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다양한 사회문제와 정치 이슈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지만 그 중 부산에 살고 있는 지역 청년으로서 가장 불안감을 느끼는 소식이 있다면 단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손꼽을 것 같다. 개인적 성향을 떠나 부산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원전밀집지역이라는 사실에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을 느끼며 살았을 것이다.
게다가 계속된 원전 가동으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보관이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왜 우리 지역에 원전이 계속 늘어나는지, 왜 위험한 발전소를 계속 짓는지 한 번쯤은 불만과 불안한 마음들을 느껴봤을 것이다. 그러한 마음들이 쌓여 부산은 고리1호기 폐쇄를 경험했다. 시민이 안전을 호소했던 시간은 결국 민심의 정책화로 이어진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더욱 안타까운 것은 작금의 현실에 있다. 안 그래도 불안한데 정부는 노후화된 고리2호기 수명 연장과 폐기물을 보관하기 위해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을 만들겠다는 소식마저 뉴스를 통해 들려온다. 5월 23일까지 고리 3·4호기의 방사선 환경영향 평가서 초안을 공람하고 있지만 행정의 소극적 태도로 안전에 대한 정보가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전해진다. 시민의 마음을 정책으로 반영할 생각은 있는 건지 의문스럽기도 하다.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도 없는데 발전소는 가동하고, 폐기장은 이미 포화상태고, 계속 발생하는 폐기물은 부지 내 임시시설에 보관하겠다는 현재의 상황은 방을 청소하는 게 아니라 침대 옆에 쓰레기통만 가득 만들겠다는 것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폐기물 처리 대책도 없으면서 계속해서 위험한 폐기물을 생성해 내는 발전소를 유지하겠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그저 일부 지역만 망가지고 그 외 지역의 시민이 전기를 잘 사용하기만 하면 된다는 그런 논리인가? 정부에서 그토록 강조하는 미래세대는, 엑스포 개최는 우리 곁에 쌓여가는 폐기물과는 관련 없는 존재들에게만 해당되나.
원자력발전에 대한 찬반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계속되는 불안감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냐는 질문이다. 안전한 대책이 무엇이 있는지, 시민을 설득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정책 대안들이 마련되어 있는지 알고 싶다는 것이다. 사고가 났을 때 안전할 수 있다든지, 임시저장시설로 폐기물을 옮길 때 방사능 유출이 안 된다는 정확한 정보 전달을 한다든지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대책이 있느냐는 울분 섞인 질문이다.
국내의 폐기물에 대한 안전 문제도 심각한데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한 걱정까지 해야 한다니 참 안타깝기만 하다. 시찰단이 아니라 엄격한 기준을 토대로 검증할 수 있는 시간과 절차를 요구해야 하진 않을까, 국제사회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저 이대로 흘러간다면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바다의 경치와 바다에서 나오는 먹거리들을 이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며 먹고 사는 문제를 고민하기도 벅찬 모습들을 활동 속에서 많이 만나게 된다. 안 그래도 생계와 주거, 건강 등의 문제를 평생을 고민하며 살아가는 시민의 삶은 무겁기만 한데 폐기물까지 걱정하며 불안하게 살아야 한다니 참 너무하다. 정부가 그토록 외치는 약자복지는 사회안전망을 튼튼하게 만드는 것에서 출발한다. 결코 위험하거나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계층 간의, 지역 간의 차별도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부산시도 시민의 입장을 대변하고, 시민들의 보호받을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서 최선의 역할을 해야만 한다. 원전 인근 지역의 전기료 감면도 중요하지만, 생존권과 보호권의 문제를 전기료 감면으로 해결해선 안 된다. 대등하게 놓고 비교할 수 있는 문제 자체가 아니다. 전기료를 감면한다고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시혜적인 관점으로 논의되지 않길 바란다.
부산 청년으로서, 사회복지를 업으로 많은 이들의 삶을 공감하는 사람으로서 부디 부산이 안전했으면 좋겠다. 부디 철회할 것들은 지금이라도 철회하고, 재논의해야 할 것들은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불안한 마음을 언제쯤 떨쳐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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