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관권선거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일들이 잇따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방 순회 타운홀미팅에서 야당 출신 단체장을 패싱한다는 비판이 그 중 하나다. 지방에서 열리는 행사임에도 동석한 단체장에게 발언권을 주지 않거나 공개적으로 발언을 제지하고, 일부는 초청조차 하지 않아서다. 최근엔 행정안전부가 부산시장 서울시장 등 일부 광역단체장이 ‘12·3 비상계엄’에 동조한 의혹이 있다며 감찰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 내란특검대응특별위원회가 ‘내란 부화수행’을 언급하며 감찰을 요구한 지 이틀만이다.

지난 7월 25일 부산 남구 대연동 부경대에서 열린 타운홀미팅 ‘부산의 마음을 듣다’ 장면. 이재명(왼쪽 세번째) 대통령이 박형준(오른쪽 세번째) 부산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방청석 시민으로부터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 말대로 타운홀미팅의 주인공은 국민이지 단체장이 아니다. 그러나 지역 현안을 제일 잘 아는 사람 중 한 명이 단체장이다. 지난 12일 강원 타운홀미팅 때처럼 기왕 초청한 단체장의 부연 설명조차 막는다면 처음부터 그를 부를 이유가 없다. 지난 7월 부산 타운홀미팅에는 부산시장이 참석했으나 발언권을 한 번도 주지 않았다. 대전에서 열린 충청 타운홀미팅 때는 충청권 4개 시도지사가 초청을 못 받았다고 한다. 첫 광주 타운홀미팅부터 이 대통령이 단체장을 몰아붙여 ‘신임 대통령의 군기잡기’라는 시각이 있었으나, 횟수를 더해가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이윽고 다른 정치적 해석이 나온다. 광주를 제외한 부산 강원 대전 세종 충남 충북이 국민의힘 출신 단체장이다.

야당 출신 단체장을 겨냥했다는 의심을 한층 강하게 만드는 게 검경 수사와 행안부 감찰이다. 민주당 내란특위가 지난달 서울시장 인천시장 강원지사를 콕 집어 “3대 특검 수사의 사각지대”라고 할 때만 해도 크게 주목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이달 들어 다시 부산시장과 서울시장의 비상계엄 가담 의혹을 제기하며 행안부 감찰을 요청하고, 행안부는 기다렸다는 듯 실행에 옮김으로써 국면이 달라졌다. 부산시는 계엄 당일 행안부의 청사 폐쇄 지침 하달과 시청 폐쇄 시간을 분단위로 비교 반박하며 여론을 지켜보는 중이다. 현재 경남지사 경북지사 인천시장 충북지사 등은 이와 별개로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까지 받고 있다. 17명 광역단체장 중 6명이 행안부 감찰 또는 검경 수사를 받고 있는 셈이다.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누구든 잘못이 있으면 지적 당하고 수사받을 수 있다. 특히 수사 대상에 오른 일부 단체장의 혐의는 이재명 정권 이전부터 의혹이 제기된 사안이다. 하지만 내란 특검 수사 범위를 윤석열 전 대통령이나 국무위원, 국민의힘 지도부를 넘어 단체장까지 확대하려는 시도는 누가 봐도 의도가 뻔한 무리수다. 선거를 앞둔 미묘한 시점에 대통령과 정부의 모든 행위는 그 하나 하나에 정치적 함의가 있다고 봐야 한다. 대통령이 주민 앞에서 단체장을 호통치면 단체장의 무능이 아니라 대통령의 오만이 부각되고, 단체장까지 엮는 무리한 내란 프레임은 정부 여당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 십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