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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경제 항산항심] 떨어지는 물가상승률, 지속되는 고물가시대

  • 국제신문
  •  |   입력 : 2022-11-14 19:51:37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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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0일 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7.7% 발표되는 순간 증시는 치솟았다. 승승장구하던 달러 가치는 급락했으며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3.8%로 떨어지면서 기준금리(4%)를 밑돌았다. 다음날 아시아증시에도 훈풍이 불었다.

왜일까. 당초 예상했던 인플레이션 수치는 7.9%였는데 이보다 낮게 나왔다는 것. 이렇게 되면 당장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기준금리를 덜 올릴 수 있고, 나아가 어쩌면 이번 긴축(금리인상) 추세의 최종금리가 5% 밑에서 끝날 수 있다는 소망 때문이었다. 이건 엄청난 난센스다. 7.7%의 물가상승률, 이게 낮은 수준인가? 그리고 금리를 내리거나 안 올린다는 것도 아니고 0.5%p 올린다는 건데 이게 과연 기뻐할 일인가? 최종금리도 마찬가지이다. 누구도 3개월 후 6개월 후 세상을 알지 못한다. 그런데 불과 3일 전까지 5.5% 정도를 예상하던 최종금리를 느닷없이 4.9%라고 희망회로를 돌려도 되는 걸까?

통계엔 원치 않는 ‘오해’가 담긴다. 물가상승률도 비슷하다. 전년 동월 대비 10월 물가상승률이란 건 작년 10월의 물가지수와 올 10월 물가지수를 비교해 이 상승률을 구하는 방식이다. 그럼 ‘소비자물가지수’라는 건 뭘까. 소비자가 구매하는 특정 재화와 서비스 묶음(바스켓)의 가격을 가중치에 따라 지수화한 지표이다. 여기에는 기름값, 식료품도 들어가고 중고차 가격 임대료 의료비 등이 모두 포함된다. 즉, 물가상승률이란 건 A라는 시기의 바스켓 지수와 B 시기 바스켓 지수의 비율인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작년 10월부터 소비자물가상승률이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바꿔 말해 작년 10월 소비자물가 ‘지수’가 이미 높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번 10월 미국 물가가 잡힌 것처럼 보이는 건 작년 10월 물가가 높았다는 방증이 되고, 오히려 올 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7.7%나 나왔다는 건 지금이 상당한 인플레이션 상황이란 걸 말한다. 요약하면 “물가상승률은 떨어졌지만 고물가시대는 더 심해졌다”고 말해야 정확하다. 문제는 이와 같은 부분을 염두에 두면 당장 내년 1월부터 소비자물가상승률은 확연히 떨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올 1월(7.5%)부터 물가가 솟구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물가시대’는 정말이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다.

그럼 이런 고물가시대에 주식은 어떨까. 먼저 확인할 것은 ‘달러’의 흐름이다. 지금까지 증시를 급락시킨 건 명목상으론 강력한 긴축(금리인상)이었지만 핵심은 달러 강세였다. 달러 초강세에 너도나도 달러를 가지려 몰려들면서 다른 자산들을 모두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물가시대가 지속됨에도, 물가상승률 수치에 대한 오해로 긴축속도가 떨어진다면 달러의 인기는 떨어질 수 있다. 주머니에 달러를 넣어두는 것보다 주식을 비롯한 실물자산을 사는 편이 더 좋다는 생각으로 시장에 풀리는 거다. 그래서 달러 약세 흐름이 나오면 주식은 꽤나 상승할 수 있다. 이때는 경기나 기업실적과도 무관하게 움직이기도 한다. 경기는 나쁘고 뚜렷한 실적 개선이 없어도 주가는 움직인다는 것. 전형적인 ‘머니게임’이기에 그렇다.

하지만 차별적 흐름은 존재한다. 가격 부담을 소비자에게 지울 수 있는 기업 주가는 천정부지로 오른다. 일명 ‘인플레이션 관련주’ 또는 ‘고물가주’이다. 반대로 물가상승 부담을 해당 기업이 그대로 떠 안아야 한다면 주가는 별 볼 일 없다. 일명 ‘저물가주’이다. 투자의 전설 워렌 버핏은 옥시덴탈 같은 정유주를 대량 매집했다. 이제 탄소중립으로 가고 다들 전기차를 구입한다고 나서는데 버핏은 왜 정유주를 사들인 것일까. 그는 아직 우리 경제는 석유가 핵심이기에 정유기업은 가격 전가력도 높다고 본 것이다.

이미 버핏은 지난 1980년대에 ‘경제적 해자’란 투자용어를 정립해놓았다. ‘해자(垓子, moat)’는 ‘중세시대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곽을 따라 파놓은 못’으로 쉽게 넘볼 수 없는 진입장벽을 가리킨다. 고물가시대엔 이런 경제적 해자의 기업들은 높은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 인플레이션 시대, 끝까지 ‘갑(甲)’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을 찾는 게 투자의 핵심이 될 것 같다.

정철진 경제 컬럼니스트·진 투자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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