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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재동의 아동문학 세상 <32> 앨리스 진 웹스터의 키다리 아저씨

'익명 후원'의 대명사 … 100년 시공초월 훈훈한 로맨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11-15 19:55:10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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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저자 앨리스 진 웹스터가 직접 그린 삽화.
- 세밀하고 정확한 서술방식 추구
- 사실주의 아동문학의 대표 작품

- 7년간 오빠친구 이혼 기다린 작가
- 결혼 이듬해 딸 낳고 숨 거둬
- 열정적이었던 삶 40세에 마무리

찬바람이 불고 추위가 몰려오면 사람들은 구세군의 자선냄비와 함께 '키다리 아저씨'를 떠올린다. 키다리 아저씨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후원자를 의미하는 관용어로 익어진 지 오래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키다리 아저씨' '11년째 쌀 기부하는 키다리 아저씨' 이맘때면 신문 지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사다.

'키다리 아저씨'는 미국의 여류 아동문학가 앨리스 진 웹스터의 작품이다. 웹스터는 1876년 뉴욕주 프레도니아에서 태어났다. 진 웹스터는 필명이며, 앨리스 제인 첸들러 웹스터가 본명이다. 아버지 찰스 루디 웹스터는 출판사 사장이었으며, 어머니 애니 웹스터는 '톰 소여의 모험'으로 유명한 마크 트웨인의 조카이다. 이런 문학적인 환경에서 자란 그녀는 1896년 배서 대학에 진학해 영문학과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교내 신문사와 잡지 등에 소설과 시, 수필을 발표하여 재능을 인정받았다. 사회학 공부를 위해 교도소와 소년원, 고아원 등 불우한 청소년들을 만나볼 기회가 많았는데, 이 무렵의 경험과 지식이 '키다리 아저씨'의 모티브가 되었다.

   
여성 잡지 '레이디스 홈 저널'에 연재되었다가, 1912년 단행본으로 출판된 '키다리 아저씨'는 출간과 함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1915년 오빠의 친구인 글렌포드 매킨리와 결혼하는데, 기혼이었던 글렌포드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부인과 이혼하기까지 무려 7년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결혼한 이듬해인 1916년 그녀는 딸을 낳고 사흘 만에 숨을 거둠으로써 열정적이고 아름다웠던 삶을 마감한다. 그녀의 나이 40세였다.

고아원에서 자란 명랑하고 유머가 풍부한 소녀 제루샤 애벗은 열여섯이면 고아원을 떠나야 하는데, 어느 날 원장으로부터 대학 진학을 위한 일체의 경비를 부담하겠다는 한 평의원이 있다는 말을 듣는다. 후원자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는 것과 4년 동안의 대학 생활을 편지로 써서 보내달라는 조건을 제루샤는 흔쾌히 받아들인다. 얼핏 본 후원자의 기다란 뒷모습을 기억하고, '키다리 아저씨'라는 별명을 붙인다. 자신의 이름을 주디로 바꾼 제루샤는 4년이란 긴 세월 동안, 난생 처음 고아원 밖에서의 생활에서 얻은 신기한 경험과 대학 생활을 통해 느낀 자신의 감정을 담아 답장 없는 편지를 쓴다. 주디는 친구의 삼촌인 저비스 펜들턴을 알게 되고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4년의 세월이 흘러 대학을 졸업한 주디에게 저비스 펜들턴이 정식으로 청혼하지만, 자신을 돌봐준 키다리 아저씨를 생각하고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한다. 주디는 키다리 아저씨의 생각을 담은 편지를 보내고, 만나자는 연락을 받는다.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밤을 꼬박 새운 주디는 키다리 아저씨 집에 도착하는데, 뜻밖에도 그곳에는 저비스 펜들턴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제야 자신의 후원자가 저비스 겪들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앨리스 진 웹스터 (1876∼1916)
'키다리 아저씨'는 출간 이래 100년이 지나는 동안 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사람들은 그저 대중적인 로맨스 소설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진 웹스터에 대해서도 알려진 게 거의 없었다. 그러나 아동문학에서는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미국에서 아동문학에 사실주의를 도입한 최초의 작가는 대니얼 디포이다. 사실주의는 독자에게 실제로 경험한 것 같은 환상을 주도록 외부 사실을 세밀하고 정확하게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로빈슨 크루소'는 난파당한 뱃사공의 비상한 사건을 취급하면서도, 보도문 같은 세밀한 서술방법을 사용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마치 일상생활의 한 페이지로 받아들이게 한다. 이러한 미국의 사실주의는 스토우 부인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으로 이어지고, 웹스터의 '키다리 아저씨'에서 그 진가를 드러낸다.

   
사실주의자들의 눈에 비친 인생은 약간의 아름다움과 기쁨으로 밝아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지루하고 불행하다. 진 웹스터의 '키다리 아저씨'는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행복을 마음껏 즐기며 살아가는 주디의 일상을 편지라는 형식을 통해 밝고 가볍게 그려낸 미국식 사실주의의 명작이다. '김장훈, 김태훈 독도 키다리 아저씨로 뭉쳤다'. 최근 한 신문 지상에서 이런 제목의 기사를 읽으며, 이렇게 버젓이 이름을 밝힌 '키다리 아저씨'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키다리 아저씨는 그저 '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으로 변모한 것일까.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는데, 우리가 기다리는 '키다리 아저씨'는 어디쯤 오고 있을까.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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