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막내 신부님! 당신은 원래 이렇게 작은 사람이었음을 기억하십시오.” 아들 4명을 사제로 기른 이춘선 씨의 기도이다. 이 어머니는 사제가 되어 첫 부임지로 떠나는 막내 아들에게 선물 보따리를 들려주며 가장 힘들 때 그 보따리를 풀어보라고 했다. 이 아들은 사제로서 부푼 꿈을 안고 첫 부임지에서 생활을 힘차게 시작했지만, 현실은 생각한 것과 같이 되지 않았다. 어려움을 겪으며 힘들어하다 어머니께서 주신 그 선물 보따리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 보따리를 찾아 풀어본 순간 눈물이 흘렀다.

다음 달 7일까지 부산 중구 광복로 일대에서 열리는 ‘부산크리스마스 트리 문화축제’. 국제신문DB

보따리에는 자신이 백일 때 입었던 배냇저고리와 어머니의 기도가 적힌 편지가 있었다. 그 보따리에는 어른이 되도록 자신이 입던 배냇저고리를 간직하고 계셨던 어머니의 사랑과 배냇저고리를 통해 주신 어머니의 가르침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그렇게 힘들어한 이유는 바로 자신은 그렇게 작았던 사람이었음을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앙적인 표현으로 바꾸어 말하면 하느님의 힘을 잊고 자신의 생각과 욕심으로 너무나 큰 사람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가까이에 살고 있는 남포동에는 요즘 부산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로 사람들이 북적인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음식과 상품을 팔기 위한 상인들도 함께 모여든다. 또한 거리를 걷다 보면 전등을 배경으로 예쁜 사진을 남기려는 가족들과 연인 그리고 친구들을 흔히 만난다. 즐겁게 크리스마스를 경축하는 문화도 좋지만, 필자는 국제신문 독자들에게 조금 더 본질적인 것을 생각해 보자고 초대하고 싶다.

그리스도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하느님이란 크신 분이 배냇저고리에 쏙 들어갈 만큼 작은 사람이 되어 오셨음을 축하하는 날이다. 다시 말하면 온 세상을 창조하실 만큼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지극히 무능한 아기가 되어 오셨음을 기억하는 날이다. 나아가 크리스마스가 뜻하는 그리스도의 미사는 하느님이란 우리가 만질 수 없는 분께서 우리가 볼 수 있는 빵의 모습으로 오셨으며 그 빵을 모심으로 하느님과 하나가 됨을 기억하는 전례이다.

하느님께서는 자신의 생각과 욕심으로 너무나 커져 버린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사회 변두리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힘없는 사람들을 먼저 찾아가시어 그들을 위로하시고 사랑해주신다. 바로 그 사람들이 다른 부가적인 것들을 다 벗어던진 우리의 모습이다.

누구나 아기를 안고 사랑스런 시선으로 바라보듯, 배냇저고리에 쏙 들어갈 만큼 작은 사람이 되어 우리에게 오신 하느님은 또한 우리 마음속에 자비로운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이 있음을 일깨워주신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느 누구도 너무 가난해서 다른 이에게 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한다. 크리스마스는 우리에게는 사랑할 수 있는 힘이 있음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그 사랑을 더 이상 미루지 말라고 우리에게 호소한다.

나아가 그 사랑은 점점 우리 사회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 것이란 희망을 우리에게 심어준다. 국제신문 애독자들부터 헛된 것들로 자신을 해방시키는 크리스마스, 우리 주변의 작은 이들을 끌어안는 크리스마스를 보내도록 하자.

cpbc 부산가톨릭평화방송 총괄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