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과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관련 법안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전국 법원장들이 반대 의견을 공식 표명했다. 지난 12일 대법원에서 전국법원장 회의를 가진 뒤 공식 입장문을 통해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하고 제도 개편 논의에 사법부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폭넓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대법관 증원 ▷대법원 추천방식 개선 ▷법관 평가 제도 개선 ▷하급심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 5대 의제에 관해 논의한 뒤 나온 내용이다. 여당이 별도로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문제는 의제에 없었으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였다고 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와 별도로 “국민을 위한 올바른 길을 찾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전국 각급 법원장들이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각종 사법 개혁 법안에 관한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굳이 사법부 우려가 아니어도 민주당이 사법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추진하는 각종 법안은 적잖은 걱정거리를 낳고 있다. 민주당은 대법관을 최대 30명까지 확대하려고 한다. 이 경우 확대인원 상당수가 이재명 정부에서 채워진다. 대법관 추천 방식도 법관대표회의나 변호사회 몫을 추가하겠다는 게 민주당 안이다. 국회 등이 추천한 외부 인사가 판사를 평가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민주당 의원 115명이 공동 발의한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은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내란재판을 전담할 재판부와 영장전담 법관을 두겠다는 게 골자다. 지귀연 재판부의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재판이 지연되고 한덕수 전 총리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갑자기 탄력이 붙었다.

사법부 개편에 일부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민주당 안이 그대로 관철되면 사법부 독립이라는 법치주의 근간 훼손은 불가피하다. 극단적으로 당파적인 정치 환경에서 다수당이라는 이유로 사법부 구성원의 의견을 몰각한 채 밀어붙이는 게 헌법적 정당성이 있나.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는 더 심각하다. 현행 헌법에는 군사법원을 제외한 그 어떤 특별재판부도 둘 수 없게 돼 있다. 하위법으로 우회한다 해도 특정인 재판에 어떤 판사는 되고 어떤 판사는 안 된다는 발상 자체가 법관의 무작위성을 허무는 처사다.

국민이 사법부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건 정치색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부 판사들 행태 때문이다. 입법부의 과도한 사법 개입은 이런 경향을 더 노골화 할 뿐이다. 사법부 개혁이 필요하다면 개별 사건이나 사안 맞춤형이 아니라 보다 큰 틀에서 이뤄져야 한다. “내란특별재판부가 왜 위헌이냐”는 이 대통령의 발상은 극히 위험하다. 삼권분립은 입법 사법 행정이 대등하게 서로 견제한다는 의미이지 누가 누구 위에 군림한다는 말이 아니다. 사법부가 무언가의 아래에 있다면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인 이상 그건 특정권력이 아니라 헌법이다. 사법부 개혁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숙의해 결정해야 한다. 시한을 정해놓고 돌격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