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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수사검사와 차 한잔

  • 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  |   입력 : 2023-01-11 19:46:45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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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최서원의 옛 이름) 게이트’로 세간이 들썩이던 2016년 11월 횡령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서 조사받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여러모로 논란을 빚었다. 그는 분명 피의자 신분임에도 검찰청 복도에서 여유있는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있고, 조사를 맡은 검사들이 오히려 그 앞에 공손하게 손을 모으고 서 있는 모습이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찍혔다. 검찰이 우 전 수석에게 조사 시작 전 차까지 대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은 더 들끓었다. “특혜다” “황제 조사다” 비난이 쏟아졌다.

대통령이나 재벌총수 같은 거물급이 소환되면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앞서 피의자와 차를 한잔 마시는 일명 티타임이 언젠가부터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차 접대는 주로 수사팀 수장이나 실무 책임자가 맡는다. 검찰 수사를 받은 전직 대통령 5명 중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빼곤 모두 이런 식의 티타임을 가졌다. 서울중앙지검에 불려간 박근혜 전 대통령은 노승권 1차장검사가 맞이했다. 얼마전 사면 복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티타임 상대는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였던 한동훈 법무장관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현직 야당 대표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지난 10일 검찰에 소환됐다.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구단주를 겸직하면서 후원금을 낸 기업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네이버 두산건설 차병원 등으로부터 170억여 원을 유치하고 이들에게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내줬다는 것이다. 혐의가 입증되면 3자 뇌물죄가 적용되는 사안이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당초 이 대표에게 지청장과 티타임을 제안했으나 이 대표측이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거량(法擧量)이라는 불교용어가 있다. 제자가 스승에게 깨우침을 검증받거나 초면의 스님들이 서로 선지식을 측량하는 절차를 말한다. 선승들 간에는 법거량이 하도 살벌해 얄팍한 풍월로 아는 척 하다간 몽둥이 찜질을 당하기 십상이었다고 한다. 검사와 피의자가 찻잔을 놓고 숨 고르기 하는 시간을 이 법거량에 비유한 검사들도 있었다. 각자 창과 방패를 감추고 순식간에 상대 의도, 그릇 크기를 재는 것이다. 사실상의 조사는 이때부터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재명 대표가 이 단계를 건너뛰었다는 건 검찰에 대한 불만일 수도, 기선을 제압 당하지 않으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에게 중요한 건 검찰과 이 대표의 기 싸움이 아니라 한점 의혹 없는 진실의 드러냄일 것이다. 그것이 참혹하고 불편한 진실일지라도 말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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