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맡고 있었던 형사사건 하나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사가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한 사건이었고, 피고인도 자신의 행위 일체를 자백해서 죄가 된다면 처벌을 받겠다는 입장이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법리를 통해 다투는 것뿐이었다. 동료 변호사와 함께 점심 먹으면서도 토론하며 문제를 고심했고, 수많은 판례들을 찾아 법리의 문제를 찾아내었다. 결국 피고인은 사실에 대한 다툼 없이 법리만으로 전체 공소사실에 대한 무죄를 선고받았다.

2021년 기준 1심 전체 무죄율은 0.99%라고 하니, 당연히 기뻐할 일이었다. 동료 변호사들도 다들 축하해주고, 함께 사건을 진행했던 변호사와도 하루종일 뿌듯한 기분을 나누었다. 사건 결과도 결과이지만, 그 과정을 함께하고 결과를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있어 무척 좋았다.

첫 재판을 갈 때도, 다른 변호사들이 일일이 조언을 해주고 관심을 가져준 것 또한 무척 고마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직장 생활, 그리고 변호사 생활이라는 게 여러모로 고된 일도 적지 않지만, 그 시간을 견디게 하는 상당수 지분은 동료들에게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처럼 나의 일에서 동료라는 존재가 생긴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지난 10여 년간 프리랜서 작가로 살아오면서는, 사실상 지인이나 친구는 있었지만 정확한 의미에서 동료를 갖기는 어려웠다. 늘 홀로 쓰고, 강의하고, 고민하는 과정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함께 책을 만드는 편집자 정도가 내게는 동료 비슷한 느낌을 주었던 것 같다.

직장을 다니는 힘은 월급날 꽂히는 돈에 있다는 ‘금융치료’라는 말도 있지만, 내게는 그에 못지않게 직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있다고 느끼기도 한다. 어려운 일을 함께 고민하거나 위로하고, 기쁜 일은 함께 기뻐하거나 인정해주는 그 과정 자체에 삶이나 일의 보람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좋은 직장 동료들을 만나는 것도 요즘에는 흔한 일은 아니고, 일종의 행운이라고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직장에서 동료애 보다는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하니 말이다. 노리나 허츠가 쓴 ‘고립의 시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40%. 직장에서 외로움을 느낀다고 말한 전 세계 사무실 노동자의 비율이다. 영국은 무려 60%다. 중국에서는 절반 이상의 사무실 노동자가 매일 외로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거의 다섯 명 중 한 명이 직장에 친구가 한 명도 없으며, K세대의 54%가 직장 동료로부터 정서적인 거리감을 느낀다.”

노리나 허츠는 직장에서의 ‘외로움’에 대하여 한 원인으로 ‘오픈형 사무실’을 꼽는다. 서로 개인 공간이나 칸막이 없이 완전히 오픈된 공간에서는, 동료들이 서로를 더 친근하게 대하며 외로움이 없어질 것 같지만, 오히려 서로 감시당하는 기분이 들고 과도한 소음과 참견에 마음이 움츠러든다는 것이다. 외로움이라는 것이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인 감정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외로움은 서로의 거리가 너무 멀어졌을 때도 느낄 수 있지만, 서로가 너무나 가까이에만 있을 때도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적절한 거리 안에서 각자의 독립성이 있을 때, 서로를 진심으로 존중할 수도 있고, 서로에게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이 항상 타인에 의해 감시받고 참견받으며 침범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상태에서는, 온전한 마음을 주고받기 어렵다. 그럴 때도, 우리는 나 자신에게서 소외된 듯한 기분을 느끼고, 타인에게도 마음을 닫을 수 있다.

내가 직장에서 느끼는 동료들과의 좋은 감정이라는 것도, 결국 그런 거리감에서 나오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을 듯하다. 각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사건에 몰두하다가도, 한 번씩 회의를 하거나 점심을 함께 먹으며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마음이 오가는 걸 느끼곤 한다.

직장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그만큼 그곳에서의 마음도 중요하다. 그런 마음이 잘 존중받고 지켜질 수 있는 직장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정지우 문화평론가 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