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과 독립적인 활동을 넘나드는 젊은 춤꾼 김미란 씨가 이끄는 김미란 무용단이 '댄스 시어터 집(DANCE THEATER 集)'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달고 첫 작품을 선보인다. 무용과 함께 음악과 연극 등 여러 장르가 한 데 뒤섞인 퓨전 무대다.

"모을 집(集)자는 연극, 춤, 음악, 미술 등 예술의 다양한 분야를 모두 모아서 선보이겠다는 의미입니다. 새로운 퓨전 장르 공연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이름을 바꿨어요."

이들이 이번에 선보이는 연극은 '진흙'. 페미니즘 작가인 마리아 아이린 포넨스가 1980년대 쓴 연극대본을 원작으로 삼았다.

'진흙'은 한 여성의 가난과 무지한 삶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 메이는 젊고 포부도 있는 여자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녀와 동거 중인 로이드는 성병을 앓고 있는 남자로, 동물적인 본능과 폭력성으로 점철돼 있다. 또 다른 주인공인 헨리는 어느 정도의 지적 수준은 갖추고 있지만, 정서적·물질적으로 타인에게 의지해서 사는 나약한 인물이다. 메이는 이 진흙같은 두 남자와의 생활에 지쳐 집을 떠나려고 한다.

김 씨는 원작에 충실하지 않는다. 원작의 틀을 따오기는 했지만 줄거리를 풀어가는 방식도, 결말도 모두 다르다. 먼저 그는 퓨전이라는 화두를 작품 가운데 툭 던져 놓고는 연극대본을 춤으로도, 음악으로도 풀어냈다. "중요한 스토리를 연극으로 이어가지만 춤과 음악이 함께 어울려 작품을 이끌어 나간다"는 그의 말 처럼 이 작품에는 춤꾼 뿐만 아니라 연극배우, 음악가도 함께 참여한다. 연극은 부산시립극단 단원인 이혁우 씨가, 음악은 부산시립 교향악단 단원인 이세호 씨와 부산국악관현악단 단원으로 활동 중인 최윤희씨가 맡는다.

결말도 다르다. 메이가 도망치려 발버둥을 치지만 결국 싸늘한 주검이 되는 비극적인 원작과는 달리, 김 씨는 메이가 진흙같은 두 남자를 응징하는 것으로 작품을 마무리 짓는다.

"종속적인 여자의 모습이 주류를 이뤘던 당시의 사회와 지금은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오는 9월 1일 오후 7시30분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균일 1만원. 017-570-39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