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직 그대만', 소지섭-한효주의 애절한 사랑이야기

개막작 '오직 그대만'(송일곤 감독)은 '영화의전당' 시대를 여는 첫 작품으로 선정된 영예를 안았다. 작가주의 감독으로 알려진 송 감독은 국내·외 영화제와 인연이 깊다. 단편 '소풍'으로 1999년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단편 경쟁부문 심사위원상을 받은데 이어 장편 데뷔작 '꽃섬'이 2001년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을 수상했다. 첫 다큐멘터리 '시간의 춤'은 2009년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에서 선보였다.

BIFF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한·중·일 영화를 동시에 검토하다가 처음으로 영화의전당에 올릴 작품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한국 영화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개막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송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는 10년 전 '꽃섬'으로 저를 따뜻하게 데뷔시켜 주었다"면서 "한동안 영화를 하지 못했는데 고향같은 부산에서 다시 영화를 하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소주 커플'이란 광고 문구로 눈길을 끈 소지섭과 한효주를 축으로 펼쳐지는 치명적인 러브스토리다. 어떤 상처 때문에 세상을 향해 마음을 굳게 닫고 사는 전직 복서 철민과,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면서도 늘 명랑하게 사는 전화 교환수 정화의 멜로가 중심이다. 말과 액션을 남발하지 않으면서 클라이맥스를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감독 특유의 비통속적 연출 스타일과 극적 비틀기를 볼 수 있다.


# '내 어머니의 연대기', 성공한 작가의 아픔과 치유

폐막작은 일본의 저명한 작가 야스시 이노우에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내 어머니의 연대기'(하라다 마사토 감독)다.

제목에서 연상되듯 '어머니의 사랑'이 주요 테마. 작가와 동향 출신인 감독이 10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완성한 만큼 치밀한 스토리와 잔잔한 감동적 요소가 작품 곳곳에 숨어 있다.

부와 명예를 거머쥔 성공적인 작가 코스케 이노우에는 엄격한 가장이지만, 동시에 다정다감한 아버지이자 남편이기도 하다. 시골집에 사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그의 어머니에게 치매가 찾아온다. 코스케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자신을 할아버지의 애첩에게 보냈다는 사실 때문에 어머니에 대한 원망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코스케는 어머니가 자신이 어린 시절 써두었던 시가 적힌 낡은 종이를 지금껏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어머니가 자신을 보낸 진짜 이유를 알면서 오랜 시간 마음 속에 남아있던 아픔이 치유된다. 어머니는 점차 기억을 잃어가지만 코스케는 점차 기억을 되살리는 작품, 그래서 '기억'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비평가, 감독, 배우로 활동하는 하라다 마사토 감독은 1979년 '안녕, 영화의 친구여'로 데뷔, SF와 액션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어왔다. 에드워드 즈윅의 '라스트 사무라이'(2003)에 '오무라'역으로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