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명사 주지 보운 스님을 만나기 위해 찾은 작은 방 안은 은은한 차 향기로 가득했다. 스님은 기자에게 차 한잔을 건내기도 전 선문답(禪問答)을 던졌다.

보운스님은 “부처님이 연꽃을 살며시 들어 보이자 제자인 가섭존자는 ‘염화미소’를 보였죠. 이는 ‘이심전심’과 통합니다”고 말했다. 불가에서 말을 하지 않고 통하는 진리, ‘불립문자(不立文字)’를 들려준 것이다.

그리고는 기자에게 커피를 한 잔 건내며 “맛이 어떠냐”고 물었다. 별 뜻 없이 “맛이 좋네요”라고 답했다. 답을 들은 스님은 입가에 알 수 없는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그제서야 기자는 “아차”하며 무릎을 쳤다. 앞서 스님이 말한 이심전심처럼 기자가 불제자가 될 수 있는 자질을 시험한 것이다.

보운 스님은 단양 방곡사 회주이신 묘허 스님을 은사로 두며 불가에 귀의했다. 원명사와의 인연에 대해 “10년 전 이곳에 머문 인연이 닿아 다시 주지로 내려오게 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스님은 평생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위로는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아래로는 중생을 제도 한다)’과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어느 곳에 가든 주인이 돼야 하고, 그 자리가 진리가 된다)’는 말을 품고 산다고 들려줬다. 박동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