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연출자가 아닌 공연스태프들이 기획과 연출을 맡아 무대에 올리는 연극은 어떤 모습일까?

오는 28~29일 부산민주공원 소극장 무대에 올려질 'OVER THE RAINBOW-미지의 다리를 넘어서'는 부산민예총 산하 무대예술위원회(이하 '무대위') 주최로 열리는 공연이다.

지난 2002년 부산에서 활동 중인 공연스태프(무대미술, 조명, 음향, 분장) 10여명으로 창립된 '무대위'는 현재 23명이 활동 중이며, 스태프들 간의 정보 및 기술 교류를 통한 공연의 질 향상을 추구해왔다. 각 분야의 전문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이들이 이번에는 스태프의 시각으로 만드는 공연을 기획한 것.

이 공연을 기획한 이상헌(무대미술가·부산민예총 이사)씨는 "이번 공연을 통해 스태프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는 한편 공연 창작을 통한 새로운 기술적 실험이 다른 공연의 질적 향상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OVER…'는 '진흙'과 '일상'이라는 두 작품으로 구성된다. '진흙'은 무대위 회원이자 지역 무대 미술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백철호가 연출을 맡아 마리아 아이린 포네즈의 페미니즘적 원작을 남성적 시각으로 재해석 했다. 백씨는 "철저히 무대 예술가의 눈으로 그려지는 극이 될 것"이라며 "텍스트를 최대한 배제하고 극의 상황과 무대의 환경, 이미지 연출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제한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무대를 꾸몄다. 조명시설도 기존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을 채택해 색다른 무대 이미지를 창조할 예정이다.

'진흙'은 부산시립무용단의 춤꾼 김미란과 시립교향악단의 이세호가 춤과 음악을 맡아 극의 완성도를 더했다. 김미란씨는 "가무악총체극 '즐거워라 무릉도원' 공연이 임박해 연습 시간을 내기가 너무 힘들다"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펼치는 '무대위'의 공연에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며 특유의 '의리'를 과시했다.

무대 미술가 심종석이 연출을 맡은 '일상'은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원작으로 한다. 심씨는 "지금껏 무대라는 공간에서의 음향, 조명, 무대미술은 연기자의 보조도구 쯤으로 여겨졌다"며 "이번 작품은 거꾸로 여러 장치물들이 주 역할을 하는 가운데 연기자가 하나의 보조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상'은 부산의 대표적인 마임이스트인 하현관이 출연해 한 사람의 일상을 여러 경우로 설정하여 빛과 소리에 맞춰 재미있고 가벼운 몸짓으로 표현한다.

이제 첫 발을 내딛는 '무대위'의 야심찬 도전. 그들이 공연 제목에서 밝힌 '미지의 다리'를 넘어설 수 있을지 자못 기대된다. 이병욱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