한번 그들의 다짐을 확인하고 격려하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예수님의 마음으로 자신을 가득 채워 신자들이 자신들 안에서 자비로우신 예수님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강론을 들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했던 강론을 떠올렸다. 이 강론에서 교황은 물론 40년 전부터 아마존에서 선교사로 일해온 사제들과 30년 전부터 아프리카의 병원에서 일해온 수녀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교회의 사제들 안에서 봉사하는 대신 출세하려 안달하고 돈에 얽매인 사제들이 있음을 솔직히 보게 된다고 고백하였다. 이런 사제들에게 교황은 예수님께서 이들을 사제로 부르신 것은 자기 자신을 잊고 봉사에 몸 바치라고 부르신 것임을 떠올리게 한다. 나아가 봉사하지 않는 사제들은 교회를 장사꾼이 되게 한다고 강력하게 경고한다. 고통받는 사람을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그들을 돌보는 사제가 되라고 요청한다. 사제로서 살면 살수록 이런 부르심을 내면에서 듣지만 스스로 그 강도를 약화시키고 변명을 늘어놓는 모습을 본다.

하지만 교회를 더욱 교회답게 만드는 것은 머뭇거리지 않고 이런 요청에 더욱 충실히 응답하는 것이다. 얼마 전 들려온 소식은 다시금 우리를 희망하게 한다. 글라렛 선교 수도회의 이문수 신부는 고시원에서 굶어 죽은 한 젊은이의 소식을 동료 수녀들에게서 듣고, 이와 같이 가난한 젊은이가 많음을 깨닫고 젊은이들이 매우 싸게 김치찌개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열었다. 젊은이들이 찾지 않는다고 가만 앉아 푸념만 하는 교회가 아니라 젊은이가 아파하는 것을 가까이서 듣고 교회가 할 수 있는 것을 해 이들과 소통하는 교회를 꿈꾸는 것이다.

사제 서품에서 새 사제들은 무엇을 꿈꾸었을까? 단순히 제관으로서 하느님께 제사 드리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제물로 바치신 예수님을 닮아 자신을 내어주고 사람과 세상을 살리는 사제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더 나아가 모든 종교 지도자가 먼저 자신 종교의 이상을 살아감으로써 우리 사회를 더욱 살맛 나는 곳으로 만들어가길 희망해 본다.

cpbc 부산가톨릭평화방송 총괄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