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박물관에서 한국천주교회 특별전시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가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에 대한 응답으로 230여 년 동안 이어져 온 한국천주교회의 역사를 바티칸과 전 세계 천주교회에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한국천주교회는 중국에서 가져온 천주교에 대한 책을 학자들이 읽고 조선 사회 속에 적용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는 전혀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일어난 기적과 같았으며 한국에서 천주교회는 시작부터 사회문제와 깊은 연관이 있음을 드러낸다.

초대 조선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 오륜대 한국순교자박물관 제공

이후 이들은 미사를 봉헌하고 고해성사에 참여하는 것과 같은 신앙생활을 위해서는 천주교 사제가 있어야 함을 깨닫고 교황청으로 사제 파견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이에 대한 응답으로 그레고리오 6세 교황은 교구의 초기 형태인 조선대목구를 설정하였고 브뤼기에르 주교를 초대 대목구장으로 파견하였다.

이런 설정 과정에서도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브뤼기에르 주교는 교황이 회람시킨 조선에서 온 편지에 모든 선교회들이 선교사 파견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편지를 써 자신이 조선 교회에 가겠다고 자원했다. 이 편지에서 주교는 선교사의 조선 입국은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였는데, 먼저 선교자금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하느님께서는 전능하신 분이시기에 이 일에서도 당신의 힘을 펼치실 것이라고 답하였다. 둘째, 조선으로 파견할 선교사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피를 흘리며 자신의 신앙을 지키고 있는 조선 천주교 신자들의 상황을 알리면 지원자가 줄을 설 것이라고 답하였다. 셋째, 조선으로 입국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목숨을 걸고 교황청으로 편지를 보낸 신자들이 입국을 도와줄 것이라고 응답했다. 마지막으로 누가 조선으로 가겠느냐는 물음에 대해 자신이 조선으로 가겠다고 지원하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의 태국인 시암에서 출발해 중국 대륙을 횡단해 여행한 브뤼기에르 주교는 조선에 입국하지 못하고 내몽골 마가자에서 병사하였다. 하지만 주교의 지원은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되었는데, 왜냐하면 이로 인해 조선 교회가 북경교구로부터 분리돼 독립된 교회로 출발하게 되었으며 이후 지원자들이 이어져 주교와 신부들이 목숨을 걸고 조선으로 입국할 수 있었다.

신앙의 선조들은 자신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희생한 분들일 뿐만 아니라, 계급제도와 같은 당시 사회에 만연한 불합리한 면을 개혁하려 했던 분들이다. 계급사회 안에서 하느님 안에 모든 사람이 존중받아야 할 형제요, 자매라는 이상을 이루기 위해 살았다. 이런 그들의 급진적인 면은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소로 받아들여졌고, 신앙의 선조들은 자신의 목숨과 모든 것을 희생해야 했다.

따라서 이 신앙 선조의 후손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의 신앙을 굳건히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 인류애적인 면과 비 그리스도교적인 면에 의문을 던지고 개혁해 나가는 것이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예수께서 가르쳐주신 ‘주님의 기도’를 드리며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라고 기도한다. 이제 신앙인들은 자신이 기도한 바와 같이 그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실천해야 한다.

cpbc 부산가톨릭평화방송 총괄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