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예술인 진상규명 촉구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부산 문화예술계가 들끓고 있다. 그동안 '설'이 무성했던 블랙리스트가 지난 9일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조윤선 장관의 답변을 통해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부산 문화예술인과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는 시민문화연대'는 10일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블랙리스트 관련 성명을 냈다. 시민문화연대는 "박근혜 정부 비판, 일부 야당 정치인 지지, 세월호 진상 규명 요구와 연관된 문화예술인 1만여 명이 망라된 '블랙리스트'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시로 문체부에 전달되고 적용됐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부산 문화예술인과 시민은 문화의 자율성과 공공성을 훼손하고 부정하는 모든 시도를 규탄한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최용석 공동 대표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이념적으로 낙인 찍고 정권 차원에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는 만큼 서병수 부산시장 역시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문화예술계는 유명한 개인이나 큰 단체가 아니라, 지역 청소년 잡지나 '작은 잡지' 운동을 표방한 부산의 매체까지 샅샅이 조사해 블랙리스트에 오른 정황이 드러난 점에 대해 특히 분노했다. 세월호 진상 규명 촉구 서명을 했다고 부산민예총과 부산작가회의 회원 일부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소식에 이어 청소년 인문잡지 '인디고잉'을 펴내는 부산의 인디고서원과 광안리를 거점으로 발간하는 작은 잡지 '안녕광안리'의 ㈜광안리사람들까지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민예총 이청산 이사장은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는 표현의 자유와 헌법의 가치를 근본부터 무너뜨린 것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참담한 실상이다. 지역 문화예술계도 적극적으로 진상 규명 촉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안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