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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미술대전 청년작가 유럽미술관 탐방 가다 <3> 내 안의 틀 깬, 창작DNA 자극한 13박 14일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6-12-18 18:48:38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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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객과의 소통 중요성 느낀
- 바젤 '팅겔리 미술관'의 작품들
- 부산과 레지던시 미술교류 중인
- '함부르크 예술회관' 작업실 방문

- 마지막날 청년작가 한자리 모여
- 작품활동 계획·의지 불태워
- 탐방 과정 등 책으로 낼 예정

제42회 부산미술대전 '국제신문 청년 작가 특별상' 수상자 5인의 13박 14일 유럽 미술관 탐방은 청년 작가들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스위스 바젤 팅겔리 미술관에서 움직이는 설치작품 앞에 선 탐방단.
지난달 28일 시작한 일정은 런던 파리에 이어 아트페어의 본고장 스위스 바젤(지난 5~7일)과 부산과 미술 교류가 활발한 독일 함부르크(지난 7~8일), 5년에 한 번 세계 미술계에 화두를 던지는 '카셀 도큐멘타'가 열리는 독일 카셀(9일)로 이어졌다. 마지막 여정인 프랑크푸르트의 '슈테델 미술관'(지난 10일)을 찾은 뒤 일행은 지난 12일 귀국했다.

■새로운 자극 준 바젤·함부르크

함부르크 예술가회관에서 현지 작가 작업실을 방문한 탐방단.
바젤의 '팅겔리 미술관'은 스위스 현대 조각을 대표하는 예술가이자 키네틱 아트(kinetic art)의 선구자 장 팅겔리(1925~1991년)를 기념한 곳이다. 런던 파리보다는 작은 규모였지만, 청년 작가들은 기계처럼 움직이는 조각품으로 가득 찬 미술관에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1층의 작품은 버려진 바퀴 휠, 드럼통, 낡은 장난감 등으로 구성됐는데 어른 키 3배쯤 되는 큰 규모였다. 정해진 시간에 소리를 내며 4분가량 작동했다. 2·3층의 작품은 소품으로 관람객이 버튼을 누르면 작동했다. 청년작가들은 작품을 하나하나 작동시키며 어느 미술관에서보다 집중했다.

팅겔리가 던진 화두는 무엇일까. 서양화가 김수연(31) 씨는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만드는 사람도 즐겁고 보는 사람도 즐거운 작품을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털어놨다. 공예가 오지현(25) 씨는 "냉장고를 열면 작동하는 작품이 있었다. 냉장고 문을 열기 전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두근두근거렸다. 나도 관객이 기대하고 설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팅겔리의 작품은 청년 작가들에게 관객과 소통하는 데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졌다.

'함부르크 예술가회관' 방문은 국제교류의 힘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항구도시 함부르크는 몇 년 전부터 부산과 활발한 미술 교류를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부산 작가 4명이 함부르크 예술가회관에서 단기 레지던시를 한 뒤 현지에서 '사소한 발견' 전을 열었고, 함부르크 예술가는 부산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내년에도 작가들의 교류가 예정돼 있다.

방문한 날에는 함부르크 예술가회관 대표 미카엘 크레스 씨가 직접 부산 청년 작가들을 맞았다. 함부르크 예술가협회는 내년 40주년을 맞는 민간 조직이다. 작가 35명의 작업실, 전시실, 국제교류 단기 레지던시로 사용하는 예술가협회 건물은 10년 전 35명의 예술가가 함께 매입했다. 크레스 대표는 "한 달에 한두 번 전시하는데 큐레이터 없이 작가가 직접 기획한다. 월 1회 입주 예술가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데 의견이 많고 토론히 활발해 무척 힘들긴 해도 모두가 참여하기에 우리 모두 이 집의 주인이라고 느낀다"고 민주적 운영 과정을 강조했다.

청년 작가들은 미디어아트 사진 회화 타이포그래피 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 작업실을 방문해 작품 활동을 살펴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어서 돌아가 작업하고 싶어요"

함부르크 미술관에서 프리드리히의 1824년 작 '빙해'를 보고 스케치하는 서양화가 김수연 씨.
청년 작가들은 빡빡한 일정에 조금씩 지쳐갔지만, 작품 활동에 대한 열정은 더 세게 불타올랐다. 이들은 부산으로 향하기 하루 전 마지막 모임을 갖고 이번 탐방이 자신에게 준 자극과 앞으로 작품활동 계획을 서로 나눴다.

한국화 전공 전혜진(23) 씨는 "그동안 한국화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먹을 쓴다고 한국화는 아니지 않은가"라며 "유럽 미술관의 수많은 작품, 파리 페로탕 갤러리에서 본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을 보며 우리 역사를 그림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돌아가면 '촛불집회'부터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판화가 김나륜(24) 씨는 '다작'과 '새로운 작업'에 대한 결심을 밝혔다. 김 씨는 "고흐 피카소 모네 달리 마네 등 세계 미술사에서 이름이 높은 작가의 작품이 유럽 미술관 어디에나 있었다. 일단 스케치든 작품이든 겁내지 않고 많이 해야겠다고 느꼈다"며 "종이에 국한하지 않고 설치작업으로 영역을 넓혀 전시의 공간 구성을 다이내믹하게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유일한 디자인 전공자인 김민우(37) 씨에게도 이번 탐방은 뜻깊었다. 김 씨는 "실용예술의 바탕인 순수예술 작품을 마음껏 볼 수 있는 다시 없을 기회였다. 해체주의 미니멀리즘 등 시대를 이끄는 디자인 철학을 내 안에서 다시 한번 정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청년작가 5인은 이번 탐방의 과정과 탐방 후 작품 활동을 책으로 펴낼 예정이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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