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이탈리아. 한 성당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들이 성당을 찾은 이유는 유리병 안에 응고되어있는 피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갑자기 사람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유리병에 응고되어있던 피가 액채로 변한 것이다.

	사진=MBC

나폴리대성당은 사람들 사이에서 피의 성당이라고 불린다. 이유는 1년에 단 2번 성당에서 벌어지는 믿을 수 없는 현상 때문이었다.

한 번 응고된 혈액은 다시 액체화 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1년에 단 2번 응고되어있던 피가 다시 액체로 변하는 일이 나폴리대성당에서 일어났다.

사람들은 이를 ‘젠나로 성인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305년 나폴리, 젠나로는 로마 군사들에게 붙잡혀 왔다. 당시 나폴리의 주교였던 젠나로는 인자한 성품에 신앙심이 깊어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고 있었다. 평소 기독교를 탄압했던 티오클레티아누스는 젠나로를 맹수들에게 가도록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맹수들은 젠나로의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

결국 9월 19일 젠나로는 참수형에 처해졌고 그의 시신은 로마 곳곳에 버려졌다. 젠나로의 죽음을 슬퍼한 한 신자가 그의 피를 몰래 유리병에 담았다.

그런데 1389년 응고돼있던 젠나로의 피가 액체로 변하는 현상이 처음 목격됐다. 놀랍게도 이날은 바로 젠나로가 사망한 9월 19일이었다. 그날 이후 젠나로의 피는 매년 같은날 액체로 변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직접 보기 위해 매년 두 번 그날이 되면 나폴리대성당으로 찾아왔다. 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한 사람들은 젠나로의 피가 기적을 일으켰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피가 실제 피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생화학과 교수 뉴턴 하비에 따르면 젠나로의 피로 불리는 것은 피가 아닌 피처럼 보이는 다른 물질이라는 것이다.

틱소트로피겔은 일반적으로 고체상태이지만 움직임을 주면 액체로 변하고 다시 움직이지 않으면 고체로 변한다. 뉴턴 하비는 젠나로의 피로 불리는 것이 사실은 틱소트로피겔이라고 주장했다.

나폴리대성당 측은 “틱소트로피겔이 처음 보고된 것은 1863년이지만 젠나로의 피는 500여 년 앞섰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젠나로의 피를 두고 많은 논란이 지속되자 학자들이 응고된 피가 액체가 되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과학적인 이론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었다.

현상에 대해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한 가운데 1980년 9월 19일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늘 액체로 변했던 피가 전혀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사람들은 기적이 끝난게 아니냐며 크게 실망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얼마 후 나폴리 이르피니아에서 대지진이 발생했다. 진도7의 지진이 강타하며 1만여 명의 사람들이 부상을 입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젠나로가 재앙을 미리 알려주려 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에도 젠나로의 피는 변하지 않았다. 이에 정해진 날 젠나로의 피가 바뀌면 한동안 재앙이 닥치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 이를 경축하는 행사를 열기까지 했다.

그러던 2016년 9월 19일 젠나로의 피가 또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달 이탈리아 중부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그러자 이 지진을 미리 알리려 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과 함께 더 큰 재앙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며 불행에 떠는 사람도 있었다.

젠나로의 피, 지금도 매년 5월 첫째 주 일요일과 9월 19일이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젠나로의 기적을 보기위해 나폴리 대성당을 찾고 있다. 최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