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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재동의 아동문학 세상 <31> 케니스 그레이엄의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너무나도 인간을 닮은 동물 판타지의 명작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11-08 20:03:17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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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니스 그레이엄
- 두더지 모올·들쥐 래트 등
- 모험이야기·전원생활 담아
- 서정적이면서 화려한 문체

- 작가는 아들에 들려준 이야기
- 은퇴 후 책 발간, 대단한 인기

아동문학에서 판타지가 차지하는 영역은 무궁무진해서 단순한 민담 속의 요정과 마법 이야기에서부터 복잡하고 난해한 상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물질주의의 팽배 가운데 어린이들의 지능도 높아가지만, 판타지는 여전히 영어권을 중심으로 아동문학 작품 속에 굳건히 자리를 지켜왔다. 존 로 타운젠트는 '어린이 책의 역사'에서 판타지를 '동물과 무생물에게 인간적 특성을 부여한 판타지(동물 판타지), 상상으로 나라들을 만들어 낸 판타지(네버 랜드), 세상에 존재하지만 사물의 자연적 질서를 거부한 판타지(창조된 세상)' 등 세 가지로 분류했다. 동물 판타지는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이야기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있다. 양 세기(19,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동물 판타지로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1908)'을 꼽는다. 사람과의 관계에 의해 역할이나 운명이 결정되는 수동적 삶이 아니라, 동물 스스로 인간화한 사회를 이루어 살아가는 가장 인간적인 동물 판타지라는 점에서 지금까지도 주목받는다. '어린이 책'의 저자인 메이 힐 어버스넛은 '털가죽을 두른 우리 자신'이라고 할 정도로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의 동물 주인공들은 인간을 그대로 빼닮은 뛰어난 캐릭터들이다.

1859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태어난 케니스 그레이엄은 4세 때 어머니를 여의고 할머니 밑에서 자랐으며, 백부의 도움으로 간신히 중학교를 졸업하고 런던으로 가서 17세의 나이로 은행원이 되었다. 풍부한 감수성과 타고난 문학적 재질은 어쩔 수 없어, 단조롭고 고된 직장 생활 속에서도 틈틈이 작품을 쓰면서 잃어버린 활기를 되찾곤 했다. 41세에 결혼하고 이듬해 낳은 아들 앨러스테어를 위해 밤마다 들려준 두더지와 두꺼비 이야기를 모아서 책을 만든 것이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이다. 이 책은 은행을 퇴직한 1908년에 출판되었으며, 책이 나오자마자 대단한 인기를 얻었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강둑에 사는 두더지 모올과 들쥐 래트, 두꺼비 토드와 수달 포틀리가 중심이다. 모올과 래트는 바구니에 점심을 싸들고 한가로이 보트를 타고 놀면서 목가적인 전원생활을 즐긴다. 그러나 강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담비나 족제비처럼 달갑지 않은 동물들이 사는 와일드 우드가 있고, 그 너머에는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동물이라면 관계를 맺지 않는 넓은 세계 와일드 월드가 있다.

첫 번째 이야기는 그들의 괴짜 친구 두꺼비 토드가 벌이는 모험이야기다. 겁도 없이 자동차를 몰고 와일드 월드로 갔다가 사고를 내 병원에 입원하고, 인간의 자동차를 훔치다 감옥에 갇히고, 그 결과 선조 대대로 내려온 집을 담비와 족제비들에게 빼앗긴다. 토드는 간수 딸의 도움으로 세탁부 옷을 입고 감옥을 탈출한다. 뒤늦게 후회하고 정신을 차린 토드는 위엄 있는 오소리 배저와 강둑 친구들의 도움으로 적들을 몰아내고 잃었던 집을 되찾아 예전의 목가적인 생활로 돌아간다.

두 번째 이야기는 강둑과 와일드 우드에서 펼쳐지는 모올의 이야기로 토드는 등장하지 않는다. 모올은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게으른 생활과 좋은 교제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다. 네 개의 장으로 된 이 두 번째 이야기는 아름답고 화려한 필치로 케니스 그레이엄이 원하던 목가적인 생활이 무엇인가를 펼쳐 보여준다.

세 번째 이야기는 책의 초고를 완성하고 나서 삽입한 것으로 '모두가 방랑자들' '새벽녘의 피리 부는 목신' 등 2개의 장으로 되어 있다. 모올이 자신의 안정된 삶을 영원히 포기함으로써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렸으며, 신비로운 형식과 분위기가 특징으로 작가의 생활철학이 잘 드러나 있다.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아름다운 문장, 더 이상의 표현이 불가능할 것 같은 환상적인 묘사, 서정적이면서 화려한 문체 등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은 최고의 고전으로,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대표작가의 대표작이다. 모든 연령의 독자들이 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어린이들은 토드의 모험에 열중할 수 있고, 나이가 들면 강둑에서의 모올과 래트의 목가적인 생활에서, 허리가 굽어지면서는 모든 것을 버린 주인공들과 함께 신비스런 '목신' 팬의 아름다운 음악에서 위안을 받을 수 있다.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이 어린 시절 읽은 책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으로 꼽았으며, '곰돌이 푸우'의 알렉산더 밀른도 이 책의 열렬한 팬이었으며, 미국의 32대 대통령 루스벨트는 이 책을 집무실에 두고 몇 번이고 읽으며 업무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한다.

   
이 작품을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읽은 사람도 미묘하고 복잡한 작품의 밑바닥까지는 다다를 수 없다고 하니, 심리학자 로버트 드 버드의 '토드를 위한 심리상담'도 이 작품을 전문으로 연구한 애니 고거의 상세한 주석이 붙은 '주석 달린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도 이 작품의 심오한 뜻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인지 모른다. 삽화에 동원된 사람만 해도 '아기 곰 푸우'의 어니스트 하워드 셰퍼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아서 래컴, 에릭 코터랜드, 로버트 잉팬 등의 이름이 올라와 있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은 20세기 동물 판타지의 새로운 이정표를 찍으며, 복잡하고 미묘한 환상의 세계를 연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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