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방 벽에 붙어 있는 영화 상영 시간표.

- 영화명 적은 포스트잇 부착, 최종본 확정까지 수시 변경

지난 21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홈페이지를 통해 영화 상영 시간표가 공개됐다. 지금쯤 전국의 시네필들은 시간표를 토대로 부지런히 자신만의 영화 계획표를 짜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복잡한 영화 상영 시간표를 어떻게 만들까. 만만찮다. 올해의 경우 영화가 307편이고 스크린수도 35개에 이른다. 영화제 기간 한 영화를 보통 두 번 상영하기 때문에 총 600편이 넘는 영화를 35개의 스크린에 적절하게 배분해야 한다. 복잡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과정을 보면 흥미롭다. 결론부터 말하면 완전 수작업이다. 영화 시간표를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올해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지난달 프로그래머 8명과 프로그램팀, 상영팀 인원들이 좁디좁은 집행위원장 방에 모였다. 이들은 벽에 붙은 대형 종이에 포스트잇을 곳곳에 부착하기 시작했다. 종이에는 날짜와 상영관이 표시돼 있고 포스트잇에는 영화명이 적혀 있다. 프로그래머와 상영팀 직원들은 1~2일 동안 방에 틀어박혀 영화 시간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한다.

원칙들이 있다. 영화를 두 번 상영하기 때문에 한 번은 주말, 한 번은 주중에 배치한다. 상영관의 영사기가 디지털인지, 필름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또 GV(관객과의 대화)가 있을 때는 초청 감독들을 배려해 가급적 좋은 상영관으로 배정한다.

이 작업은 최종 시간표가 확정될 때까지 수시로 변한다. 대부분은 영화 프린트가 국내에 들어오는 일정과 GV에 참석하는 감독들의 스케줄에 따라 움직인다. 벽에 붙은 한 개의 포스트잇을 떼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작업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더욱이 그런 과정들을 일일이 기록해두지 않으면 처음 짰던 초본과 수정본이 완전히 달라져 혼동이 생길 수도 있다.

시간표를 짜는 컴퓨터 프로그램들이 많이 개발됐지만 프로그래머들은 여전히 수작업을 선호하고 있다. 한 눈에 들어오고 몸에 익었다는 것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