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 가량 되었다. 그동안 억누르고 있던 각계각층의 요청이 봇물 터지듯 새 정부에 쏟아지고 있다. 물론 새 정부가 한순간에 국민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선후와 경중을 따져 하나씩 하나씩 국민과의 약속을 실현해 갈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유족인 김소형씨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가운데 국민에게 희망을 준 사건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계엄군의 총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며 추모사를 읽어 내려간 김소형 유족의 사연을 들으며 대통령이 눈물 흘리고 퇴장하던 그녀를 아무 말 없이 따라가 꼭 안아주던 모습이었다. 이 모습에서 정부의 잘못으로 죽음을 맞이한 국민에게 미안해 할 줄 아는 정부, 국민을 죽이라고 명령한 책임자를 밝혀 정의를 바로 세우는 정부, 그리고 앞으로 국민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며 국민을 돌볼 수 있는 정부의 모습을 보았다.

과거 세월호에서 죽어간 학생들과 교직원들, 그리고 제주도로 여행 가던 분들의 죽음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던 정부, 살수차로 국민을 죽이고도 규정에 따라 행동하였기에 아무런 잘못도 없다고 주장하던 경찰에게 실망했던 국민에게 다시 희망을 줄 수 있는 모습을 본 것이다.

필자의 지인에게 웃지 못 할 에피소드를 하나 들었다. 그 지인이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운전을 하다 경찰 단속에 걸렸다. 그 경찰은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운전하면 생명이 위험하기 때문에 꼭 벨트를 매야 한다며 범칙금을 부과하였다. 그 때 지인은 "언제부터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그렇게 보살펴 주었냐"고 따지듯 물었다고 한다. 그 때 경찰은 아무 말도 못하였다.

경찰은 교통질서를 바로 잡는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교통질서를 바로 잡는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요즘 안 보이는 곳에 숨어서 교통 법규를 어기는 운전자를 잡아내는 교통경찰을 자주 본다. 범칙금을 거두라고 세금을 내어 월급을 준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보살펴 달라고 월급을 준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받아들이기 힘들다.

미국 유학 중 만난 경찰은 도로공사를 하는 곳마다 공사장 종사자들과 운전자들이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어김없이 나와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차량이 고장 나 갓길에 서 있을 때, 재빨리 달려와 지금 여기에 서 있으면 위험하니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불러주겠다는 경찰도 만났다.

힘없는 국민에게 강압적인 정부, 하지만 힘 있는 국민에게 비굴한 정부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인권을 존중받지 못 하는 국민이 아프다고 외치면 들어주는 정부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기본을 지킨다면 사람의 생명을 존중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정부가 될 것이다. 지난 번 칼럼에서 '선거는 손끝에서 시작하지만 국민의 삶에서 완성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 것과 같이 모든 국민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또한 "언론이 진실을 보도하면 국민들은 빛 속에서 살 것이고 언론이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면 국민들은 어둠 속에서 살 것이다"라는 고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도 지난 경험에서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cpbc 부산가톨릭평화방송 총괄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