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시만을 향해 달려가는 꿈이 없는 학생들과
- 그런 아이들 채찍질하며 정해진 길만 알려주는 부모

- 좋아하는 걸 지금 즐기라는 키팅 선생의 '카르페 디엠'
-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그림=헌즈 작가

얘-!



들킬 짓도 아닌데

그 말에 화살이 박히는 아이



지금 책 읽을 시간이 어딨어?

학원 숙제나 해.



내 아이는

상상력 그딴 거

안 키워도 된다는,

무지하게 위험한 부모의 언어폭력

내 아이는

창의력 그딴 거

안 키워도 좋다는,

무지하게 용감한 부모의 언어폭력



책 읽을 시간 죽이는 '사교육'에서

글자 하나 지운다.



사육



저의 졸시 '용감한 부모'입니다. 그런 부모가 많더군요. '대학 진학률 끌어올리기'에만 갈급해 제자의 꿈을 향해 독사눈이 되는 교사도 많고요. '죽은 시인의 사회 Dead Poets Society'는 그런 부모·교사에게 내미는 레드카드 영화입니다.

75% 넘게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하는 웰튼(Welton) 고등학교 학생들은 학교명을 비틉니다, 헬튼(Hellton)으로. '지옥 고교'인 건데요, 비극적 결말의 복선입니다. 그들은 네 개의 교훈, 즉 Tradition(전통), Honor(명예), Discipline(규율), Excellence(최고)도 Travesty(희화), Horror(공포), Decadence(퇴폐), Excrement(배설)라고 언어유희 합니다. 질풍노도 청춘의 일탈적 욕망을 일부 드러내는 설정이지요.

피터 위어 감독의 1989년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한 장면.

학생들은 영어 교사 존 키팅(로빈 윌리엄스)과 운명적으로 만납니다. 첫 만남 장면부터 독창적입니다. 교사가 탁자 위에 서더니 월트 휘트먼의 시 '오, 캡틴! 나의 캡틴(O Captain! My Captain)!'을 읊은 후 자기를 '마이 캡틴'이라 부르게 합니다. 이어서 그는 제자들이 로버트 헤릭의 시 '처녀들이여, 시간을 활용하길 바라노라(To the Virgins, to Make Much of Time)'의 첫 연을 낭송케 합니다. '그대들이 할 수 있을 동안에 장미 꽃봉오리를 따 모아라,/ 나이 든 시간은 끊임없이 도망치고 있다;/ 오늘 활짝 웃고 있는 이 꽃이,/ 내일이면 죽어가고 있을 것이니.' 키팅은 이 시의 교훈이 라틴어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며 '현재를 즐겨라(Seize the day)' 하고 영어로도 풀어줍니다.

키팅은 '언어의 맛을 배우면 세상과 자기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강조합니다. 그런 배움이야말로 생을 독창적이고 특별하게 만드는 길이니까요. 이 대목에서 불멸의 명대사가 나옵니다. "Words and ideas can change the world(언어와 아이디어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 문장을 쓸 때면 우리는 자연스레 도스토예프스키 소설 '백치'에 있는 명문장, 즉 'Beauty will save the world(아름다움이 세상을 구할 것이다)'를 떠올리게 되지요.

자유, 정의, 사랑, 평화, 공감 등 모든 위대한 미(美)는 언어와 아이디어로 창작한 산물이기에 솔제니친도 선배 대문호의 이 명구를 따와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문의 제목으로 삼았던 것이고요. 그런데 다수 학부모는 '세상을 구할' 자녀들이 책을 못 읽게 강제합니다. 아이디어를 만드는 능력이 상상력인데, 그걸 키우고 즐기려면 언어와 더 친해져야 하는데 왜 그 위대함을 간과하는 걸까요.

가슴에 더 깊게 새겨야 하겠습니다. 대문호 괴테도 철학자 비트겐슈타인도 남긴 명구, 즉 '당신 언어의 한계가 당신 세계의 한계이다(The limits of your language are the limits of your world)'를! 언어 실력을 키워 상상력을 키우면 우리 각자의 세계는 더 창조적으로 커진다는 함의를 담은 명문이지요.

키팅은 시를 읽는 이유도 가르칩니다. "시가 아름다워 읽고 쓰는 것이 아냐. 우리가 인류의 일원이기 때문에 읽고 쓰는 거야. 의학, 법률, 경제, 기술은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겠다만 시와 미(美), 낭만, 사랑 등은 삶의 목적인 거야." 시의 중요도·완성도를 합산해 시에 점수를 매기거나, 점수 따기 용으로 시를 외우는 입시교육 방식에 반대하는 키팅은 그 방식을 권하는 '시의 이해' 교과서 머리말을 통째 찢으라고 제자에게 지시합니다.

키팅은 제자들도 탁자에 올라서 보게 합니다. 세상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장면이지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을 낭송하곤 남이 걷는 길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삶은 경계하라고도 일깨웁니다. "각자의 걸음걸이를 찾기 바란다(I want you to find your own walk)"라고 하면서는 규율에 따른 획일적 걸음걸이를 바꿔보라고 가르칩니다. '각자의 걸음걸이'란 '독창성'의 은유이지요. 키팅은 그렇게 획일화의 위험을 향해 경종을 울립니다.

동문 대선배인 키팅이 학창시절에 만든 '죽은 시인의 사회'가 재결성되는 과정, 그들의 비밀 활동이 학내에 일으키는 소용돌이 등은 직접 보길 권합니다. 다만, 하버드대학교에 가 의학을 전공하길 강요하는 한 아버지가 연극 활동도 병행하고 싶은 아들의 꿈과 자유를 박탈하자 결국 아들이 자살하는 결말은 스포일러임에도 공개하기로 합니다.

자유란 무엇일까요. 시카고대학교 출신 노벨상 수상자들은 그들이 이룬 창조적 성취의 원천을 묻는 질문에 대해 모두 이렇게 답했지요. "Do what you love(좋아하는 걸 하십시오)." 자유, 즉 좋아하는 걸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꿈을 존중하지 않는 부모·교육자에게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카뮈의 명문을 소개하며 이번 글을 마칩니다. '자유란 더 나아지기 위한 기회이다(Freedom is a chance to be better).'


★닮은 꼴 감동을 책으로도 만나보십시오. 공지영의 산문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를 추천합니다.


외화번역가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