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특별기고] 한일관계, 기초 제대로 잡아가야

이수훈 전 주일대사

  • 이수훈 전 주일대사
  •  |   입력 : 2023-03-14 19:18:50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정상회담이 능사가 아니다. 셔틀외교가 목표가 될 수도 없다. 정상회담이나 셔틀외교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지난 6일 외교부가 참사 수준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문제 해법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난 이후 기다렸다는 듯이 한일정상회담이 잡혔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과 한일정상회담에 대해 한껏 기대에 부푼 듯한 인상을 풍긴다. 한일 관계가 악화의 수렁에서 벗어나 경제·안보·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일대 약진을 보일 것처럼 의욕에 차 있는 것 같다. 대통령은 “미래를 위한 결단”이었다면서 그 분위기의 선봉에 서 있다.

한일 관계는 미래지향적으로 상승궤적을 그리면서 순항할 수 있을까.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입장이지만, 투트랙 대일외교에서 ‘과거 직시’라는 한 트랙이 무너진 상태의 출발인지라 험난한 미래가 예고되어 있다. 정부가 해법으로 제시한 제3자 변제방안은 문제투성이다. 무엇보다도 일국의 최고사법기관인 대법원의 판결을 무위로 만들어버린 점은 어느 누구도 수긍할 수 없는 폭거다. 2018년 우리 대법원은 일본 가해기업들에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불법적이고 반인도적인 행위에 대해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의 판결이 신성시될 지경이 아니라 할지라도 지엄한 판단임에는 분명하다. 입만 열면 법을 말하고 법치를 강조하는 사람들이 최고법원의 판결을 무너뜨리며 “국격”을 말하고 “대승적 결단” 타령을 하고 있으니 국민이 수긍할 리 만무하다.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정부 해법 발표 이후 실시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 59%가 일본기업의 사죄와 배상 참여 없는 해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오직 35%만이 한일 관계를 위해 찬성한다는 결과였다. 한일 관계는 특수하여 국민 다수가 반대하면 나중에 반드시 뒤탈이 나게 되어 있다. 2015년 위안부 합의가 그랬다. 35%를 믿고 돌진하겠다는 정부 분위기인데,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분개해 일어난 촛불대항쟁에는 피해자와 국민 다수의 설득 없이 밀어붙인 위안부 합의가 한몫했다는 점을 되새길 만하다.

피해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는 것은 예고된 일이다. 피해자들은 일본 가해기업들의 사죄와 배상 참여가 최소한의 요구조건임을 오래전부터 분명히 해왔다. 박진 외교장관과 외교부 고위 간부들이 피해자들을 만나고 다녔는데 무엇을 들었는지 모르겠다. 피해자들과 같이해온 대리인과 시민단체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해 야당들도 반대하고 있다. 이들이 연합, 반대 및 무효화 운동에 돌입해 그 기세가 만만찮다.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잊을 만하면 전임정부 탓을 한다. 그런데 이번 강제동원 해법 발표에서는 정부 해법이 전임정부의 외교적 노력 연장선상에 서 있다면서 전임정부 때는 상호신뢰 부족으로 못 이룬 것을 이번에 자신들이 해낸 듯 치장한다. 야비한 행태다. 문재인 대통령과 전임 정부가 한일 관계를 원만하게 가져가고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고 싶지 않았겠나. 과거사에 매달려 망치고 싶었겠는가. 그렇지 않다. 한일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가라는 안팎의 압박에 부응하고자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와 갈등할 수밖에 없었던 데는 일본 아베 총리와 내각에 훨씬 큰 책임이 있었다. 일본 정부는 우리 대법원 판결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하면서 막무가내식 행동으로 일관했다. 일체 외교협상이 통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일본 정부와 갈등할 수밖에 없었던 데는 적어도 세 가지 마지노선을 견지했기 때문이다. 첫째 대법원 판결은 존중되어야 한다. 둘째 피해자들의 요구를 최소한이라도 반영해야 한다. 셋째 성숙한 한일 관계는 일본 정부와 지도자들이 최소한일지라도 과거사 인식을 보여줄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그제나 지금이나 누가 한일 관계를 소중하지 않게 여기겠나. 외교부가 6일 강제동원 해법을 발표할 때 “문제해결의 끝이 아닌 진정한 시작”이라 했다. 게다가 “대한민국의 높아진 국격과 국력”이라고 했다. 대일외교는 어렵지만 국민적 지지를 얻어나가면서 해나가야 성과를 낼 수 있고, 그런 기반 위에 서야 한일 관계도 지속가능할 수 있다. 사상누각은 세파를 견디지 못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발리, 부산~자카르타 직항길 열린다
  2. 226일, 늦은 오후부터 내일 새벽까지 부울경 비... 천둥, 번개 유의
  3. 3[르포] 현판 드러낸 사천 우주항공청 '개청 D-1'…경제 활성화·인구 유입 기대 만발
  4. 4단말기 없어도 하이패스 차로 통과 뒤 사후 정산 방식 시범 운영
  5. 5'꽃 중의 꽃 장미꽃 활짝'… 3만5000송이 자태 뽐내는 밀양시 장미원 발길 쇄도
  6. 6[속보] 김진표 “28일 전후로 연금개혁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 열 수 있어”
  7. 7불법 모의 총포를 구입해 차에 싣고 다닌 20대 벌금형
  8. 8‘김해 구산 롯데캐슬 시그니처’의 견본주택 오픈, 본격 분양
  9. 9사천 송지천, 자연 생태하천으로 복원
  10. 10尹정부 역점 '금투세 폐지' 등 주요 경제정책 21대 국회서 무산
  1. 1[속보] 김진표 “28일 전후로 연금개혁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 열 수 있어”
  2. 2이재명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4% 수용…尹, 민주당 제안 받아달라"
  3. 3한일재계 '미래기금'에 日기업 18억원 기부…"징용 기업은 불참"
  4. 4범야권 '채상병특검 촉구' 장외집회… “거부권을 거부한다”
  5. 5이재명 ‘연금개혁 21대 국회 처리’ 제안에 대통령실 “쫓기듯 타결 말아야”
  6. 6김진표 의장, 내일 연금개혁 기자간담회… 29일 원포인트 본회의 여나
  7. 7‘친문’주류 부산 민주당 지역위원장직에 ‘친명’ 도전장
  8. 8노무현 서거 15주기…여야 인사 봉하 집결
  9. 9한·일·중 정상회의 4년 5개월 만에 개최…26, 27일 서울서(종합)
  10. 10조국혁신당 조직 재정비…‘당원 늘리기’ 초점
  1. 1부산~발리, 부산~자카르타 직항길 열린다
  2. 2단말기 없어도 하이패스 차로 통과 뒤 사후 정산 방식 시범 운영
  3. 3尹정부 역점 '금투세 폐지' 등 주요 경제정책 21대 국회서 무산
  4. 4고물가·고금리에 중산층 타격…5곳 중 1곳은 '적자 살림'
  5. 5해상물류 운임 폭등에…정부, 中企 전용 '선복' 추가 지원
  6. 6정부, “LH의 전세사기 피해 주택 매입 규모 늘리겠다”
  7. 7서해안 전력 수도권으로…한전 '북당진~고덕 직류송전' 준공
  8. 8울산큰애기 청년야시장 큰 인기몰이
  9. 9“국내 처음으로 ‘반려동물행동지도사’가 돼보세요”
  10. 10기름값 지속 하락…휘발유 가격 5주 만에 1700원 밑으로
  1. 126일, 늦은 오후부터 내일 새벽까지 부울경 비... 천둥, 번개 유의
  2. 2[르포] 현판 드러낸 사천 우주항공청 '개청 D-1'…경제 활성화·인구 유입 기대 만발
  3. 3'꽃 중의 꽃 장미꽃 활짝'… 3만5000송이 자태 뽐내는 밀양시 장미원 발길 쇄도
  4. 4불법 모의 총포를 구입해 차에 싣고 다닌 20대 벌금형
  5. 5사천 송지천, 자연 생태하천으로 복원
  6. 6부산 소방관 쉬는 날 심정지 환자 CPR로 살려
  7. 7아파트 부실시공 문제 제기 입주예정자들 거꾸로 고소한 건설사 사장 등 기소
  8. 8양산시 황산공원 일대 79만6000㎡ 지구지정 변경 추진…사업 가속도 기대
  9. 9버스·도시철도 요금 인상에도… 부산시, 대중교통 적자 5841억 원 보전
  10. 10부산 사하구 의료설비 공장서 화재
  1. 1롯데 ‘안방마님’ 장타력이 살아난다
  2. 2낙동중 2년 만에 소년체전 부산대표로
  3. 3통영동원로얄컨트리클럽- 순금 상패·현금 등 홀인원 이벤트…사계절 라운딩의 재미 배가
  4. 4흙신 나달 롤랑가로스서 ‘유종의 미’
  5. 5레버쿠젠 불패행진 저지한 아탈란타
  6. 6실외 골프연습장 파디글스- 첨단장비와 엄격한 시설 관리…150야드 비거리에 벙커연습장도
  7. 7양산동원로얄컨트리클럽- 우람한 산세·부드러운 코스의 조화…그린 넓어 ‘백돌이’도 OK
  8. 8부산컨트리클럽- 울창한 수목으로 홀마다 색다른 분위기…회원 1060명 명문클럽
  9. 9기장동원로얄컨트리클럽- 개성 있는 9홀서 다이내믹 플레이…새벽부터 밤까지 나이스 샷
  10. 10목포 소년체전 25일 팡파르…부산 금 20개 안팎 목표
우리은행
후보가 후보에게 묻는다
부산 서동
4·10 총선 지역 핫이슈
원도심 숙원 고도제한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소규모사업장 중처법, 투약 중단이 필요한가?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축복의 계절
과학계의 스승과 제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3요’와 칸 레드카펫을 빛낸 조연들
AI시대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기고 [전체보기]
지역 창업기획자가 부산의 미래다
해외직구식품, 현명한 선택과 소비가 필요하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이재명 대표께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노무현이 옳았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신문은 살아 있고, 칼럼은 말을 건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우리 융복합 음악의 시초 고구려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소통을 이기는 무기는 없다
선한 영향력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신경림의 사랑노래
워킹맘 저출생수석
메디칼럼 [전체보기]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100세시대의 건강관리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조식전쟁
미쉐린 가이드와 ‘부산의맛’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한계상황 몰린 자영업자 줄도산 막을 대책 서둘러라
우주항공청 27일 개청, 사천서 여는 뉴스페이스시대
세상읽기 [전체보기]
지옥에서 국가명승으로
우리의 가까운 미래를 위하여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우리 시대의 올바른 복지 원칙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부산항, 글로벌 물류 허브 플러스 알파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12월의 기도편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중국의 한국시장 시장교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호모 사피엔스의 바다
세상을 뒤흔든 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자신과의 경쟁’이 ‘경쟁 교육’ 대안이다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자객공천’ 유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페라 와인
와인이란
특별기고 [전체보기]
부산의 위대한 도전은 계속 된다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정명훈과 도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처음 보는 ‘무릉도원’
무호 이한복의 ‘운룡도’
CEO 칼럼 [전체보기]
우리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
드론으로 변화할 부산의 미래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