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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노]이태원 참사, 분노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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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가 터지고 상상도 못 한 대규모 희생자가 나왔을 때, 많은 국민은 너무 큰 충격과 슬픔 속에서도 ‘조금 더 지켜보자, 사고 수습이 지금은 더 중요하다’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정황으로 봐선 어쩔 수 없이 일어난 불가항력의 사고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놀라고 아픈 가운데서도 침착함만큼은 유지하려는 일종의 ‘냉철 모드’를 작동시켰을 듯합니다.

지난 1일 참사 당시의 긴급신고 112 접수 녹취록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이 큰 계기가 되어 수많은 시민이 ‘분노 모드’로 돌아섰습니다. 112 신고 녹취록 여파로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이 2일 대기발령 조처에 처해졌습니다. 물론 ‘112 부실 대응’이 이런 사태 전개에 아주 큰 영향을 줬지만, 그것만으로는 많은 국민의 분노 모드를 다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간의 상황 추이를 되짚어 보면, 더 많은 이유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세월호 사고는 교통사고다”(즉 ‘단지 교통사고일 뿐이다’는 의미였죠)고 당시 정부·여당 쪽에서 규정해 숱한 국민이 분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국민은 세월호 참사가 배라는 교통수단에서 벌어진 사고라는 사실을 모르는 게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알았습니다. 핵심은, 국민이 간절히 알고자 했던 것은 그런 엄청난 사고가 왜 그토록 큰 교통수단에서 일어난 것인지, 진상은 무엇인지, 그때 국가는 제구실을 했는지 여부였습니다. 그런 때 이를 교통사고라는 틀에 가두고 국면을 전환하려 했으니 역풍이 닥쳤습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이태원에 인파가 몰린 건 주최자가 없으니 축제가 아닌 하나의 현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는 아니었다”고 답변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주최자가 없다는 사실과 관련한) 법령과 시스템의 문제’를 지목했습니다. 이런 발언을 지금 시점에 곱씹어 보면 놀랍게도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이 아니다’는 뜻이 되고 맙니다. 그 결과가 ‘112 미숙 대응’으로 나타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국가는? 많은 국민의 분노 모드에 공감합니다.
2일 부산시청 로비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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