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길(왼쪽), 김명민

- '연가시' 감독 박정우 연출
- 김남길·김명민·정진영 등 출연

- 수입·배급만하다 첫 제작
- 지역 영화계 파급효과 기대

부산 영화사 (주)씨에이씨(CAC)엔터테인먼트가 원자력발전소를 소재로 한 재난영화를 제작한다. 순제작비 120억 원(마케팅 비용 포함 150억 원)을 쏟아붓는 한국형 블록버스터이다. 부산의 영화사가 100억 원이 넘는 상업영화를 제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AC엔터테인먼트는 다음 달 중순 기장군에서 영화 '판도라-꺼지지 않는 불' 크랭크인을 계획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CAC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는 '판도라'는 '연가시'의 박정우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하며 '변호인' '7번방의 선물' 등을 배급한 NEW가 투자와 배급을 맡았다. 배우 김남길을 비롯해 김명민 정진영 김영애 문정희 김대명 등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한다. 오는 12월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판도라'는 다소 민감한 소재인 원전 사고를 다룬다.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원전 냉각펌프실 파이프에 균열이 생기면서 냉각수가 유출될 위기에 처하자 이를 막기 위해 주인공(김남길)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이 발 벗고 나선다는 내용이다. 블록버스터급 재난영화 '연가시'(관객 451만 명)의 성공에 이은 박 감독의 두 번째 재난영화로, 벌써 올 하반기 기대작으로 꼽힌다.

이 영화를 제작하는 CAC엔터테인먼트는 2013년 설립된 부산국제영화제(BIFF) 자회사로,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그랜드 센트럴' 등 영화 수입·배급 사업을 해 왔다. 처음 제작에 나선 '판도라'는 '연가시'의 프로듀서였던 백경숙 총괄프로듀서와 함께 1년여 전부터 준비한 작품이다. 애초 부산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촬영할 예정이었으나, 기장군에 지으려던 야외 세트 건립에 차질을 빚으면서 강원도와 서울시 등지에서 촬영을 병행한다.

부산에 기반을 둔 영화사가 대형 상업영화를 제작하는 것은 지역 영화계에도 상당한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배우와 스태프 등 영화인력에게 상업영화 현장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며, 충무로와 교류할 단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판도라' 촬영 스태프 중 30%가 동서대와 경성대 출신이다. 부산영상위원회 강성호 사무처장은 "지역 신생 영화사가 블록버스터를 제작하는 것은 드문 일로, 지역 영화인에게 경험과 실력을 쌓을 기회를 열어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CAC엔터테인먼트 이창희 대표는 "영화 제작에 뛰어든 것은 회사 수익 창출뿐만 아니라 부산의 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상업영화 제작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판도라' 외에 1, 2개 작품 정도를 더 준비하고 있는 데 지역 영화인력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