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와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정교유착’ 의혹의 핵심 인물인 통일교 한학자 총재가 23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한 총재 구속으로 김건희 특검의 칼끝이 윤 전 대통령 부부는 물론 국민의힘 턱밑에 이른 모양새다. 한 총재는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공모해 2022년 1월 권성동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전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또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목걸이와 샤넬 가방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하는 데 관여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도 받고 있다. 종교지도자인 데다 고령임에도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그만큼 혐의를 심각하게 본다는 의미다.

윤석열 정권과 통일교가 연관된 ‘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을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권 의원의 당대표 당선을 돕기 위해 통일교가 교인들을 집단 입당시켰다는 의혹도 제기돼 있다. 특검팀은 최근 국민의힘 당원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외부 업체를 압수수색해 통일교 교인으로 추정되는 11만 명 규모의 당원 명단을 확보했다. 사실이면 강제 입당을 금지하는 정당법 위반이고 전당대회 자체가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국민의힘은 “당원(500만 명)이 국민의 10%이고 통일교인(120만 명) 10%가 당에 가입했다면, 통계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권 의원이 통일교에서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는 등 유착 관계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와 정황들이 나오면서 국민의힘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국민의힘은 특검 수사와 별도로 자체 조사를 통해 정교 유착 의혹을 스스로 해명해야 한다.

통일교는 한 총재의 뜻에 따라 국가가 운영돼야 한다는 ‘정교일치’ 이념을 실현하려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접근해 현안을 청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의원은 대선 후 한 총재를 만나 윤 대통령 당선 축하 인사를 받고, 통일교의 여러 사업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후 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 차관 지원액이 윤석열 정부에서 7억 달러에서 30억 달러로 대폭 확대됐다. 사실이라면 정치권력과 종교 단체가 결탁해 국가 자원을 부당하게 사용한 명백한 국정농단 행위다. 한 총재는 권 의원에게 세뱃돈을 준 것일 뿐이라며 불법 정치자금 지원 의혹을 부인했다. 특검은 통일교 측에서 권 의원에게 전달된 돈이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쪽으로 흘러 들어갔는지 살피고 있다. 불법 대선자금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정치권에 큰 파장이 불가피하다.

통일교와 윤석열 정부 및 국민의힘 유착 의혹은 정치와 종교를 분리한다는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종교와 정치가 본래 지켜야 할 선을 훼손하고 이익을 결탁하면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특검은 핵심 인물인 권 의원과 한 총재를 둘러싼 여러 의혹 수사를 통해 정교유착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