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BIFF) 초미의 관심사는 개막식 사회자다. 특히 올해 BIFF가 스무 살을 맞은 가운데 개막식 사회자가 누구로 선정될 지 영화팬들의 관심이 더욱 고조되는 양상이다.

BIFF는 2012년부터 아시아권 영화인과 한국영화인 공동 MC 체제로 개막식 사회를 운영해 오고 있다. 2012년 안성기-탕웨이, 2013년 곽부성-강수연, 2014년 와타나베 켄-문소리가 개막식 사회를 맡았다.

올해 주인공은 배우 송강호와 아프가니스탄의 여배우 마리나 골바하리. "아프가니스탄에도 영화배우가 있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한국 영화팬에게 생소하다. 하지만 BIIFF 입장에서는 의미있는 선택이었다. 물론 이전의 외국배우들보다는 인지도가 떨어지지만, 처음으로 동북아시아권을 벗어났을 뿐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낯선 나라의 여배우를 관객에게 소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리나와 BIFF의 인연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리나는 지난 2003년 데뷔작 '천상의 소녀'로 부산을 찾았다. 이 영화의 제작 과정에서부터 부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었다. 앞서 2002년 아직 프로젝트 단계였던 '천상의 소녀'(프로젝트명 '무지개')를 APM에 초청했다. 일종의 모험이었다. 당시 시디그 바르막 감독은 아직 장편극 영화를 만든 적이 없었다. 2001년 탈레반 정권이 갓 몰락하였던 터라 영화제작이 가능할지조차 예상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초청했던 이유는 시나리오가 워낙 좋았고,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APM 이후 '천상의 소녀'는 제작에 탄력을 받기 시작했고 이듬해에 완성됐다. 이후 칸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당시 상영제목은 '오사마')에 초청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2006년에 개봉됐다. 마리나 골바하리는 시디그 바르막 감독의 눈에 띄어 연기자로 발탁됐다. 당시 열세 살이었던 그녀는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고 있었다. 거리의 소녀가 영화에 출연하면서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제는 어엿한 여배우로 성장했다. 시디그 바르막 감독은 마리나에게 아버지나 다름없다. 영화 출연 이후 마리나는 가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시디그 바르막 감독의 도움으로 유럽 유학을 떠날 수 있었다. 다만, 시디그 바르막 감독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아 프랑스로 망명한 뒤, 마리나도 유럽 이주를 고민하고 있다.

매니저 역할을 맡고 있는 마리나의 약혼자도 부산을 찾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