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상대 신부의 복음단상 <36> 구유의 마지막 등장인물

아직도 기다리는 아기 예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1-04 19:26:54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루벤스의 '박사들의 방문'.
계사년 새해가 시작되면서 세상은 크리스마스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새해를 중심으로 분주하지만, 교회는 아직도 성탄시기를 지내고 있다. 교회는 통상 예수성탄대축일부터 예수의 공현대축일까지 약 2주 동안 예수의 탄생을 기념한다.

예수의 출생 소식을 전하는 루카복음(1,7)은 여관에 방이 없어 베들레헴의 마구간에서 태어난 예수를 구유에 뉘었다고 한다. 그 구유의 모습은 성당이나 교회에 가면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처음에는 구유에 예수와 양친, 몇몇 목동과 가축들의 조각이 놓여 있다가 공현대축일이 되면 왕의 모습을 한 세 명의 박사들이 등장한다. 이는 마태오복음(2,1-12)에 근거한 것으로 헤로데 대왕 시절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예수가 동방박사의 방문에 의해 공적으로 세상에 드러남을 의미한다.

세 명의 동방박사가 베들레헴을 정말 찾아왔을까를 논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 또한 복음서의 전사(前史)에 속하는 대목으로써 신화적 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오늘날까지 이 이야기를 토대로 크리스마스 구유에 동방박사들을 등장시켜 예수 성탄 사건의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선민으로 자처하던 유대인들이 무관심하고 있을 때, 하느님은 멀리 이방인들을 불러 세상의 왕을 찾아보게 하신 것이다.

원래 태양신의 탄생일이었던 12월 25일을 로마교회가 4세기부터 세상에 빛으로 오신 그리스도의 탄생일로 대체한 사실은 널리 알려진 바다. 동방교회는 세 명의 박사들을 이름하여 카스팔, 멜키올, 발타살이라 부르고, 이들이 찾아온 사실을 기념하는 로마교회의 공현대축일을 진정한 의미의 성탄대축일로 지내고 있다.

오직 하늘에 떠오른 별을 보고 왕을 찾아 경배하겠다는 일념으로 신앙의 긴 여행을 시작했던 동방박사들의 순수하고 착한 마음은 충분히 모든 신앙인들의 표본이 된다. 네비게이션은 물론 지도조차 없던 그 당시, 먼 여행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한 가닥 별빛과 그 별이 의미하는 미지의 왕에 대한 희망과 꿈으로 부풀어 있었으니, 사실상 자기들의 남은 인생을, 자기들의 모든 것을 미지의 왕에게 내걸었던 것이다. 공현대축일은 예수의 탄생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구유 세트에 등장해야 할 인물들이 완성되었음을 말한다. 문득 여기에 빠진 사람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구유에 두 사람이 아직 빠져있다. 바로 우리 자신과 헤로데 대왕이다. 나 자신도 구유 속에 실제 인물로 등장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 헤로데 대왕은 보이지 않는다.

주님의 탄생을 준비하고 맞이하면서 이 놀라운 사건을 처음부터 함께한 나 자신도 그들에 끼여 예수님을 경배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림기간 동안 성탄 준비에 소홀히 했다면 나는 필시 구유에서 멀리 떨어져 방황하고 있을 것이다. 합당한 준비 없이 성탄을 맞이하여 구유 앞에 왔다면 성탄축일도 공현축일도 그만큼의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하지만 나 또한 오늘 이 구유의 마지막 등장인물로서 그리스도 강생의 신비를 보다 깊이 묵상하고 종합하여 마음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신앙으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와 온 인류의 구세주이심을 고백한다. 자신의 왕좌에 위험을 느낀 헤로데 대왕은 "나도 가서 경배하겠소"라고 내뱉은 약속을 아직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동방박사들이 헤로데에게 아기 예수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고 각자 자기 고향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헤로데가 기회를 놓쳤을 것이라는 생각은 핑계에 불과하다.

오늘도 헤로데 대왕과 유사한 이유로 구유에 나아오지 못한 신자들을 아기 예수는 아직도 기다리고 계실 것이다.

천주교 몰운대 성당 주임신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원통형 배터리 4695’ 유럽 첫 선
  2. 2중산층 상속세 부담 낮춘다…정부·여당, 과표·공제 상향 추진
  3. 3‘벼랑 끝’ 자영업자, 임금근로자로 전환…구조개혁 시동
  4. 4동해 가스전 시추 착수비 120억 확보…‘대왕고래’ 연말 본격화
  5. 5경북 영천서도 돼지열병…전국 확산 조짐 ‘주의보’
  6. 6부산 초읍동 창고 화재... 인명피해 없어
  7. 726G 연속 안타 손호영, 박정태 기록 깰까…"충분히 할 수 있어"
  8. 8월아산 정원박람회 20일 팡파르 23일까지
  9. 9체코 원전 사업자 발표 초읽기…한수원, 현지서 막판 총력전
  10. 10홍준표 “총선을 망친 주범들이 당권을 노린다”
  1. 1홍준표 “총선을 망친 주범들이 당권을 노린다”
  2. 2곽규택, '제2 티웨이 지연사태' 막는다…"항공 지연보상 1인당 최대 1000만 원 확대" 추진
  3. 3[속보]130만 가구에 에너지바우처…360만 가구 전기료 인상유예 추진
  4. 4국회 최대 규모, 초당적 협력체 국회지방균형발전포럼 2기 출범
  5. 5국민의힘 부산시당 위원장에 재선 박수영 의원
  6. 6이재명 “냉전 시절로 회귀한 듯한 위기 상황...우리 정부에도 요청합니다”
  7. 7尹대통령, 우즈벡 사마르칸트 방문…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마무리
  8. 8尹대통령, 중앙아 3개국 순방 마무리… 귀국길 올라
  9. 9민주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최인호·이재성 등 다자구도
  10. 10북한 ‘오물 풍선’ 경남서도 발견…1600개 살포 추정
  1. 1‘원통형 배터리 4695’ 유럽 첫 선
  2. 2중산층 상속세 부담 낮춘다…정부·여당, 과표·공제 상향 추진
  3. 3‘벼랑 끝’ 자영업자, 임금근로자로 전환…구조개혁 시동
  4. 4동해 가스전 시추 착수비 120억 확보…‘대왕고래’ 연말 본격화
  5. 5경북 영천서도 돼지열병…전국 확산 조짐 ‘주의보’
  6. 6체코 원전 사업자 발표 초읽기…한수원, 현지서 막판 총력전
  7. 7제4이동통신 취소절차 돌입...스테이지엑스 강력 반발
  8. 8벡스코 3전시장 건립비 1000억 증액
  9. 9부산·마산항 등에서 항만 건설 현장 집중 점검 진행
  10. 10국토부 유튜브, 18일 전세사기 피해 지원 2차 온라인 설명회
  1. 1부산 초읍동 창고 화재... 인명피해 없어
  2. 2월아산 정원박람회 20일 팡파르 23일까지
  3. 3연간 1200억 수입대체효과 실란트 지원센터 양산시에 들어선다
  4. 4잦은 강우와 봄철 고온으로 탄저병 기승
  5. 5[와이라노] 피해자가 원치 않는 사적제재… 누구를 위한 폭로인가
  6. 616일, 체감온도 31도 이상 ‘무더위’...야외활동 폭염영향예보 참고
  7. 7경상국립대 국어문화원 ‘우리말 다듬기 공모전’ 발표
  8. 8진주시, 촉석루 국보 승격 위해 8월 신청서 제출
  9. 9경남과학고, 경남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35명 수상
  10. 10[포토뉴스 ] 산청에서 재현한 개국공신 교서 사여식
  1. 126G 연속 안타 손호영, 박정태 기록 깰까…"충분히 할 수 있어"
  2. 2롯데 5연속 위닝시리즈 10회 문턱서 좌절, 손호영은 27G 연속안타 행진
  3. 3한국 챔피언 KCC의 수모…FIBA 아시아리그 예선 탈락
  4. 4김영범 파리행 좌절 아쉬움, 한국 신기록으로 달래
  5. 5나달·알카라스 스페인 올림픽 대표 선발…세대 뛰어넘은 최강 테니스 복식조 탄생
  6. 6최형우 통산 역대 최다루타 1위 등극
  7. 7뮌헨 일본 이토 영입 추진…김민재와 주전경쟁 예고
  8. 8‘에어컨 없는’ 올림픽 선수촌…韓선수단, 쿨링재킷 입는다
  9. 9MVP 매탄고 임현섭 “팀원 대표로 수상…프로팀 진출 포부”
  10. 10협회장배 고교축구, 수원 매탄고 우승
우리은행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삼도수군통제사 복직 명령…軍 재건 책임감에 무거운 어깨
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UN해양법으로 바다 가치 상승, ‘자원의 보고’ 알리려 기념일 지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詩 ‘낙화’를 가곡으로…“부산표 음악콘텐츠 만들어 널리 알리고파”
“불안은 우리의 원동력”…세상에 없던 연극 추구하는 사람들
리뷰 [전체보기]
오감이 압도되는 화려한 연출
이 뮤지컬 후회없이 즐기는 법? 눈치보지 말고 소리 질러!
문화현장 톡톡 [전체보기]
학생 발길 붙잡은 ‘등굣길 음악회’…일상에 스며든 리코더 선율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용기있는 바이킹 ‘원샷’ 했다네 外
길찾기는 뇌 활동을 증폭시킨다 外
방송단신 [전체보기]
9개 민방 합작 ‘핸드메이드…’, 한국PD대상 작품상 등 영예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괜찮다 /서석조
분꽃 /임종찬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tvN ‘선재 업고 튀어’ 변우석
‘피라미드 게임’ 두 주연배우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범죄도시4’ 허명행 감독
‘범죄도시4’ 마동석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선미·나연·권은비…올 여름 ‘서머퀸’ 누가 될까
민희진 사태·김호중 음주 뺑소니…가요계 잇단 악재로 침울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홀로코스트서 발견하는 우리 시대의 비극
여성의 재구성과 남근적 질서의 전복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4년 6월 17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4년 6월 13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전포동에 숨어있는 보석 같은 문화공간 ‘유기체’
디즈니 플러스 다큐멘터리 ‘비치 보이스’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4년 6월 17일(음력 5월 12일)
오늘의 운세- 2024년 6월 13일(음력 5월 8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요즘 마을 곳곳에 피어나는 접시꽃을 노래한 서거정
지인의 딸이 죽자 애도시를 읊은 이계(李烓)
  • 유콘서트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