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여는 방법은 아는데, 가게 닫는 방법은 몰라요." 고리원자력발전소가 있는 부산시 기장군 길천리에 살면서 많은 사람을 보고,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은유적으로 쓰였지만 여기에서 "가게"는 원자력발전소이다. 물론 발전소를 짓고 운영하며 경제성장에 많은 도움을 주었던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의 노고와 헌신도 잘 알고 있다.

	지난달 19일 0시 그린피스가 고리 1호기 터빈건물 벽면에 '필요없다 신고리 5, 6호기'라는 탈핵메시지를 비추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제품을 만들 줄만 알았지 그 제품을 분리해 재활용할 것은 재활용하고, 폐기할 것은 폐기할 능력이 없다면 그것은 큰 문제이다. 특히 맹독성 화학물질보다 더 위험하다고 할 수 있는, 지난 40년 동안 발전소를 운영하며 보낼 곳이 없어 발전소 안에 저장해온 사용 후 폐연료봉과 같은 고준위 방사선폐기물을 처리할 능력도, 반영구적으로 저장할 시설도 없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한국사회가 풀어야 하지만 눈 감고 있었던 많은 심각한 문제들 가운데 하나가 고준위 방사선 폐기물 처리 기술 확보와 시설 마련이다. 이런 의미에서 고리1호기 폐쇄는 선언했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또한 신고리 5, 6호기 건설 잠정 중단과 시민배심원단의 공론조사 실시 결정 뉴스를 접하며, 뉴스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신규 발전소 건설과 관련되어 그 결정에 영향 받을 많은 사람이 떠올랐다. 자신의 집이 발전소 건설 예정지 안에 있어 보상을 받고 이주해야 했던 마을 사람들, 일감을 찾아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을 찾아왔지만 3개월 동안 일을 쉬어야 해 그곳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 원룸 임대를 하고 식당을 운영하는 주변 마을 사람들, 그리고 건설을 진행시킬 수도 없고 떠날 수도 없는 대형 건설사 컨소시엄 직원들과 협력회사 직원들까지 많은 사람의 삶이 그 결정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겉으로 드러난 기사 이면에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수많은 사람의 삶에 눈감고 외형만 바라보고 있다.

어떤 사건을 접할 때 어떤 프레임으로 그 사건을 바라보고 해석하며 대처하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많은 기사가 고리 1호기 폐쇄와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을 정치 경제 환경과 같은 프레임으로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천주교 신부로서 필자는 이 뉴스를 자연에 대한 우리의 관계 맺음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려 한다. 다시 말해 자연을 대상으로 보고 이용하며 살기보다는 자연을 같은 하느님이라는 부모를 둔 형제와 자매로 받아들이며 살자고 제안한다. 자연을 이용하며 사는 것보다 형제와 자매로 받아들이며 사는 것이 더욱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나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길이라고 확신한다.

우리 사회는 경제성장이라는 개발 논리 앞에 환경과 인권, 생명과 같은 많은 소중한 것들을 희생시켜온 나라를 정상화하는 출발선에 서 있다. 이와 함께 그 목표를 이루는 과정 또한 배우고 있다. 우리 사회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사안들에 대한 정보를 솔직히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논의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의 미래를 투명하게 결정해 나가는 "민주적 정당성과 절차적 투명성"이라는 기초 수업 신청을 겨우 한 것이다.

cpbc 부산가톨릭평화방송 총괄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