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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에 거는 기대

중요 관광자원 세계유산

유적지로서 무게감보다 주민 생활에 뿌리내릴 때 지역 경제도 풍요로워져

  • 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
  •  |   입력 : 2022-11-20 19:25:59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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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쯤 전 충남 공주와 부여에서는 코로나19를 이겨내고 3년 만에 백제문화제가 열렸다. 1955년 부여 부소산성에서 백제대제란 이름으로 처음 시작한, 전국에서 진주 개천예술제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된 지역 축제다. 축제에는 열흘 동안 50만 명의 관람객이 몰렸다고 한다. 고대의 문화강국이었던 백제의 수도 공주와 부여에서 열린 이 축제는 ‘역사 재현형’ 축제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백제인의 생활상과 문화를 담은 뮤지컬 공연과 황포돛배 운영 등으로 관람객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처럼 백제문화제가 수많은 인파의 발길을 이끈 데는 공주와 부여는 물론 전북 익산까지 포함하는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영향도 적지 않다. 공주의 공산성과 무령왕릉·송산리고분군, 부여의 부소산성, 관북리 유적, 정림사지, 능산리고분군, 나성, 익산의 미륵사지, 왕궁리유적 등 8곳은 동아시아 문화교류를 주도했던 백제 고유의 문화를 간직한 곳으로 2015년 7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올해 축제가 끝난 뒤 찾았던 공주와 부여에서는 축제의 부산함이 사라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유적지를 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공주의 공산성과 부여의 부소산성은 금강을 끼고 시가지에 접해 주민이 ‘산책 삼아’ ‘운동 삼아’ 찾는 곳이라 유적지로서의 무게감보다는 생활공간으로서의 친숙함이 더욱 진하게 느껴졌다.

세계유산에 대한 인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무엇보다 ‘관광’ 분야다. 세계적으로 문화자산 관광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문화유산이 중요한 관광 자원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세계유산 등재를 통해 보는 경제적 효과도 관광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문화재청이 올해 초 발표한 ‘통계로 보는 문화유산 2021’의 세계유산 관람객 현황을 보면 2020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줄어든 방문객이 지난해에는 다시 회복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세계유산 사찰 7곳을 찾은 방문객만 1725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세계유산은 단순히 역사적 유산으로서, 관광자원으로서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의 삶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세계유산 보존을 위한 정책과 활동이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로 인식되거나 경제적 발전을 추구하는 일이 유산 훼손과 동일시되지도 않을 것이다. 세계유산은 지역 경제의 측면에서나 주민 삶의 측면에서나 모두를 풍요롭게 할 수 있다.

경남에도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린 곳이 있다. 1995년 해인사 장경판전이 등재됐고, 2018년에 등재된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 7개 사찰 가운데 양산 통도사가 포함됐다. 2019년에는 ‘한국의 서원’ 9곳이 등재됐는데 함양 남계서원이 그중 한 곳이다. 지역민이 자랑스러워하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유산이다. 여기에 더해 ‘철의 왕국’ 가야의 빼어난 문화를 보여주는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 등재를 앞뒀다. 경남의 김해 함안 창녕 고성 합천을 비롯해 경북 고령, 전북 남원까지 3개 도 7개 시·군에 걸쳤는데 3개 광역단체, 7개 기초단체가 가야고분군 세계유산등재추진단을 꾸리고 준비했다.

2013년부터 추진해온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세계유산 등재 신청 대상 선정, 등재신청서 완성도 검토 등 절차를 모두 통과해 세계유산위원회 결정만 남겨둔 상태다. 지난 6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기로 한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기약 없이 연기됐다. 하지만 추진 10년째를 맞는 내년이면 낭보가 들려올 것으로 보인다. 등재는 늦춰졌지만 지역에서 가야고분군의 가치를 알리는 작업은 꾸준하다. 지난해와 지난 3월 지역 기업이 가야고분군 홍보에 나선 데 이어 이달에도 지자체와 금융기관 등 9개 기관이 세계유산 등재 홍보를 위한 협약을 맺었다. 지역 주민에게 먼저 지역 유산의 존재와 가치를 알리겠다는 의도다.

세계유산을 지닌 지역에서 그 유산이 지니는 가치는 공동체 전체 삶을 증진하는 데 있다. 문화유산 보존과 활용을 통해 지역민 정체성을 강화하고 자존감을 높이는 건 물론 유산 보존에 대한 인식도 다질 수 있다.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지역마다 고분군이 때로는 축제의 현장으로, 때로는 일상의 산책 공간으로 지역민과 방문객에게 영감과 즐거움,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이 되리라 기대한다. 몇 년 전 이맘때 대구 달성군 현풍읍의 현풍석빙고를 찾았을 때 다가와 내부를 볼 수 있도록 조명 장치를 알려주던 나이 지긋한 동네 주민의 석빙고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기억난다. 가야고분군도 지역민에게 이처럼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존재가 됐으면 한다.

이진규 편집국 부국장 겸 경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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