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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나홀로 돈풀기

  •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  |   입력 : 2022-10-30 19:55:08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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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에선 관광지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붐비고 있다고 한다. 엔화 가치가 3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21일 국제 외환시장에서 장중 150엔을 돌파했다. 엔·달러 환율이 150엔을 넘은 것은 일본의 장기 불황 초입인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이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엔 선이 무너진 것이다.

일본은행이 고물가와 엔화 약세에도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금융정책결정회의 후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한다고 지난 28일 발표했다. 또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도록 상한 없이 필요한 금액의 장기 국채를 매입하기로 했다. 최근의 가파른 엔화 추락은 주로 미일 간 금리 차에서 기인한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3.25%까지 끌어올린 데 비해 일본은 사실상의 ‘제로(0)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의 연장선에 있다. 2013년 아베 전 총리의 지명을 받아 취임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디플레이션 극복을 명분으로 마이너스 금리, 무제한 돈 풀기 정책을 10년째 유지하고 있다. 물가보다 장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기 활성화가 더 절실하기 때문이다. 엔저를 무기로 일본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환율을 방어하려면 금리를 끌어올려야 하지만 1255조 엔(약 1경1800조 원)에 이르는 국가부채의 막대한 이자비용 때문에 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처지다. 일본 정부의 기대와 달리 주요 생산시설이 해외로 빠져나가 수출 확대 효과가 크게 줄어든 반면 천연가스, 원자재 등 수입 가격 인상 부담은 늘어났다. 이처럼 일본 산업생산력이 예전과 달리 상당히 약화된 상태에서 엔저 현상이 나타나면서 국제적 안전자산으로 여겨져 온 엔화의 신화가 깨지고 있다. 엔저 현상의 가속화와 함께 중국 위안화의 동반 약세가 겹치면서 아시아 금융위기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엔저를 계속 두자니 부담이고, 금리를 올려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자니 막대한 재정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일본을 우리 정부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한국 역시 막대한 국가부채로 일본과 같은 재정정책을 사용할 여지가 없고 금융 부실이 증가하고 막대한 가계부채로 소비가 침체하고 있어서다. 우리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고 수출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전철을 밟지 않는 방법이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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