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첫 내각 인선이 총 19개 부처 중 국토교통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2곳 장관을 제외하고 모두 마무리됐다. 17명 중 정치인이 7명(41%)으로 가장 많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를 포함하면 8명이다. 역대 정부 정치인 장관 비율이 20~30%대였음을 고려하면 다소 높다. 정치인은 대통령 정책과 철학의 이해도가 높고, 부처 장악력이 강하다고 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인 등 전문가도 상당수 기용해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인사를 엿볼 수 있다. 전 정부 인사를 유임해 통합 의미도 읽힌다. 후보자들은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면 개혁과 민생 회복에 속도를 내야 하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 대통령 첫 인사에서 드러난 특징은 정치인 대거 기용이다. 검찰 개혁을 담당할 법무부 장관에 측근인 정성호 의원을, 요직인 행정안전부 장관에 5선 윤호중 의원을 낙점했다. 국방부 장관에 국회 국방위원장을 역임한 안규백 의원을, 통일부 장관에 대통령 후보 경력의 정동영 의원을, 해양수산부 장관에 부산 유일 민주당 의원인 전재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을 지명했다. 환경부와 여성가족부 장관에 김성환·강선우 의원을 각각 등용했다. 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국정 운영에 들어간 이 대통령은 시간을 들여 인사를 발굴하고 검증할 여유가 없었다. 정치인들은 매년 공직자재산신고 등을 통해 자기관리에 신경을 쓴다. 그래서 다른 직군보다 검증에 있어 유리하다. 대통령이 평소 잘 알기 때문에 실패 위험이 크지 않다.

현장 전문가 등용도 이번 인사 특징이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LG AI연구원장을,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네이버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을,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충남대 총장을 지낸 인물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의료인이자 초대 질병관리청장을 맡았었다. 정통 관료 출신도 눈에 띈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기재부 차관과 국무조정실장을,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외교부 1·2차관을 지냈다. 지난 정부 인사이지만 유임된 인물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있다. 파격 인선으로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이자 현직 기관사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꼽힌다.

전체적으로 출신 지역과 성별 등을 안배하고 흠잡을 만한 것이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현역 의원이 많다며 “대한민국이 의원내각제 국가냐”고 비판했다. 장관 겸임에 따른 국회 입법 활동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경력 쌓기용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여권을 중심으로 안정과 개혁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검찰 개혁 같은 난제를 풀려면 대통령 측근 중진 정치인을 기용할 필요가 있다. 인사 성패는 결국 일로 말해야 한다. 나머지 두 명의 장관도 성과를 낼 수 있는 인물로 가려 뽑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