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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반야용선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  |   입력 : 2024-05-15 19:45:20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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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용선(般若龍船). ‘진리를 깨닫는 지혜(반야)의 세계로 용이 이끄는 배(용선)’로 풀이된다. 다시 말해 중생을 고통 없는 피안의 극락정토로 인도하는 상상의 배를 의미한다. 법당은 사부대중이 부처님과 함께 타고 가는 배의 선실과 같은 곳이다. 법당 건물이나 축대 계단 등에 조각된 용머리와 용꼬리, 거북 게 등은 이 법당이 반야용선임을 상징하기 위함이다. 법당에서의 기도 시주 등은 바로 피안의 극락정토에 다다르려는 작은 몸부림인 셈이다.

국내 사찰에 표현 양식은 좀 다르지만 피안의 세계를 향하는 반야용선 형상을 한 곳이 더러 있다. 청도 와인터널 인근 천년고찰 대적사 극락전 화강암 기단부에는 게와 거북 문양 돋을새김이 있다. 거북 한 마리가 온 힘을 다해 기둥 모서리를 붙잡고 법당으로 기어오르는 모습이다. 이는 기단부가 바다, 법당이 중생을 극락정토로 인도하는 반야용선임을 상징한다. 국내 최대 비구니 교육도량인 청도 운문사 대웅보전 천장에는 용 모양의 나무 배에 인형 하나가 줄에 의지해 매달려 있다. 불가에선 반야용선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매달려 있는 이 동자를 악착동자라고 부른다. 나 홀로 극락정토로 갈 능력은 안 되고, 하지만 가고는 싶은 동자의 솔직한 외적 표현이라 보는 이의 마음을 새삼 다잡게 해준다.

‘호남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해남 달마산이 품은 미황사 대웅전은 그 자체가 바다 위에 떠 있는 반야용선이다. 대웅전을 떠받치고 있는 주춧돌에는 고해를 헤치고 나아가는 게와 거북이 새겨져 있다. 불교 성지 인도에서 경전과 부처상을 실은 배 한 척이 달마산 포구 아래 닿았다는 창건 설화를 뒷받침해준다. 양산 영축산 통도사 극락전 뒷벽에는 반야용선도가 그려져 있다. 경남 유형문화재로 구도와 내용면에서 보기 드문 수작이다. 극락전의 가치를 더 높여준다.

창녕 화왕산 관룡사 용선대는 이름에서부터 반야용선임을 암시한다. 용선대는 용의 등줄기 같은 관룡산 화강암 줄기가 산자락을 타고 내려오다 멈춘 절벽으로, 멀리서 보면 용 모양을 한 뱃머리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용선대에는 3m 높이의 통일신라시대 석조여래좌상이 사바세계를 굽어보고 앉아 있다. 이곳을 찾는 불자들이 용선대로 오가는 도중 만나는 관룡사 계곡 전체를 ‘극락정토로 가는 거대한 배’라고 부르는 이유다.

부처님오신날이 든 한 주가 지나간다. 아직 절집을 찾지 않았다면 이번 주말 잠시 세속의 짐을 내려놓고 부처님 말씀을 되새겨보면 어떨까.

이흥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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