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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총선 연환계와 민심의 동남풍

총선 앞둔 민주당 ‘정치 연환계’

급진적 진보당 등과 선거 연합, 조국혁신당과도 ‘느슨한’ 연대

‘스윙보터’ 중도층 외면할 수도…비판 커질 땐 선거판 전체 타격

  •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
  •  |   입력 : 2024-03-17 19:41:11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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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에는 지금도 회자되는 유명한 장면이 많다. 유비 관우 장비가 의형제를 맺은 도원결의, 유비가 세 번이나 와룡의 초가를 찾은 끝에 세상에 나온 제갈공명의 출사표, 조조의 100만 대군을 물리친 촉오 동맹의 적벽대전 등이다. 그 중 적벽대전은 백미라 할 만하다. 현대전 못지 않은 군사전략과 정보전이 촘촘하게 배치돼 있기 때문이다.

적벽대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연환계(連環計)와 동남풍(東南風)이다. 연환계는 ‘고리를 잇는 계책’이다. 조조는 유비의 책사 방통의 계략에 말려 군선(軍船)들을 쇠사슬로 연결한다. 수전(水戰)에 익숙하지 못한 병사들의 뱃멀미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오의 맹장 주유가 화공(火攻)을 펼치자 조조의 대군은 힘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전멸한다. 주유의 화공에서 결정적인 요소는 바람이었다. 제갈공명이 제단에서 동남풍을 빌자 바람이 일었고, 쇠사슬로 묶여 있던 배들은 불이 붙어 거대한 불쏘시개로 변했다.

후세에는 적벽대전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독자의 재미를 위해 제갈공명과 동남풍이라는 ‘픽션 한 스푼’을 가미했다고 보지만, 어쨌든 와룡선생의 비범함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런데 동남풍은 제갈공명이 인위적으로 만든 바람은 아니다. 천문과 지리에 밝았던 그가 동남풍이 불 시기를 알았을 뿐, 자연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4·10 총선을 3주 앞둔 더불어민주당의 현 상황은 적벽대전의 연환계와 묘하게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선거법의 키를 쥐고 있었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병립형 비례대표제 대신 준연동형을 채택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대표 위성정당에 진보당과 시민단체 등과 선거 연합을 진행했다. 다시 말해 ‘정치적 연환계’를 편 셈이다.

조조가 수군의 뱃멀미를 해소하기 위해 연환계를 폈다면, 당내 내홍을 겪는 이 대표가 윤석열 정권심판론에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물론, 향후 대선 로드맵에서 자신에게 우호적인 세력 확보를 위한 ‘빅 텐트’를 친 것으로 보인다. 총선 이후 자신의 사법 리스크 방어에도 동참할 것을 기대하는 포석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과의 ‘느슨한’ 선거 연합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와는 정치적 거리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이 제 3지대 가운데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자 지난 5일에는 공식적인 만남을 갖고 “같이 승리하자”고 의기 투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에 투표하고,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에 투표하자)’는 말이 돌기도 했다.

민주당의 총선 연환계는 반윤석열 진영의 정치적 스펙트럼 확장 측면으로 볼 여지도 있지만, 적지 않은 리스크도 노출하고 있다. 스윙 보터인 중도·무당층의 향방이다.

먼저 위성정당에 참여하는 진보당 등의 종북 성향이 논란이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연합의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뽑힌 전지예 후보가 과거 반미단체 활동으로 논란이 일자 결국 후보직을 사퇴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정치적 이익을 위해 안보 정체성에 의문 부호가 붙은 세력에게 국회의 문을 열어줬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으로 평가되는 진보당은 한미동맹 해체, 주한미군 철수 등 급진적인 강령을 내세우고 있다.

조국혁신당의 부상 역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만 기다리는 조 대표가 정치적 명예회복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구호를 내세워 창당과 총선에 나선 것에 대해 많은 중도층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조국의 강’을 건너지 못해 패한 경험이 있다. 그럼에도 이번 총선에서 다시 조국과의 정치적 동행을 보여주는 자체가 중도층에게 외면받을 소지가 다분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총선 이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사실상 선거 연합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연환계는 연합을 통해 약점을 보완하는 장점도 있지만, 자칫 불이 옮겨 붙으면 연결된 모든 배가 잿더미가 되는 리스크가 큰 전략이다. 민주당의 총선 연환계 역시 이 같은 정치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위성정당이나 조국혁신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민주당의 지역구 선거에까지 옮겨 붙을 수도 있다.

이번 총선에서 ‘민심의 동남풍’이 민주당의 총선 연환계와 윤석열 정권심판론 중 어디로 향하게 될 지는 지켜볼 일이다. 다만, 삼국지의 장면처럼 동남풍은 누군가가 인위로 만들어내는, 만들어낼 수 있는 바람은 아니다. 선거 때마다 현명한 민심의 동남풍은 언제나 불었다.

윤정길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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