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은 부산 문화예술의 시금석 노릇을 해왔다. '지금, 여기' 부산 문화예술이 침체기인가, 중흥기인가를 가늠해보려면 춤 장르를 주목하면 어느 정도 답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부산 경남이 춤의 고장이었다는 '역사'와 대중의 무관심 속에서도 춤예술 만큼 큰 전국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장르도 없다는 '현실'과 관련이 있다. 올해 들어 부산에서는 춤 공연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주목할 만한 현상은 젊은 층을 지칭하는 2030 세대의 안무가들이 창작춤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 강미리쵑무용단 단원

신지현

'혜성같이 등장한'이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신세대 안무가를 꼽자면 신지현(25) 씨가 단연 돋보인다.

지난 2004년 부산대 무용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강미리쵑무용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 씨는 지난 달 24일 민주공원 소극장에서 열린 강미리쵑무용단의 솔리스트 공연에서 '꽃불, 다시 부르다'라는 작품으로 객석을 전율시켰다.

지금까지 7개 작품을 안무해 무대에 올린 신 씨는 지난 해 한국무용협회 주최 젊은 안무가전 공모에 뽑혀 '한국 춤의 차세대 6명' 가운데 한 명으로 공연을 펼친 바 있으며, 2004년 서울 포스트극장과 부산 민주공원에서 선보인 '가시' 연작 등도 호평받았다. 한 평론가는 "신 씨는 '춤의 언어'에 대한 이해도와 '나만의 춤의 언어'에 대한 의욕이 돋보인다"며 "앞으로 부산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안무가이자 무용수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 춤단체 연분홍 대표

임현미

부산에서 '독립춤꾼'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하면서 이 말을 정착시킨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임현미(37) 씨도 본격적으로 올해의 활동을 시작했다.

임 씨는 오는 6월께 미국 최고의 예술도시인 산타페에서 활동 중인 미국 음악인들을 초청해 부산과 서울에서 염지연, 정기정 씨와 함께 즉흥춤 공연을 열 예정이다. 이 같은 형태의 공연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어서 춤계 안팎의 관심이 벌써부터 쏠리고 있다.

임 씨는 지난 해 국립극장이 주최하는 젊은 춤꾼들의 우수작품 지원 프로그램인 '동동 2030'에 초청돼 'Flying'이라는 작품을 선보여 "최근 몇년 사이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선보인 작품 가운데 최고의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극장측의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는 독립춤꾼들의 모임인 이색적인 춤단체 연분홍을 실질적으로 이끌면서 다채로운 예술적 실험을 펼치고 있다.



# 부산시립무용단 단원

- 김미란 무용단 대표

김미란

이른바 '제도권'에 있으면서 독립적인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부산시립무용단의 김미란(31·김미란무용단 대표) 씨의 경우 일련의 '퓨전'(융합, 혼합) 실험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 씨는 지난 7~9일 열린 제12회 젊고 푸른 춤꾼 한마당에서 봉산탈춤의 노장과정을 독창적으로 해석한 '버려짐'이라는 작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 해 8월 국립극장의 신인 춤꾼 발굴 프로그램인 '바리바리촘촘디딤새'에 초청돼 봉산탈춤을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인 바 있는 김 씨는 오는 9월 또 한번의 예술적 실험을 시도한다. "'진흙'이라는 춤작품인데 여기에는 무용수뿐만 아니라 건반연주자, 해금연주자, 연극인 등이 스태프가 아니라 정식 출연자로 함께 무대에 올라 메시지를 표현한다"고 김 씨는 밝혔다. '퓨전'이 최근 문화계의 화두라는 점을 감안할 때 춤과 다른 예술 분야를 끊임없이 융합시키고 있는 김 씨의 시도는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 박성호무용단 대표

박성호

부산에서 거의 사라져버린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남성 안무가'로서 꿋꿋하게 활약하며 지난 달 '심도' 공연 등을 열며 표현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박성호(36·박성호무용단 대표) 씨가 돋보이는 존재다.









# 경성대 겸임교수

신은주

또 부산의 창작 한국춤계의 대표 주자로서 오는 5월 24~25일 민주공원에서 솔로공연을 준비하고 있으며 동시에 6월 군포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되는 오페라 '조선의 모차르트'에서 안무자이자 무용수로 출연하는 등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는 신은주(39·경성대 겸임교수) 씨도 든든하게 뒤를 받치고 있어 부산 춤계의 '젊음의 파워'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봉권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