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영화의 마지막 시대를 빛낸 걸작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특별전이 개최된다.

1928년 무성영화 수작으로 꼽히는 칼 드레이어 감독의 '잔 다르크의 수난'. 영화의전당 제공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부산 해운대구 우동)는 오는 13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마지막 침묵:1928년의 기적, 위대한 무성영화의 기억' 기획전을 연다. 이번 기획전은 무성영화가 종언을 고하던 1928년에 만들어진 무성영화 20편을 상영한다.

사실상 무성영화 시대의 마지막 해인 1928년은 유성영화로의 변화를 앞두고 무성만의 미학적 잠재력을 남김없이 구현한 걸작이 쏟아진 시기였다. 무성영화는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시네마토그래프를 발명해 최초의 영화 '기차의 도착'을 발표한 이후 1927년 미국에서 첫 유성영화 '재즈싱어'가 등장할 때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 '서커스'. 영화의전당 제공

이번 기획전 상영작은 영화사의 기념비적인 해였던 당시 변화와 무성영화의 마지막 시대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영화들이다. 잔 다르크의 재판 과정을 압축적으로 그리며 무성영화 최고작이자 세계 영화사의 기념비적인 걸작으로 꼽히는 '잔 다르크의 수난', 찰리 채플린의 슬랩스틱 코미디가 빛나는 '서커스', 뉴욕에 사는 보통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그린 '군중' 등이 대표적이다. 또 '트루브나야의 집' '웃는 남자' '남쪽 바다의 하얀 그림자들' 등 국내에서 공개된 적 없는 6편의 작품까지 모두 20편이 소개될 예정이다. 영화평론가 정한석과 남다은 씨가 각각 영화 '웨딩마치'(30일)와 '뉴욕의 선창'(다음 달 1일) 상영 후 특별 강연을 진행한다. 박인호 영화평론가의 시네도슨트 영화 해설도 예정되어 있다.

영화의전당 허문영 프로그램디렉터는 "유성영화가 도입되며 영화사는 거대한 변혁을 맞지만 영화에서 시각적인 것의 압도적 지위는 무너지게 된다. '사운드가 침묵의 위대한 아름다움을 파괴한다'고 개탄하기도 했다"면서 "그럼에도 영화산업은 가파르게 유성영화로 달려갔고, 무성영화의 비율이 유성영화를 앞섰던 마지막 연도인 1928년 가장 위대한 무성영화들이 쏟아져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 기획전에 상영하는 영화들은 한결같이 영화사의 만신전에 오를 만한 걸작으로, 유성영화가 잊어버렸던 영화만의 예술적 유전자를 발견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프로그램과 상영시간은 홈페이지(www.dureraum.org) 참조. 일반 6000원, 경로·청소년 4000원. (051)780-6000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