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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의 끼니] ‘렌가테이’와 돈카츠

  • 박상현 맛칼럼니스트
  •  |   입력 : 2023-04-02 19:17:05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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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사상가이자 게이오대학의 설립자이며 1만 엔 지폐의 인물인 후쿠자와 유키치는 1860년 스물일곱의 나이에 처음 미국을 방문한다. 이후 그는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프로이센 러시아 등을 방문했다. 그리고 1867년에 ‘서양 의식주’를 집필한다. 이 책에서 그는 서양의 식생활을 상세히 소개하고 일본의 근대화를 위해서는 기술과 학문의 장려만큼이나 식생활의 개선, 즉 고기와 우유의 섭취를 역설한다. 후쿠자와 유키치 이후 유럽과 미국을 방문한 모든 일본인이 비슷한 각성을 하게 된다. 메이지유신 당시 일본 남성의 평균 신장은 155㎝ 내외. 서구인과 비교해 너무 차이가 컸다. 기술과 학문은 부지런히 배우고 익히면 따라갈 수 있지만 타고난 신체는 당장 어찌할 수 없는 문제였다. 아시아를 벗어나 서구의 일원이 되고 싶었던 일본인에게 체격을 키우는 것은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과제였다.

일본 도쿄 긴자 렌가테이의 포크가츠레츠.
서기 675년 일본의 덴무왕은 ‘살생과 육식을 금지하는 칙서’를 통해 소 말 개 원숭이 닭 등의 살생과 육식을 금지했다. 종교적인 이유로 혹은 농경사회의 생산 기반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으로 육식 금지령을 내리는 일은 역사적으로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 칙서를 대하는 일본인의 태도는 유별났다. 무려 12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자발적으로 육식을 금기했다. 개화기 일본의 사상가들이 너도나도 육식을 장려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문제는 육식을 장려하던 사상가들조차 용기가 필요했던 고기를 대중에게 어떻게 설득하느냐였다. 그때 발견한 음식이 서양의 ‘커틀릿(cutlet)’이다. 고기로 만든 요리는 분명한데 겉으로 봐서는 전혀 고기처럼 보이지 않는 음식이었다. 원래 커틀릿은 돼지고기나 송아지고기를 얇게 펴서 밀가루 달걀 튀김가루를 차례로 입혀 팬에 지지는 음식이다. 그런데 당시 일본에는 고기를 팬에 지져서 조리하는 방식 자체가 없었다. 팬에 지지는 대신 일본인에게 익숙했던 조리법인 뜨거운 기름에 튀기는 방식을 선택한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음식이 돼지고기로 만든 커틀릿, 즉 ‘포크카츠레츠(커틀릿을 일본식으로 발음하면 카츠레츠가 된다)’다.

일본에서 포크카츠레츠를 처음 판매한 음식점은 1895년 도쿄 긴자에서 문을 연 ‘렌가테이(煉瓦亭)’다. 렌가테이는 당시로서는 서양을 상징하는 음식점이었다. 상호부터가 그렇다.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렌가테이는 ‘벽돌집’이다. 당시 일본에서는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을 세우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이때 가장 필요한 건축자재가 벽돌이었다. 렌가테이는 당대 최신 건축자재로 세운 건물에서 가장 서구적인 음식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포크카츠레츠는 돈카츠의 시작에 불과했다. 온전한 일본음식이 되기 위해서는 빵보다 밥과 어울려야 했고, 포크와 나이프 대신 젓가락만으로 먹을 수 있어야 했다. 일본은 무려 34년 동안 이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기름에 튀겨낸 고깃덩어리를 칼로 미리 썰어 젓가락만으로 먹을 수 있고, 짜고 시큼한 우스터소스를 곁들여 밥반찬이 되며, 마무리로 된장국까지 곁들임으로써 완벽한 일본식 반상 차림으로 제공되는 ‘돈카츠’가 완성됐다.

일본의 메이지유신을 문화사적으로는 ‘요리유신’이라고 한다. 1200년 동안 육식을 하지 않던 나라가 육식을 시작했으니, 가히 혁명적인 사건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 혁명을 상징하는 음식이 돈카츠이며, 그 돈카츠의 원형이 만들어진 곳이 렌가테이다. 우리 대통령께서는 ‘요리유신’의 심장부에 가셔서 폭탄주를 말아 드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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